[방산 이슈 진단 (8)] 복수연구개발, 체계개발에서 탐색개발로 적용시점 바꿔야

김한경 기자 입력 : 2020.04.09 10:56

탐색개발 적용한 미국, 비용 절감 외 기술 확보·위험 감소·사업관리 명확 등 효과 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록히드마틴이 개발 과정에서 체계개발 예산을 10% 이상 절감한 것으로 알려진 F-35 전투기가 지난해 11월 17일 두바이 에어쇼에서 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최근 정보통신 분야의 특정장비 성능개량 사업에 ‘복수연구개발’을 적용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런 소리가 들리자 이 사업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업계관계자들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행 복수연구개발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방위사업법을 제정하면서 방위사업법 시행규칙에 연구개발 또는 시제품 생산에 2개 이상의 업체나 연구기관을 선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복수연구개발 제도를 적용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리고 2010년에 이를 구체화한 내용을 방위사업관리규정에 반영하여 시행 중이다.

 

이 제도는 획득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연구개발 단계는 복수 업체가 참여하고 양산 단계는 단일 업체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한다. 비용 측면에서는 복수 업체가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므로 추가적 비용이 들지만 양산 단계의 업체 선정 시 복수 업체 간 자발적 경쟁이 가능해져 단일 업체를 통한 획득보다 오히려 비용이 덜 들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제도는 연구개발과 양산 단계까지 총사업비가 1,000억원 이상이고, 연구개발 비용이 총사업비의 10% 이내인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탐색개발 직전에 제안서를 평가해 복수 업체가 선정되며, 복수업체를 통한 사업관리는 탐색개발(생략 가능)에서 체계개발 단계까지 적용된다. 즉 양산 단계 비용 절감을 위해 체계개발 단계에 이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록히드마틴, F-35 체계개발 업체로 선정돼 개발 예산 10% 이상 절감

 

반면, 미국은 복수연구개발 제도를 탐색개발 단계에 적용하고 있다. 탐색개발은 체계개발 예산의 10% 정도만 투자되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2개 이상의 업체를 경쟁시키고 그 중 우수한 업체를 선정해 체계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단일 업체가 탐색개발과 체계개발을 모두 수행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례로, F-35 개발사업의 경우 탐색개발 단계에서 록히드마틴(6.6억불) 및 보잉(7.2억불)과 계약을 체결해 1999년 시제를 개발했고, 2년간 평가하여 록히드마틴을 체계개발 업체로 선정했다. 미국은 탐색개발에 6∼7억불을 추가로 지출했지만 체계개발 예산을 10% 이상 절감했으며, 통상 복수연구개발 제도를 통해 사업비의 11∼18%가 절감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처럼 탐색개발 단계에 복수연구개발 제도를 적용하면 2개 이상 업체가 기술을 확보할 기회를 얻는 반면 기술 개발 실패에 대한 위험요소는 감소되며, 불명확한 사업범위를 구체화할 수 있고 소요비용을 비교적 명확히 산정해 전체 개발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체계개발 시 탐색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의 기술이나 산출물을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복수연구개발 제도를 효율적으로 적용하는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양산 단계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로 완성품을 개발하는 체계개발 단계에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복수연구개발에 참여한 업체는 자체비용도 많이 들고 양산업체로 선정되지 못하면 많은 것을 잃게 돼 사업 수주에 무리수를 두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양산 단계 진입 직전 탈락하면 그동안 개발한 기술들 모두 사장돼

 

결국 우리는 양산비용을 절감하는데 제도의 목적이 맞춰져 기술 확보, 위험 최소화, 사업관리 명확화 등 더 중요한 효과를 간과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복수연구개발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업체가 개발한 기술은 제대로 활용되기 어렵다. 한 방산 전문가는 “기업의 입장과 산업 발전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제도 적용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양산 단계 진입 직전에 탈락하면 탐색개발부터 체계개발까지 참여했던 체계업체와 중소협력업체들이 개발한 기술과 다양한 시제품들이 미국처럼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모두 사장될 수밖에 없다”며 “복수연구개발은 방위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제도란 인식이 점차 만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분야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미국처럼 탐색개발 단계에 복수연구개발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훨씬 이점이 많다”면서 “경쟁을 통해 선정된 업체가 체계개발에 이어 양산까지 담당하면 관련 기술도 축적되고 체계업체와 중소협력업체들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며, 탈락한 업체도 손실이 거의 없어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재 체계개발 업체 선정 시 개발 가능성, 연구개발 인프라 등 다소 불분명한 기준이 있는데, 탐색개발 단계에 이 제도를 적용하면 개발된 기술과 시제품 등을 기반으로 체계개발 업체를 정확히 선정할 수 있어 업체 선정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줄어들고 기술 역량이 축적돼 무기체계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위사업청이 이와 같은 방산업계 관계자와 관련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현행 복수연구개발 제도가 미국처럼 방위산업에 반드시 필요하고 효과적인 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보완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