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105)] 보험 출입 기자는 왜 은행연합회에 갔을까?…기레기인지 기러기인지 나도 몰라?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4.07 06:07 |   수정 : 2020.04.07 06:07

각종 금융기관 기자실 90% 잠정 폐쇄 두 달째 지속돼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JOB뉴스로 특화된 경제라이프’ 매체인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삼성서초사옥 기자실 폐쇄.png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내 삼성그룹 기자실에 폐쇄 계획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안녕하세요. 혹시 기자실 언제쯤 다시 운영하시나요?”


모 언론사의 금융부 보험 출입 기자인 A씨는 오늘도 출근지를 정하지 못해 난감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15군데가 넘는 자신의 출입처 기자실이 모두 잠정 폐쇄했기 때문이다. 월요일은 생명보험협회, 화요일은 손해보험협회, 수요일은 삼성생명, 목요일은 하나금융그룹, 금요일은 농협중앙회 등과 같이 꽉 찼던 스케줄표가 이제는 공란만 가득하다.


금융부 기자실이 잠정 폐쇄된 것은 지난 2월 말 부터였다. 코로나19가 지역 감염으로 확대되고, 2월 23일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금융기관들 입장에서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기자실을 '사회적 거리두기'의 예외로 둘 수 없었다.

 

미쓰리캡처1-horz.png
▲금융회사들의 기자실 재개방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사진=미스리 메신저 화면캡쳐]

 

■ 삼성·하나금융 등 금융회사는 리스크 관리 중 / 기자들은 자조 섞인 농담하며 방황

 

기자실이 줄지어 폐쇄된 것은 불규칙한 시간대에 입·퇴실하는 기자들을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사 직원들은 체온 측정 등으로 코로나 감염 증상을 수시 확인할 수 있지만 기자들은 그렇지 않다. 이 중 한명이라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로 건물을 출입하면 직·간접 접촉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된다.

 

실제로 지난 2월 28일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사옥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발생해 해당 직원이 근무하던 20층이 일시 폐쇄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관리나 추적이 가능한 본사 직원이 확진판정을 받아도 이처럼 파장이 크다. 행동 반경을 특정하기 어려운 기자들에게 건물을 개방하는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A씨는 기러기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생명·손해보험협회  근처 까페를 전전하거나 인근 지역을 돌며 조용한 까페만 골라가는 데 도가 텄다.


틈틈이 홍보실에 기자실 운영 재개 여부를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자실을 다시 운영할 계획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정부에서도 지난 2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19일까지 2주 간 연장했을 뿐 아니라 확진자가 계속 발생되는만큼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 보험사 담당 A씨, 출입처 기자실 모두 문닫자 은행연합회에 진출…금융위는 신규기자 등록도 안 받아


A씨는 결국 자신의 출입처가 아닌 은행연합회까지 진출했다. 은행연합회 구내시설을 이용하다가  타사 금융부 선배 기자인  B씨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B씨 역시 “요새 금융부 기자실이 연 데가 거의 없어 금융투자협회 기자실만 출입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금융투자협회는 기자실을 개방하고 있지만 코로나의 위험성을 관리하기 위해 출입기자 신상등록과 더불어 1매체 1기자 시스템을 강화했다. 또한 아침과 오후에 각각 출입기자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 중이다. 탕비실 청소와 소독도 매일같이 하고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금융투자협회처럼 기자들의 체온을 재고 신상을 기록하는 등의 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기자실 소독과 청소를 수시로 실시해야 하는데 그런 수고를 하면서까지 기자실을 개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B씨는 다른 금융기관 기자실을 알아봤으나 녹록치 않았다. 현재 기자실을 개방하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기존에 등록돼있는 출입기자들만 기자실을 이용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금융부 기자들이 출입처가 없어져서 기자 등록 여부를 많이 문의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기등록된 매체 이외의 기자들을 신규 등록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금융회사는 물론 금융위원회와 같은 금융감독기관들도 아예 기존 출입 기자들 외에 신규 등록을 받고 있지 않는 것이다. 갈곳을 잃은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는 “내가 기러기인지 기레기인지 모르겠다” 같은 자조섞인 농담이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케이션 블라인드 어플에서는 기자실 폐쇄에 따른 누적되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글도 올라왔다. 기자인 한 회원은 “코로나 때문에 있던 약속도 취소되고 기자실도 다 닫혀서 무기력증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A씨나 B씨의 기러기 생활이 언제 끝날지를 기약할 수 없는 상태이다.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직업이야기(105)] 보험 출입 기자는 왜 은행연합회에 갔을까?…기레기인지 기러기인지 나도 몰라?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