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시대(10)] ‘바나나툰’과 ‘레바툰’ 배출한 '레진코믹스', 독점연재 웹툰작가는 월소득 240만원 보장

염보연 기자 입력 : 2020.03.30 05:33 |   수정 : 2020.03.30 09:51

광고 없이 유료화 성공, 플랫폼과 작가의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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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노동자는 기업에 소속됐다. ‘기업 노동자’는 일을 통해 소득을 창출했고, 소속된 기업을 발전시켰다. 이제 기업노동자는 감소하고 ‘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달노동자 뿐만 아니라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을 포함한 지식노동자들도 각종 플랫폼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노동시장의 중심에 도달했다.이를 통해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경제주체는 플랫폼 자체이다. 이 같은 현상은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맞물려 빚어내고 있다.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와 같은 단어로 상징되는 ‘삶의 근원적 변화’가 인공지능(AI)에 의한 ‘기존 일자리의 격감’이라는 복병을 만남으로써 가속화되는 거대한 전환이다. 뉴스투데이는 도처에 존재하는 플랫폼 노동 현상(1부)과 그 경제사회적 의미(2부) 그리고 정책적 과제(3부)에 대한 연중기획을 통해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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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는 국내 최초로 유료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플랫폼이다. 주 1회 연재 기준 독점연재 웹툰 작가에게 월 240만원 이상의 소득을 보장한다.[사진출처=픽사베이]

 

[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웹서핑을 하던 A씨,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데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스킵버튼을 누르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펴는데, 갑자기 말풍선과 함께 섬뜩한 음악을 곁들인 만화가 시작됐다.
 
'박수소리에 둘러싸인 무대, 고개를 숙인 채 피아노 앞에 앉은 소녀가 있다. 피 흘리며 연습했지만 건반 위에 쓰러져 기회를 놓쳐버린 소녀는...'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되는 작품의 예고편 광고였다. 뒷내용이 궁금해진 A씨는 레진코믹스에 접속해 해당 작품을 찾았다. 레진코믹스는 유료 웹툰 사이트로 무료로 공개된 앞부분 뒤는 전부 결제를 해야 볼 수 있었지만, 내용이 궁금해서 망설임 없이 결제를 하게 됐다.
 
레진엔터테인먼트가 2013년 서비스를 시작한 레진코믹스는 국내 최초로 유료 웹툰 서비스를 도입한 플랫폼이다. 그 무렵 웹툰 시장은 대형 포털 연재가 중심이었으며 작품은 무료로 보고 광고배너로 수익을 내는 게 보통이었다. 레진코믹스가 ‘기다리면 무료, 미리보려면 유료’ 서비스로 부분 유료화 모델을 시도했을 때, 사람들은 “과연 웹툰을 돈 주고 볼까?”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출시 직후 구글 플레이 만화부문 매출 1위, 앱스토어 도서부문 매출 1위를 달성했고, 국내 유료 웹툰 플랫폼 1위 자리에 올랐다.
 
레진코믹스는 광고수익이 없는 유료열람 플랫폼으로, 매월 작가들에게 판매정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레진코믹스의 작품을 열람하려면 우선 코인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기본상품 1코인 당 200원 정도며, 충전 금액이나 프로모션에 따른 추가 코인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코인으로 보고 싶은 작품을 열람하면 된다.
 
드라마, 액션, 로맨스, 판타지, 미스터리, 학원 등 다양한 작품이 있으며 현재 800여 편의 웹툰 포함 8000여편의 만화를 서비스 중이다.
 
■ 작가는 코인 당 50원 받아, 비율 아닌 정산단가 고정해 수익분배
 
웹툰 작가들은 모두 플랫폼 노동자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도 웹툰을 보고자 하는 독자가 몰리고, 수익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에 선보이지 못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레진코믹스는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의 뒤를 잇는 대형 웹툰 플랫폼이어서 많은 작가들이 진입을 원한다.
 
레진코믹스에서 웹툰 연재를 하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원고와 시놉시스를 가지고 직접 작품을 투고하거나 레진 챌린지나 공모전에 도전한다. 인터넷에서 아마추어로 연재를 하다가 유명해져서 발탁되기도 한다. 아마추어 연재작이 발탁된 경우는 페이스북 출신 ‘바나나툰’과 네이버블로그 출신 ‘레바툰’이 대표적이다.
 
매월 수익분배는 보통 판매정산금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작가는 독자가 작품 감상에 사용하는 1코인 당 50원을 받는다. 비율로 따지지 않고 정산단가를 고정한 이유는 코인은 기본 상품 외에도 가격할인, 프로모션 상품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어 가격이 수시로 변동되기 때문이다.
 
팔리는 만큼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정 독자가 부족한 신인작가이거나 작품이 인기가 없을 경우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최저소득보장금액(월MG)을 도입했다. 월MG란 최소수익을 정하고 이를 먼저 지급받는 방식이다. 다양한 콘텐츠의 창작과 안정적인 환경에서의 창작활동 지원을 위해 마련됐다.
 
레진코믹스가 독점작품 작가들에게 적용하는 월MG는 회차 당 최소 60만원으로, 주1회 연재를 한다고 할 때 월 240만원을 보장받는다. 연간으로는 최소 3120만원이 된다. 작가는 연재 중에 판매 정산금과 월MG 중 더 높은 금액을 지급받는다.
 

■ 웹툰 판로 확장 발목 잡는 가장 큰 걸림돌, 불법복제

 
레진코믹스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사업다각화와 글로벌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2015년부터 일본과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등 일찍부터 해외시장에 도전하여 일본어, 중국어, 영어로 번역된 작품들을 서비스 중이다. 최근 프랑스 웹툰 플랫폼 델리툰(Delitoon)과 웹툰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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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만화축제 ‘에트나 코믹스 2019’에서 레진코믹스의 웹툰 ‘킬링스토킹’의 쿠기 작가 사인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레진엔터테인먼트]
 
작품 광고와 이벤트 프로모션도 활발하고, 그 밖에도 영화, 드라마, 출판, 캐릭터사업 등 다양한 콘텐츠 활용 방안도 모색하며 작가들이 진출할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걱정거리도 있다. 레진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한국 웹툰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로 불법복제사이트를 꼽는다. 불법복제는 출판만화 시대부터 만화계를 좀먹는 문제였다. 디지털화 된 웹툰은 복제가 손쉬워 플랫폼 보안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단 불법복제사이트에 작품이 올라가면, 작가는 창작에 대한 정당한 수익을 얻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기존 독자들까지 공짜로 볼 수 있는 불법사이트에 옮겨가 있던 수익마저 줄어들어 피해가 막심하다. 불법복제사이트들은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해 해외 독자까지 끌어들여 글로벌 진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불법복제사이트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서 처벌도 쉽지 않다. 작가들은 한국 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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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의 출판·캐릭터 사업[사진제공=레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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