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대출’까지 손댄 대기업…정부, ‘한은의 회사채 매입’ 카드 쓸까?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3.29 07:00 |   수정 : 2020.03.29 07:18

‘대기업 특혜’에서 벗어나야…코로나발 ‘금융리스크 전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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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도대출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례없는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가 한국은행이 기업 회사채 매입에 나서도록 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 대기업은 사전에 은행권에서 받은 한도대출을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회사채 발행 등으로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대출잔액의 변동폭도 크지 않은 편이다.

 

한국은행 본사.png
▲최근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국은행이 기업 회사채 매입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대기업들이 결국 한도대출까지 사용하기 시작했다. 차환발행을 통한 회사채 만기 연장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당장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회사채 규모만 6조5495억원인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유동성 확보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기자설명회에서 “정부가 회사채를 보증한다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회사채 매입을 결정하는데 용이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한은의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업계는 정부가 지원 기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한은의 회사채 매입을 통해 코로나발 금융리스크 전이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대기업, ‘한도대출’까지 손댔다…3월 대출잔액 8조6731억 육박


2020년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png
[표=뉴스투데이 / 자료= 금융투자협회]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1년 중 최대규모에 속하는 4월 만기 회사채 6조5495억원을 포함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총 38조3720억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회사채 등이 발행되는 직접금융시장(증권시장 통해 투자자로부터 자금 조달)이 얼어붙으면서 회사채 발행액이 급감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둘째주에 발행된 회사채는 1조4245억원으로, 한달 전인 2월 둘째주(3조5226억원)보다 무려 60% 급감했다.


이처럼 회사채 신규발행이 어렵기 때문에 차환발행(신규 회사채 발행을 통해 만기 회사채 상환)으로 회사채 만기를 연장하기도 힘들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채권 보유자에게 원금을 상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유동성 위기 때문에 이마저도 어려운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다.


결국 대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권 한도대출까지 손을 뻗었다. 통상적으로 은행 대출은 유상 증자나 회사채 발행보다 조달 비용이 높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은행 대출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상황이라는 뜻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3월20일 기준 78조6731억원으로, 2월 말보다 2.3%(1조7819억) 늘어났다. 작년 대기업 대출 잔액 변동률이 0.7%였던 것을 감안했을 때 이례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 한도대출이 항공·제조·유통업 뿐 아니라 전 업종에서 일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밝히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 ‘한은의 회사채 매입’…최후의 보루까지 사용해 ‘금융리스크 전이’ 막아야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최대 2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을 위해 기업들이 사모 방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업은행에서 이를 80% 인수해 기업의 상환 리스크를 줄여 주는 제도를 뜻한다. 이는 회사채 직접 매입 방식 등과 함께 기업의 도산을 막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2001년에 처음 도입된 것으로, 외환위기 직후 65조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자 정부가 2조5000억원을 투입해 기업들의 차환발행을 지원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업들이 유동성 위험에 직면하자 2008년 12월부터 3년동안 1조200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이에 더해 금융위는 산업은행이 1조9000억원 규모로 기업의 회사채 차환발행분 등을 직접 매입하는 방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두 방침 모두 대기업이나 우량기업 지원에 집중돼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있다. 특히 회사채 직접 매입의 경우 회사채 등급 A 이상 또는 코로나19 피해로 등급이 하락한 기업 중 특정 투자등급 이상인 기업의 회사채만 매입하도록 돼있다.

 

2001년에 지원받은 기업들 역시 현대상선, 현대건설, 쌍용양회, 성신양회, 현대유화,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등 대기업, 특히 현대그룹의 자회사들이 많아서 ‘대기업 특혜’라는 논란을 빚었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에서는 한은이 적극적으로 회사채 매입에 나서고 지원대상 기업의 범위를 넓혀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기업 도산 위기가 닥치기 전에 중견기업 등 협력업체들이 먼저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발 금융시장 충격의 영향권은 일부 업종·산업에 국한돼 있지 않다”며 “미국 연준이 회사채를 매입하는 것처럼 한국 역시 최후의 보루인 한은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야 금융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원 대상 기업에 대해 “현실적으로 한은이 BBB급 등 비우량기업들의 회사채까지 인수·매입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회사채안정화펀드와 같은 별도의 펀드를 조성하는 방법을 금융당국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제조·유통업 등 몇가지 업종을 대상으로 투자부적격 기업의 회사채를 한시적으로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


앞선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아직 충분한 여력이 있다”며 “한은이 선제적으로 회사채 매입을 통해 정상기업과 한계기업(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리스크가 발발하면 이를 감당하고 극복하는 국가의 비용부담이 월등히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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