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크리에이터 혁명](9) 외양간에서 피어나는 문화의 향기...강릉 ‘소집’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3.12 04:37 |   수정 : 2020.03.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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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 상공인, 자영업자간의 격차 문제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것이 지역에서 시도되고 있는 창조도시 혁명이다. 지난 20년 간 지역발전에 의미있는 성과를 꼽자면 서울 강북과 지역도시 골목상권, 제주 지역산업(화장품, IT) 강원 지역산업(커피, 서핑)이다. 그 주역은 창의적인 소상공인으로 자생적으로 지역의 문화와 특색을 살리고 개척해서 지역의 발전시켰다.이제, 이들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가 지역의 미래이자 희망으로 부각되고 있다. 각각의 지역이 창조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육성과 활약이 필수적이다. 뉴스투데이는 2020년 연중 기획으로 지난 2015년 네이버가 만든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도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혁명의 현장을 찾아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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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갤러리 '소집'의 고기은 대표는 여행 콘텐츠에 강점을 가진 로컬 크리에이터이다. [사진제공=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로컬 크리에이터의 미래는 밝다. 이들이 활동을 넓혀갈 수 있는 모태 산업의 규모가 크고, 무엇보다 지역에서 새롭고 재미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역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강원도의 산과 바다라는 청정환경과 풍부한 로컬 자원, 역사, 문화 등을 활용한 문화예술 분야를 비롯해 관광, 휴양, 헬스케어 등 산업 융복합을 통해 지역을 이끌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애착을 가진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촉진제이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끄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비전은 지역이라는 활동무대에서 자신의 개성과 창의력을 발현하며 지역과 상생발전을 하는 것이다. 


주요 사업은 지역의 커뮤니티 공간 기획, 로컬 콘텐츠 사업, 로컬 크리에이터 워크숍, 로컬 브랜드 사업, 로컬 편집숍 등 로컬 콘텐츠를 편집, 디자인하고 상품화하는 능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로컬의 브랜드를 걸고 직접 생산하는 로컬 제조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 사진찍는 아버지와 글 쓰는 딸이 만든 이야기 공간...소집 고기은 대표


강릉시 병산동, 감자옹심이 등 감자 음식점이 많은 마을에 있는 ‘소집’은 이름 그대로 한때 소를 키우던 외양간이었다. 소가 떠난 뒤 창고로 쓰이다 갤러리로 변했다. 여행과 책에 기반한 전시회와 각종 클래스가 열린다. 


소집 대표 고기은씨는 대학 졸업 후 6년간 서울에서 방송작가, 여행에디터 일을 했다. 그후 고향 강릉에 정착해서 로컬 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독립 출판사인 ‘위아고앤(We are go and)’을 만들어 여행관련 책을 펴냈다.

 

▶전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외양간 


언젠가부터 자신의 공간을 확보해 문화콘텐츠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버지와 함께 강릉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마침내 강릉항 인근, 남대천과 섬석천 사이 한 마을에 비어있는 외양간을 발견해 3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2019년 4월 ‘소집’을 오픈하게 됐다. 소집을 여는 과정에  2018년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동해안 유휴공간을 활용한 공간기반 청년창업에 선정돼 공간 조성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소집에서는 각종 전시회와 클래스가 함께 진행된다. 전시회의 문턱을 낮춰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한 작가들에 우선적으로 공간을 내주고 있다.


전시회 외에도 북토크와 시모임, 글쓰기 모임, 인디자인 클래스 등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만나 문화교류를 이어가는 장이 되고 있다. 소집은 5년간 임차를 한 공간이다. 소집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벌써 5년 뒤를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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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병산동의 외양간을 개조해서 만든 갤러리 겸 문화공간 '소집'의 내부 [사진제공=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소집’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갤러리다. 평범한 농가의 외양간이 이야기가 피어나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개조공사를 하면서 원래 있던 나무기둥 7개를 그대로 살려 외양간 느낌을 잃지 않게 만들었다. 이제 오픈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소집'은 강릉을 다녀간 사람들의 입소문과 각종 블로그를 통해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동해안 석호 18곳 여행하고 만든 책, ‘뷰레이크타임’

 

고기은 대표는 여행 전문가다. 방송국 카메라 감독으로 일했던 아버지와 2년간 동해안의 자연호수인 석호(潟湖) 18곳을 여행하며 느낀 것들을 한 온라인 매체에 칼럼으로 연재했다.

 

이렇게 아버지는 카메라, 딸은 글로, 동해안의 호수를 기록해서 만든 책이 ‘뷰레이크타임(View Lake Time)’이다. 책 디자인은 동생이 했는데, 출판사인 ‘위아고앤’은 ‘여행’과 “우리는 고씨 자매”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뷰레이크타임과 위아고앤 모두 고기은 대표의 감각적인 브랜딩 능력을 보여준다. 


지금은 없어진 강릉의 풍호에서부터 최북단 화진포에 이르기까지 동해안에만 있는 18개의 석호는 각각의 정취와 스토리를 담고 있다. 경포호나 영랑호는 생태환경을 복원했고, 화진포도 잘 관리되고 있는 편이지만 점차 육지화 또는 사라질 위기에 있는 석호들도 있어 뷰레이크타임의 자연,인문지리학적 가치는 각별하다. 


작가로서 고기은 대표가 사랑하는 주제는 로컬 콘텐츠다. 강릉의 자연에서 출발해 강원도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하기도 했다.

 

▶강릉 문화예술계 이끄는 ‘뉴리더’


고 대표는 강릉에서 여러가지 문화행사를 기획하며 문화예술계를 이끌고 있는 뉴리더 중 한명이다. 강릉을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 함께 투어 매니저 양성 과정을 수료한 학생 9명과 ‘강릉에 반할지도’라는 소책자를 한글과 영어로 제작, 발행하기도 했다.

 

2017년 12월 KTX 개통을 앞두고 만든 이 책자를 통해 향호, 국립대관령치유의숲, 송정해변 소나무숲길, 명주동 골목길,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등 강릉의 유명 관광지를 소개했다. 201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주최하는 예술인파견지원 사업-예술로 기획공모 사업에 선정돼 독립출판서점 깨북을 거점으로 강릉에 사는 예술가들과 함께 동네와 예술가 사이를 예술로 잇는 '예술로가다 공사중' 프로젝트를 했다. 그들과 매달 월간페이퍼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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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은 대표는 방송국 카메라 감독 출신인 아버지(왼쪽)와 동해안 석호 18곳을 여행한 뒤 '뷰레이크타임'이라는 책을 펴냈다. [사진제공=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그는 강릉 명주동을 기반으로 하는 컬쳐 팩토리 파랑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파랑달이 함께 기획한 지역 행사 ‘명주 골목, 그 놀이’에서 북토크를 진행하고, 지역소개 글을 작성하는 작업도 맡았다. 파랑달은 협동조합이자 사회적 기업으로 여행과 문화기획을 결합한 상품들로 강릉을 찾는 관광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고 대표는 올해 소집을 찾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고,함께 성장하는 것을 꿈꾸며 '소행성 2020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실천해보려고 한다. 글길 여행자 소집,마음소행 여행  프로그램,여행 스토리북 만들기, 강릉에 반할지도 2편 제작 등도 마음에 두고 있다. 고 대표는 "소가 떠난 후 쓸모 없어진 공간이 재생되었듯, 소집에서 나 자신을 재생하는 시간으로 활력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취재 및 자료협조=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모종린 박민아 강예나 연구보고서 ‘The Local 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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