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과 국방기술] ② 무인잠수정의 성공과 로봇물고기 실패가 던진 교훈

박현규 입력 : 2020.03.05 10:32 |   수정 : 2020.03.11 15:01

무인화 기술 개발에 성공하려면 민·군 협력 필요, 그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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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0월 1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된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이 질의를 위해 준비한 '로봇물고기'가 놓여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미래전은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신기술의 영향으로 전장이 우주와 사이버 영역까지 확대되고 전투 수단은 무인 자율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새롭고 혁신적인 국방 신기술이 곧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작용한다. 뉴스투데이는 미래전에 필요한 국방 신기술의 도입과 적용에 따른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미래전과 국방기술]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박현규 객원기자] 제2차 세계대전에서 태평양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해전을 그린 영화 ‘미드웨이’에서는 미군의 급강하 폭격으로 일본 항공모함이 격침되는 모습을 최신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멋지게 구현해 냈다. 미국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미군 조종사의 손실은 결코 작지 않았다.

 

현대전에서는 전쟁의 승리만큼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무인화 기술은 이러한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우리 군도 무인체계의 효용성을 인식하고 군단급 무인정찰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감시정찰과 수색, 수송 등이 가능한 다목적 무인차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 연구개발은 소요 결정에서 전력화까지 장시간이 소요돼 기술 진부화와 적기 획득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 육군의 경우 2003년 여단전투단의 전력증강을 위해 무인전투체계와 차기 지휘통제 네트워크로 구성된 FCS(Future Combat Systems) 프로그램에 149억 달러를 투입했다. FCS는 예산 절감과 자율운행 기술 수준 등을 이유로 2008년 조기 종료돼 첨단기술을 적용한 전력화는 미국에게도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주었다.

 

첨단기술 적시에 활용하려면 군 특성 반영한 기술 개발 뒷받침돼야

 

첨단기술을 적시에 군사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운영개념을 명확히 설정하고 군의 특성을 반영한 기술 개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난 달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주최하는 지하 탐색로봇 경진대회의 시스템 경쟁부문 2차전에서 KAIST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공동연구 ‘코스타(CoSTAR)’팀이 1위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흔히 ‘DARPA Challenge’로 불리는 이 경진대회를 통해 미군은 민간의 뛰어난 기술을 군사적으로 활용하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연구 인력들이 향후 민·군 협력을 통해 군의 전력증강과 연구개발 예산 절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회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민·군 협력은 쉽게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시스템이므로 미군의 무인잠수정(AUV,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 연구개발 성공 사례와 우리나라의 ‘4대강 로봇물고기’ 사업 실패 사례는 좋은 교훈이 될 것으로 보인다.

 

AUV는 오랜 개발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수중 제어 및 통신기술 등의 어려움으로 드론이나 자율주행차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다가 미국 해군대학원의 연구개발 프로그램(NPSAUV)이 성공함으로써 새롭게 조명됐다. 반면, 우리나라의 ‘4대강 로봇물고기’ 사업은 무리한 계획과 연구개발 비리가 겹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기술기획은 운영개념 명확히 설정하고, 실험 통한 검증 선행돼야

 

이 두 가지 사례는 유사한 수중 무인화 기술을 사용하였으나 성공과 실패라는 상반된 결과를 가져왔다. 이들 사례를 통해 한국군이 향후 무인화 체계를 구비하려면 민·군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첫째, 연구개발 기획단계에서 목적과 운영개념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특히 민군협력기술개발은 상호 인식차이 극복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운영개념이 더욱 중요하다. 운영개념은 초기 단계에는 다소 미흡하더라도 기술개발 단계에 따라 목적에 맞도록 발전돼야 한다.

 

4대강 로봇물고기 사업의 경우, 수질 환경을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음에도 오히려 주변 물고기가 놀라지 않도록 물고기 형태의 외형과 크기를 줄이는 것에 주안을 두는 등 지나친 요구사항이 많아 사업 목적이 불분명해지면서 처음부터 좌초할 가능성이 높았다. 

 

둘째, 기술 개발은 시간 제약이 있더라도 실험을 통한 검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로봇물고기는 하천의 유속과 수심 변화에 관계없이 안정된 수중운동 제어기술이 필요한데, 수중 실험은 환경 구성 자체가 어려운 과제였다. 이로 인해 예기치 못한 기술적 난관이 발생하자 검증 없이 기초기술이 확보된 것으로 가정함으로써 개발비용만 증가하고 사업은 실패했다.

 

기초기술 확보된 이후 제품개발에 적용하는 산학협력 모델 정착돼야

 

이에 비해 미국 해군대학원의 NPSAUV는 실험용 무인잠수정을 제작하여 수년간 지속적인 실험과 보완을 거치면서 기초기술을 확보했다. 초기 실험은 군사비밀이어서 수영장에 외부 장막을 설치하고 각종 센서를 이용하여 실험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이를 토대로 개량된 NPSAUV-II는 바다에서 실험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셋째, 기초연구에서 충분한 기술이 확보된 이후 관련 업체의 제품 개발에 연구 성과를 적용하는 산학협력 모델이 정착돼야 한다. NPSAUV는 잠수함과 유사하게 제작하여 외형은 큰 변화 없이 내부 SW와 부품을 개량해 발전시켰다. 또한 초기부터 해군연구소 및 방산기업과 시뮬레이션 모델을 같이 개발하여 실제 무인잠수정 개발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연구 성과를 쉽게 이전할 수 있었다.

 

무인화 기술은 민·군 협력을 통해 효과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한 분야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연구개발은 예산 절감과 함께 연구 성과의 조기 창출 압력을 받게 된다. 특히 민·군 협력 사업일 경우 기간 단축 요구가 더욱 높아져 주어진 기간 내 목표 달성을 하려고 실험 조건을 조정하는 등 일종의 ‘꼼수’가 등장할 수 있다.

 

따라서 군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면서도 사업 추진 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려면 위험도가 높고 중장기 연구개발이 필요한 체계는 NPSAUV와 같은 산학협력 모델을 고려하고, 로봇물고기와 같이 즉시 전력화가 필요한 사업은 단계별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진화적 개발을 통해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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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타바이코리아 대표(전산학 박사)
명지대 보안경영공학과 객원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평가위원
美 해군대학원, KAIST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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