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④ 경쟁에 매몰된 방위산업, 기술 전문기업 육성으로 전환해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0.02.27 11:02 |   수정 : 2020.02.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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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31일 방위사업법 제정과 함께 출범한 방위사업청은 전문화·계열화 제도를 폐지하고 방위산업에 완전한 자유경쟁 체제를 도입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80년대 시작된 전문화·계열화 제도, 효율성 뛰어났지만 ‘진입 장벽’ 만들어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방산업체 간 과도한 경쟁 및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적극적인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1983년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국방부 지침으로 시작됐다. 전문화 업체는 무기체계 완성 장비를 생산하는 체계종합업체를 말하며, 계열화 업체는 구성품 및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의미한다.

 

이 제도에 따라 지정된 업체들에게는 무기체계의 연구개발 및 생산 참여에 우선권이 부여됐다. 한국 방위산업 보호·육성의 근간이 되어온 이 제도는 시대에 따라 기본방침과 개념이 조금씩 변화되다가, 1993년 국방부와 산업자원부 공동 훈령으로 ‘전문화·계열화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면서 전문화업체 2개 이내, 계열화업체 1개를 원칙으로 한 독과점 체제가 구축됐다.

 

이 제도를 통해 무기체계의 안정적인 공급원이 확보되었고, 기술 개발의 전문성도 제고할 수 있었다. 특히 연구개발 사업의 효율성이 뛰어났다. 하지만 일부업체가 기득권에 안주해 기술개발 노력이 미흡한 경우가 발생했고, 기술력이 우수한 후발업체의 방위산업 참여 기회를 제한하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었다.

 

2009년 도입된 자유경쟁 체제, 승자 없는 싸움터로 전락

 

2001년부터 방위산업에도 개방과 경쟁의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2005년 12월 31일 방위사업법 제정과 함께 방산특조법이 폐지되면서 전문화·계열화 제도도 폐지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3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2008년 12월 31일 이 제도는 폐지되었고, 방위산업은 2009년 1월 1일부터 완전한 자유경쟁 체제로 진입했다.

 

이후 국내 연구개발은 업체 간 치열한 경쟁만 난무하는 승자 없는 싸움터로 전락했다. 통상 무기체계 연구개발은 선행연구 이후 탐색개발, 체계개발, 양산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업체는 탐색개발부터 참여하게 되는데, 각 단계로 전환할 때마다 모두 경쟁이 이루어진다. 심지어 양산도 단계를 나눠 각각 진행되면 경쟁이 원칙이며, 성능개량 사업도 경쟁해야 한다.

 

일례로, 함정 건조 전문가에 의하면 함정은 한 조선소에서 최소 3척을 연이어 건조해야 기술력이 축적되며, 1번 함정에서 발생했던 문제도 3번 함정에 가서야 거의 사라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경쟁 때문에 1번 함정은 A조선소, 2번 함정은 B조선소가 번갈아 수주하는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는 기술 축적도 어렵고 문제 해결 또한 제대로 되지 않는다. 

 

방위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할 당시 정부의 판단은 방산업체의 역량이 그동안 상당히 발전했으니 경쟁 과정에서 업체의 경쟁력이 신장될 것이라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라서 업체들은 제안서 작성능력만 길러졌을 뿐 실제 경쟁력은 강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친 경쟁으로 세월만 가고 행정비용이 증가해 못살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독점과 경쟁은 동전의 양면, ‘탐색개발·체계개발·양산’ 한 트랙에 올려야

 

방위산업에서 독점과 경쟁은 동전의 양면처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선택이 어려운 사안이다. 즉 적절한 수준에서 경쟁과 독점의 형태를 타협하려는 정책적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방위사업청 개청 이후 방위산업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시장 경제원리 중심으로 경쟁을 확대시키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방산업체 임원은 “탐색개발에 성공하면 체계개발에 우선권을 주고, 체계개발에 성공하면 양산의 우선권을 주어야 업체의 기술력이 축적되고 경쟁력도 생긴다”면서 “성능개량 또한 양산을 담당했던 기업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으로 특정 무기에 전문화된 업체를 키워야 글로벌 경쟁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방산정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경쟁은 체계개발 업체 선정 단계에서 기술 경쟁 위주로 이루어져야 하며, 특별한 귀책이 없다면 체계개발 업체가 양산까지 담당해야 개발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제안서 평가는 기술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고, 기술역량과 무관한 사항이 평가항목에 반영된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 평가 도외시한 저가 낙찰 경쟁과 확정 계약 방식도 문제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한 전문가는 “기술이 아닌 가격 경쟁을 통해 저가 낙찰로 업체를 선정하면서 확정 계약을 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면서 “업체는 저가로 입찰해 수주하면서 손해를 보고, 연구개발이 끝나면 최종 원가 정산에서 또 비용을 삭감당하는 이중고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축적된 기술역량 없이 업체의 경쟁력이 살아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방산수출에 정통한 소식통은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국내 업체끼리 출혈 경쟁을 하는 구조로는 해외업체와 경쟁하기 힘들다”면서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 방산업체의 몸집을 키워야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고 수출 시장도 개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자유경쟁과 보호·육성할 분야를 명확히 구분하는 정부의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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