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크리에이터 혁명](3) 한국에 생긴 서프 빌리지...양양 서피비치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2.27 06:13 |   수정 : 2020.03.0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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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 상공인, 자영업자간의 격차 문제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것이 지역에서 시도되고 있는 창조도시 혁명이다. 지난 20년간 지역발전에 의미있는 성과를 꼽자면 서울 강북과 지역도시 골목상권, 제주 지역산업(화장품,IT) 강원 지역산업(커피, 서핑)이다. 그 주역은 창의적인 소상공인으로 자생적으로 지역의 문화와 특색을 살리고 개척해서 지역을 발전시켰다. 이제, 이들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가 지역의 미래이자 희망으로 부각되고 있다. 각각의 지역이 창조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육성과 활약이 필수적이다. 뉴스투데이는 2020년 연중 기획으로 지난 2015년 네이버가 만든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도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혁명의 현장을 찾아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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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비치는 아무런 특색이 없는 양양의 바닷가를 보라카이 처럼 아름답고 특색있는 해변으로 만들어보려는 시도로 시작됐다. [사진제공=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전 세계 도시들은 창조도시가 되기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창조도시는 물리적 자원으로 건설할 수 있는 산업도시와는 다르다. 사람, 즉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아티스트, 소상공인 등 크리에이터의 지속적인 양성과 유치로 선순환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창조계급의 부상이 창조도시 성장의 관건

 

창조경제의 원조격인 유명한 도시학자 리차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저서 ‘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에서 창의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직업군, 즉 창조계급의 부상이 창조도시 성장의 동력이라고 진단한바 있다.

 

중심도시와 창조도시는 글로벌 중심도시 내에서도 공존한다.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밀집한 맨해튼이 뉴욕의 중심도시성을 가진 지역이라면 브루클린은 창조도시성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서울도 강남과 강북 도심이 대기업, 금융, 미디어 등 전통적인 비즈니스의 중심지라면 홍대부근과 성수동은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스타트업과 독립기업이 모이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창조도시 육성이 여의치 않는 것은 크리에이터,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분야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창의적인 소상공인, 즉 로컬 크리에이터다.

 

 

■ ‘양양 보라카이’를 꿈꾸는 서피비치 박준규 대표

 

호주나 하와이, 캘리포니아 해변의 이야기가 아니다. 강원도 양양에는 서퍼들의 전용 해변이 있다. 부드러운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고 소금기 베인 시원한 공기가 느껴지는 곳. 계속해서 몰아치는 동해의 검푸른 파도 위를 질주하는 서퍼들이 보인다. 양양의 로컬 크리에이터 박준규 대표가 만든 서피비치는 우리가 상상하던 그곳과 꼭 닮아있다.

 

 

▶특색없는 양양 바닷가를 이국적 서핑 해변으로

 

서피비치의 영문명 ‘SURFYY’에서 Y가 두 번 들어간 것은 양양이라는 지역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박준규 대표는 ‘양양의 보라카이’라는 컨셉으로 서피비치를 기획했다. 2013년의 일이었다.

 

서피비치는 원래 양양의 군사지역으로 일반인 출입이 안되던 해변에 만들어졌다. ‘양양 보라카이’라고 명명한 것은 아무런 특색이  없는 양양의 바닷가를 외국처럼 다양한 느낌이 있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박 대표는 강원도 평창이 고향으로 스노보드를 즐기는 스포츠맨 출신이지만 서핑과는 인연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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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비치 박준규 대표는 사업을 접을 위기에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청년혁신가로 선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진제공=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서핑이 양양 보라카이의 콘텐츠가 된 것이다. 전문 서퍼들을 초청해 서프스쿨을 만들었고, 지난해 부터는 스쿠버 체험, 다이빙 등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일 들을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서피비치의 직원은 총 15명으로 9개월을 근무하고 비수기인 3개월(12월부터 2월까지)은 유급휴가를 준다. 성수기에는 임시직을 포함해 직원이 85명까지 늘기도 한다.

 

 

▶50여개 서핑숍, 서프빌리지 조성으로 양양 인구 16년만에 증가

 

당초 양양의 죽도해변에는 2013년 무렵 3개 정도의 서핑숍이 있었는데 여기에 서피비치까지 들어서면서 부근에는 이제 외국처럼 서프 빌리지가 형성된 상태다. 현재 양양의 서핑숍은 무려 50개가 넘는다.

 

서프 빌리지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박 대표와 같은 서핑숍 사장, 아르바이트 강사, 숙박업소 운영자, 서핑이 좋아 아예 이곳에 거주하는 서퍼 등이다. 그동안 줄어들기만 하던 양양군의 인구가 2019년 16년만에 증가했다. 서프 빌리지 등 서핑관련 인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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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비치는 군사시설로 민간인 출입이 안되던 시절의 철조망 등의 소품을 잘 살려 조성했다. [사진제공=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죽도 서프 빌리지에 사는 사람들은 1년에 한 벌씩 서핑슈트가 필요하다. 물에 자주 들어가면 소재가 늘어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다수 서퍼들은 서울 등 수도권에 살고 주말에만 내려와 서핑을 하는데 1년에 10번 정도다. 그러다 보니 자기 장비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아 서핑 슈트 등 관련 장비산업까지 발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선은 주민문화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동해안은 좋은 조건을 갖추고는 있지만 바닷가와 인접한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바다를 관광자원으로 봤을 때, 적합한지 평가기준은 물과 모래다. 물은 수심도 중요하다. 고성의 송지호, 양양 하조대 부근,강릉 경포 금진해안, 망상-삼척의 명사십리 등은 물과 수심, 모래의 질과 굵기가 관광지로서 적당하다. 하지만 양양을 제외하면 해안으로 밀려오던 파도가 갑자기 먼 바다 쪽으로 빠르게 되돌아가는 이안류가 세서 위험한 편이다.

 

박준규 대표는 현재 서피비치 모습은 자신이 기획한 ‘양양 보라카이’ 구상의 4단계 중 1단계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1단계는 이름 없는 작은 해변에 이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해변에 이름이 생기면 연간 50만명이 온다.

 

총 16개의 카테고리 제휴사와 사업을 진행중이다. 올해부터 양양군과 협의해 해변 바깥쪽에 있는 라운지를 확장해서 바다 안쪽으로 옮겨 외국의 라운지 시설(수영장, 파티도 하고 전망을 보는 것 등)과 비슷하게 만들고 페스티벌을 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 백사장에서 책을 읽기에 적합한 서점을 만들기로 했다.

 

 

▶사업 접을 위기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청년혁신가로

 

서피비치를 막 시작할 무렵, 박 대표는 당국의 허가를 못받아서 시설을 철거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청년혁신가 발굴사업에 보라카이 사업계획 안을 지원, 선정됨으로써 현재에 이르렀다. 그는 공공부문에서 청년들에게 예산을 지원하고 사업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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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문화가 양양 부근 동해안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사진제공=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강원도 고성부터 삼척까지 160km의 해변에 군사용 철조망 제거가 완료되면 서피비치와 같은 아담하면서 컨셉이 살아있는 해수욕장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박준규 대표는 도전의식이 있는 젊은 청년들이 제2, 제3의 서피비치로 경쟁력 있는 바닷가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취재 및 자료협조=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 모종린 박민아 강예나 연구보고서 ‘The Local 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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