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시대](2) 투잡뛰는 '타다' 기사의 명암…탄력적 근무 VS. 수입 불안정

이원갑 입력 : 2020.02.24 12:01 |   수정 : 2020.03.05 17:03

수입적지만 미래의 주요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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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타다 사회관계망 캡처]

 

 

20세기의 노동자는 기업에 소속됐다. ‘기업 노동자’는 일을 통해 소득을 창출했고, 소속된 기업을 발전시켰다. 이제 기업노동자는 감소하고 ‘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달노동자 뿐만 아니라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을 포함한 지식노동자들도 각종 플랫폼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노동시장의 중심에 도달했다.이를 통해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경제주체는 플랫폼 자체이다. 이 같은 현상은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맞물려 빚어내고 있다.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와 같은 단어로 상징되는 ‘삶의 근원적 변화’가 인공지능(AI)에 의한 ‘기존 일자리의 격감’이라는 복병을 만남으로써 가속화되는 거대한 전환이다. 뉴스투데이는 도처에 존재하는 플랫폼 노동 현상(1부)과 그 경제사회적 의미(2부) 그리고 정책적 과제(3부)에 대한 연중기획을 통해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타다 이용해보니, '승차거부'는 없고 '침묵'은 있고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님이시죠? 벨트 착용해주세요∼”

 

차량 정차가 허용된 도로변에 ‘타다’ 소속 기아자동차 RV 카니발 차량이 멈춰 섰다. 승객석 미닫이문은 자동으로 열렸다. 기자가 탑승하자 운전기사는 예약자임을 확인한 후 안전띠를 매달라고 안내했다. 기사의 질문은 “어디로 가세요?”가 아닌 “네비(게이션) 대로 가시나요?”였다.

 

‘타다’는 휴대전화 앱을 통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정하고 예상 금액을 확인한 후 인근의 타다 서비스 차량을 예약해 콜택시처럼 이용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승차거부를 없앰으로써 택시와 변별점을 두는 전략이 주 무기다.

 

택시에 탑승했을 때 흔히 접할 수 있는 니코틴 찌든내와 코를 찌르는 방향제 냄새, 택시기사가 설교하는 ‘파업 당위성’ 내지 ‘정치 철학’은 타다 차량에서 찾을 수 없었다. 그 대신 디퓨저 향과 클래식 음악, 휴대전화 충전 케이블과 생수, 침묵이 있었다. 타다 이용자들은 '승차거부'는 없고 '침묵'은 있는 점을 타다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고 있다.

 

또 승객의 예약에 동의한 운전기사는 경로와 예상요금을 수용한 것이기 때문에 승객을 만난 현장에서 승차거부를 하는 일이 없다. 앱으로 일반 택시를 호출하는 카카오의 콜택시 서비스 ‘카카오T’와 예약 과정은 완전히 동일하다. 다만 현장 결제가 불가능하고 가입 시 등록한 신용(체크)카드에서 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된다.

 

타다는 택시를 부르는 서비스가 아니다. 대신 운영사 ‘VCNC(대표 박재욱)’가 보유한 자체 차량과 운전기사를 내보낸다. 기사들은 원하는 출근지(차고지)와 근무시간대를 선택하고 이 조건에 맞는 용역업체 소속으로 계약직으로 고용되거나 프리랜서로 계약한다. 이들 업체로부터 VCNC로 파견되는 방식으로 간접고용이 이뤄진다.

 

파견근로자로서 이들은 VCNC의 관리감독 하에 사전에 선택했던 근로시간을 부여받고 휴식 시간이나 근무 중 지켜야 할 사항 등을 지시받는다. 자격은 1종 보통면허 이상 소지자로 경력과 학력은 보지 않지만 음주운전 이력이 있으면 선발 과정에서 탈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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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타다 사회관계망 캡처]

 


일주일 단위로 배차 신청, 일감 못 받으면 ‘공치는’ 한 주

 

승객대비 근무자수 너무 적어, 안나가고 쉬는 차는 많아?

 

이들의 어려움은 고용 자체의 불안정성과 택시기사들과 마찬가지로 겪는 취객 등의 악성 소비자 사례에서 나타난다. 타다 근로자에 대한 운행 규정 자체에 대한 불만도 있다.

 

타다 운전기사는 매주 VCNC가 뽑는 선착순 근무자(배차) 명단에 들고 나서야 배정된 차량에서 승객의 ‘콜’을 받는다. 경쟁률의 차이는 있어도 매일 ‘일감’을 받으러 인력사무소에 줄을 서는 일용직 근로자와 같은 입장이다.

 

타다 운전기사 A씨는 “(VCNC가) 일주일 단위로 스케줄을 보낸다. 배차 신청하는 것을 경쟁적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 선착순으로 자르는데 늦게 신청하시는 분들은 다음 주로 (밀린다)”라며 “배차 시간이 딱딱 (신청에 성공)해야 되는데 주말만 하시는 분들은 배차 신청을 늦게 하거나 이러면 (근무를) 계속 못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근로자는 최근 승객 대비 근무자의 수가 적어 일이 바빠졌다면서 “(VCNC가) 운행하는 차 대수를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수요 대비 공급이 너무 많아서 줄였다고 얘기를 했다”라며 “예전에는 대기 할 시간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대기 할 시간이 없다. 내려드리면 바로 콜이 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차고지에 차들이 되게 지금 많이 있다. 안 나가고 쉬는 차들이 많다”라며 “운행하겠다는 기사님들은 되게 많은데 차 운행을 제한해 놨다. 자기네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결정해서 배차를 되게 많이 놀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택시기사들이 통상적으로 겪는 애로사항도 야간 운행을 하는 기사들의 경우 똑같이 나타났다. A씨는 “야간이 좀, 차는 덜 막혀서 편한데 술 취하신 분들을 상대해야 해서 그게 힘들다”라며 “(‘진상’ 고객이) 너무 많다. 잠들어가지고. 토하고, 난리가 난다”라고 토로했다.

 

다만 “(차량 내부에) 토를 하면 손님한테 세차 비용이 청구가 되는 걸로 알고 있다”라며 “저희 같은 경우 차고지로 복귀하면 세차하는 팀이 있다. 그 팀한테 맡기고 저희는 차를 바꿔서 다시 운행한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익명의 한 누리꾼은 타다 기사에게 적용되는 규정들에 대한 불편을 드러내는 가운데 “하루 종일 운전해야 하는데 강남 같은 곳에 빠지면 라디오 등 내가 듣고싶은 것을 일절 듣지 못하고 클래식만 듣다 보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낀다”라며 “도저히 졸음이 쏟아져 미칠 것 같아 조용한 팝송 같은 걸 틀어도 승객에 따라 불만을 제기한다”라고 털어놨다.

 

 

이용자 후기, “깨끗하고 친절” VS. “운영·운전 미숙” 엇갈려

 

이런 가운데 인터넷 후기를 통한 타다 이용자들의 칭찬과 불만은 서로 엇갈리는 모양새다. 누리꾼들은 승차거부가 없는 점, 차량 내부 분위기와 서비스 수준이 차별화된다는 점, 비접촉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높게 샀지만 미숙련 운전자가 있다는 점과 가격이 비싸고 고객센터 응대가 느린 점 등을 혹평했다.

 

누리꾼 A씨는 안드로이드 앱 마켓의 타다 이용 후기에서 “며칠 전 늦은 퇴근에서 눈 앞에 택시는 지나다니지만 콜은 역시나 받지 않더라”라며 “30분 넘게 시도하다가 갑자기 타다가 생각나서 사용해봤다. 바로 잡히고 너무 친절하셨다”라고 평가했다.

 

B씨는 “택시보다 안전하고 결제를 위한 현장 스킨십이 없으니 간편하다”라고, C씨도 “택시와의 차이점이 확연히 보인다. 일단 자동결제로 빠른 승하차가 된다”라며 “모든 택시가 그렇다는건 아니지만 택시를 탑승했을 땐 빠르게 운전하시려는 모습 때문에 가는 내내 불편하지만 타다는 여유롭게 이동하고 싶은 마음에 자주 이용하게 된다”라고 기술했다.

 

반면 ‘별 1개’를 부여한 D씨는 “고객센터 운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 모든 책임은 배차 운전하시는분들과 소비자에게만 물으려고 한다”라며 “수수료만 착하게? 착한기업인지 아닌지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라고 비판했다.

 

가격 문제를 지적한 E씨는 “모범택시 타는게 낫겠다”라며 “인원이 많으면 모를까 공항에서 부천역 30% 할인한 비용이 6만원 나오는 거 보고 결제 취소했다”라고 꼬집었다.

 

운전자의 미숙련 문제와 관련해 F씨는 “목적지까지 네비(게이션)도 못 봐서 이상한 길로 들어서는 거는 기본이고 길 잘못 들어서 한참 돌아갈 것 같으니까 그제와서 길 이렇게 가도되냐고 물어봤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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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뉴스투데이 이원갑 기자]

 

 

타다 운전기사 시급은 1만원, 최저임금 시급 상회

 

투잡, 쓰리잡의 일환이지만 향후 주요한 직업군 될 듯

 

타다의 첫 서비스는 지난 2018년 7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가 커플 앱 ‘비트윈’을 만든 VCNC를 인수하고 인수 2개월 후인 그 해 9월 시작했다. 운영사 VCNC는 2018년 한 해 42억 9809만원의 매출과 36억 743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모기업 쏘카 기준으로는 매출 1594억원, 영업손실 331억원을 기록했다.

 

타다의 운전기사는 시급이 1만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 8590원보다 높다. 야간 시급은 1만 2000원이다. 타다 측은 "타다 기사들의 월 평균 수입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대해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플랫폼  노동자 시대에 타다 기사로 일할 경우 생계유지를 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운송 업계에서는 타다 기사들이 대부분 투잡이나 쓰라잡을 뛰는 경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업으로 하기에는 근로시간이나 수입면에서 모두 부족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감소 시대에 청년층이나 은퇴자 등에게는 중요한 직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타다는 택시가 아니라 11인승 렌터카

 

1심 법원은 '타다'를 합법 판결 VS. 여당은 '타다 금지법' 추진?

 

타다의 사업모델은 택시가 아닌 렌터카다. 법률상 타다 앱으로 호출되는 차량은 렌터카, 기사는 렌터카에 딸려 오는 운전자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VCNC와 같은 자동차대여사업자가 렌터카에 운전자를 붙여주는 건 불법이지만 시행령 제18조 1항 바에서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승합자동차”를 예외사항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 면허가 없는 상태로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사실상의 택시 영업을 한다는 비판을 택시업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이유다. 동일한 유형의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던 카카오는 실제로 법인택시 회사를 통째로 사들여 자사의 카카오T 서비스에 편입시킴으로써 이 논란에서 벗어난 바 있다.

 

타다 차량에서 하차할 시 듣게 되는 기사의 인사말 “좋은 하루 되세요”를 계속 접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당장 지난 19일 1심 법원이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타다의 합법성을 인정했지만 여당이 발의한 이 법의 개정안에서는 타다의 영업방식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상임위원회를 이미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의 기술적 검증과 본회의 상정만을 남겨둬 사실상 통과 수순을 밟고 있다. 법사위 차원에서 지난 19일 1심 판결을 고려할지 여부는 국회로 공이 넘어간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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