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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2.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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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2월 19일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를 열었으나 양측 입장이 강하게 부딪혀 다음 회의에 대한 논의도 없이 종료됐다. 사진은 회의 종료 뒤 미국대사관에서 브리핑하는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수석대표(왼쪽)와 외교부에서 브리핑하는 정은보 한국 측 수석대표(오른쪽). [사진제공=연합뉴스]

세계적으로 국제주의가 밀려나고 민족주의가 밀려오고 있다. 북한 핵 문제는 표류 중이며 핵 위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전환기에 들어선 한미 동맹은 주요 현안 마다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15∼16일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과 미국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e)가 공동 주관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전환기 한미 동맹의 갈등과 진로’를 주제로 발표한 류제승 KRINS 부원장이 한미 동맹의 전환기적 상황과 과제에 대해 7회에 걸쳐 심층 칼럼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전작권 전환, 시간이 아닌 세 가지 ‘필요조건’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핵심 역량 구비, 방위 충분성 능력 확보, 한반도 전략 환경 안정 등


[뉴스투데이=류제승 KRINS 부원장] 한·미 양국은 2014년 10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적정 시기에 안정적 전환’이 기본 원칙이다. 양국 대통령은 2017년 6월 첫 정상회담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협력한다”고 재확인했다.

이러한 정신에 따라 전작권 전환이 성사되면 한국군 주도의 국토방위를 실현하는 역사적 계기가 마련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안에 전작권 전환을 이루겠다며 의욕을 보인다. 그런데 문제의 본질은 시간이 아닌 ‘조건’이다. 한·미가 합의한 세 가지 필요조건을 다시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다.

첫째 조건은 한국군이 연합방위체제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한국군 유형 전력의 부족분은 미국의 보완전력과 지속전력으로 채우면 된다. 그러나 무형 전력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 측 4성 장군이 최고사령관으로서 연합군의 전쟁 준비와 전쟁 수행을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

전쟁 준비 활동은 지금까지 미국 측 사령관이 주도했던 위기관리, 정보관리, 작전계획 수립, 연습훈련 계획·실시, 교리 발전, 합동지휘통제체제(C4I) 상호운용성 보장 등 6개 분야로 요약된다. 전쟁 준비는 전쟁을 억제하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전쟁 수행은 무수한 마찰과 우연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미군의 지원을 이끌면서 한국군에겐 국가적 사명을 완수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군 합참의장이 미래 연합사령관 직책을 겸직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연합사령관의 전략적 역할과 지위를 보장하고 각 군 참모총장에게 작전지휘 책임을 부여해 군령집행 계통을 단일화함으로써 작전지휘 능률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조건은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미국 측 전략자산 전개 전에 한국 스스로 탐지·교란·파괴·방어할 수 있는 ‘방위 충분성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군 주요 수단인 군사정찰위성, 천궁(M-SAM), F-35 전투기의 실전 배치, 현무 계열 정밀무기 등의 능력 발전과 한·미 작전요소들의 조화로운 협업체계를 숙련하는 노력이 필수다.

셋째 조건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전략 환경의 안정이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상태에서 도발 강도를 높여갈 수 있다. 지난 해 북한은 13차례 걸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략적 도발을 자행했다. 작년 7월에는 중·러 공군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독도 영공을 침범하고 일본 공군기까지 가세하는 난동이 벌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셋째 조건이 요구하는 상황의 논리가 첫째와 둘째 조건이 요구하는 역량의 논리를 지배할 수 있다.

필요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동맹 체질을 강화하는 노력 병행해야

이런 세 가지 필요조건이 충족되더라도 전작권 전환을 위한 충분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정부 출범 이후 부쩍 한·미 동맹의 체질 약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래 한반도 평화를 지탱해온 전통적 안보 기제들의 건강 회복을 위해 몇 가지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예컨대,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비롯한 전략적 소통·협업체계를 내실화하고, 한·미 핵 공유 협정을 체결하여 북핵 위협에 대한 실효적 억제력을 갖춰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의 적정 규모를 책정해 주한미군 주둔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유엔사의 정전체제 관리와 전력 제공 기능의 활성화를 지원해야 한다. 또 북한의 태도와 전략 환경 변화에 따라 연합 연습훈련을 적시에 복원해야 한다.

한·미 연합지휘관계의 변화는 국가 안위와 직결된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시간에 쫓겨 다급하게 처리할 일이 아니다. 미국과의 상호 신뢰 속에서 일련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춰 안정적으로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유엔사, 한·미 동맹의 탁월한 안보기제…재활성화 적극 참여해야

유엔군사령부 기능의 ‘재활성화(revitalization)’ 사업이 진행 중이다. 유엔사의 존재 이유는 평시 한반도 정전체제의 안정을 유지하고, 전시에는 외교 경로로 유엔사와 유엔 회원국들이 제공하는 병력과 물자를 확보해 연합작전 수행을 지원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유엔사는 참모조직을 보강하고 미래 연합군사령부와의 상호관계 설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유엔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인 로버트 에이브럼스 미국 육군 대장이 겸직하고 있다. 미군이 맡았던 부사령관은 작년 7월부터 웨인 에어 캐나다 육군 중장에 이어 스튜어트 매이어 호주 해군 중장이 맡고 있다. 참모장은 마크 질레트 미국 육군 소장이다. 전체 참모부는 한국·미국·회원국 군인들을 적정 비율로 편성해 제3국의 비중을 과반수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미 양측은 협의하고 있지만 실질적 진전은 없다. 유엔사령관(미국 측 대장)과 미래 연합사령관(한국 측 대장)의 지휘관계 설정 문제도 논란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유엔사를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그리고 한·미 동맹을 남북관계의 종속 변수로 간주하기 때문인 듯하다.

연합사령관과 유엔사령관은 본래 협조·지원하는 관계다. 한·미는 ‘방어준비태세(DEFCON)’ 제도를 적용하고 있고, 지금 한반도는 데프콘4 상태다. 만일 북한이 전쟁을 위협하면 우리는 정전체제의 위기관리와 전시전환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데프콘3→2→1 순으로 태세를 조정하면서 전쟁 억제 노력과 전쟁 준비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전쟁 준비 활동은 곧 전쟁 억제와 승리를 달성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다양한 상황의 요구에 맞춰 유엔사령관이 주도하고 연합사령관이 지원하는 경우, 또는 연합사령관이 주도하고 유엔사령관이 지원하는 경우의 수가 있기 마련이다. 유엔사령관과 연합사령관 간 ‘주도(supported)와 지원(supporting)’의 역할 분담은 필수불가결하다. 한국과 미국군 교범 공히 가장 느슨한 지휘관계로서 ‘주도와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다국적 기구인 유엔사는 한·미 동맹의 탁월한 안보기제다. 한반도 평화는 물론 중국의 도전을 견제하면서 동북아 전략균형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강압 외교’는 한국만으로는 버거우며 주변국 관계도 미국과 합심해야 효과적이다. 정부와 군이 대한민국 안보의 ‘정체성’을 오롯이 세우고 연합방위체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유엔사의 재활성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마땅하다.

방위비 분담금, 종전 협상 틀 벗어나…공평한 기준으로 재설정돼야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제11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실무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모든 주둔국에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초 연 47억달러(약 6조원)가량을 한국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은 작년 12월 18일 방위비 분담금 요구액을 다소 낮췄다는 의미로 발언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여전히 무리한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미국이 최초 요구액보다 적은 약 3~4조원을 요구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한국의 보수성향 국민들까지도 미국의 입장과 태도를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미국이 안보문제를 ‘거래적’으로 접근한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해질 것이며, 나아가 주변국과 새로운 집단 안보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대두될 수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매년 3~4조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지출하는 대신 한국 국방비를 그만큼 증액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력에 의지하지 않은 채 북핵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체 핵 무장’에 국방비를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해외 무기도입 경로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다.

이러한 연유로, 그동안 한미 동맹을 지지하던 국민들도 미국을 믿을 수 없다면서 반대로 돌아설 위험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반미 감정이 확산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이번 미국의 요구는 SMA를 토대로 한국의 분담 비중을 정하던 종전의 협상 틀을 벗어났다. 따라서 기존 범주를 확대하여 전투여단 순환 배치·전략자산 전개·연합 연습 비용을 고려하고, 한국 측의 평택기지 건설·반환기지 환경 치유·미국무기 구매·간접지원비 등도 감안해 상호 균등하게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세계 최대 해외기지로 평가받는 평택기지의 총 건설비용 13조원(110억불)의 92%를 제공한 사실도 반영돼야 한다.

이와 같이 공평한 기준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 규모가 설정돼야 하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소 5년의 적용기간에 합의하고 매년 단계적으로 증액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한편 대부분의 분담금 사용에 현물지원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우리 경제 이익으로 환원되는 효과와 함께 미국 측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 등을 국민과 국회에도 적극 알려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지소미아, 한일 문제이자 한미 동맹 문제로 전략적 판단 필요

지난해 11월 22일 자정, 한국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효력을 조건부로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애당초 한국이 지소미아 파기를 강력히 예고하면서 일본과 비밀 정보교류 중단을 선언하는 선행 조처를 했더라면, 일본의 태도와 미국의 중재 역할을 보면서 차후 전략을 구사하는 융통성을 가졌을 것이다. 한국 정부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러한 전략적 판단조차 반미·반일 감정에 도취해 배척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만일 한국 정부가 미국 일변도의 안보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과 일본·호주와의 동맹체제로 재설계하는 전략적 구상을 바탕으로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했다면, 조건부 유지 결정이 아닌 종료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그러면 미국은 주요 의제에 관한 협의에서 한측 입장을 더 존중하게 돼 한미 동맹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지소미아는 한일 문제이면서 한미 동맹의 문제이다. 한미 동맹의 협력적 안보는 한미와 한일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데서 출발한다. 미국의 ‘린치핀’ 한국과 미국의 ‘코너스톤’ 일본 사이에 비밀 소통이 단절되면 미군의 전략적 역할을 제약해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불안정성이 생길 위험이 크다. 국가 안보를 책임진 위치에서 그동안 주고받은 정보량이 얼마냐는 산술적 근거만으로 유용성을 따져선 안 된다.

일본 또한 과거사 문제에 수출 규제를 끌어들였기 때문에 책임이 크다. 이제부터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철회하는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물론 징용 배상 판결의 후속 처리에 대한 한일 양국의 합의 도출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어떻든 조건부라지만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유지 결정은 미국의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극복해야 하는 한국에 유리한 입지도 가져다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한미연합연습·훈련 적시적 복원해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외교적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키리졸브 연습 및 독수리 훈련 등이 줄줄이 중단되거나 축소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과 재래식 군사위협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커진 상태다.

강력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는 오로지 실전적 연습과 훈련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이런 관점에서 대규모 연합연습 및 훈련의 축소로 말미암아 억제력과 대응력이 약화될 것이란 평가가 합리적이다.

최선의 방안은 하루 빨리 연합연습 및 훈련을 복원하는 것이다. 추후 한미 양국의 정치 및 군사 리더십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적정시기에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은 미북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면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전쟁 지휘, 전쟁 수행, 전쟁 지원 측면에서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창의적으로 적용해야 할 때이다.

[연재 순서]
① 전환기적 한반도 전략 환경과 김정은의 게임 플랜
② 문재인과 트럼프의 가치 지향과 정책노선 비교
③ 한미 양국 정부의 안보정책 비교
④ 한미 동맹의 미래 진로 설계와 비(非)군사적 과제
⑤ 한미 동맹의 군사적 과제…핵 동맹으로 진화돼야
⑥ 한미 동맹의 군사적 과제…안정적으로 현안 관리해야
⑦ 한미 동맹과 남북 관계의 조화로운 미래

※ 류제승 전 국방정책실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현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이다. 육군교육사령관, 제8군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제11기계화보병사단장, 연합사 기획참모차장, 합참 전략기획차장, 합참 군사전략과장 등을 역임했다. 독일 루르(보쿰) 대학교 역사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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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승의 한미 동맹] ⑥ 한미 동맹의 군사적 과제…안정적으로 현안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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