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현장에선] 삼성은 왜 라이온즈에 야박해졌을까?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2.10 17:00 |   수정 : 2020.02.27 18:05

[JOB 현장] 라이온즈에 야박해진 삼성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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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7월 런던올림픽 수영경기장을 찾아 박태환 선수를 응원하는 이건희 삼성회장과 부인 홍라희 여사,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이서진 씨 남매 등 삼성그룹 일가족 모습[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삼성 이건희 회장은 학창시절 레슬링에 심취했던 ‘스포츠광’이다. 레슬링협회장은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12년 간 역임하기도 했다. 삼성은 박세리, 박태환, 김연아 같은 한국이 낳은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를 후원하기도 했다.

이승엽 선수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홈런을 펑펑 날리고 팀이 우승을 휩쓸 때,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의 오너 일가는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삼성이 추구해 온 ‘일등주의’에 대한 집념은 프로야구나 농구, 배구 등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포츠광’ 이건희 회장, 사업 뿐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일등주의’ 집념

야구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녀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는 사진이 여러차례 공개됐고, “병석에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이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쳤다는 TV중계에 눈을 번쩍 떴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은 스포츠 분야에 대한 애정이 예전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스타인 구자욱 선수와 3000만원을 둘러싼 갈등이다. 구자욱은 지난달 30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작된 팀의 전지훈련에 불참하고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연봉 협상이 틀어진 탓이다.

구단은 구자욱에게 작년 연봉(3억원)에서 10%를 삭감한 2억7000만원을 제시하자 구자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고 있다. 양쪽이 갈등을 빚는 금액 차이는 3000만원은 삼성전자의 웬만한 고졸 여직원들이 연말에 받는 상여금 보다 적은 액수다.

▶라이온스 ‘프랜차이즈 스타’ 구자욱에 삼성답지 않은 홀대... 이유는?

구자욱은 대구고를 졸업한 뒤, 2012시즌을 앞두고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상무를 거쳐 2015년 1군에 데뷔해 타율 0.349 11홈런 97득점으로 활약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호타준족(好打駿足), 장타에 빠른 발, 잘 생긴 외모와 뛰어난 야구 실력으로 단숨에 ‘프랜차이즈 스타’가 됐다.

구자욱의 섭섭함은 일리가 있다. 그는 데뷔 첫해 신인 최저 연봉인 2700만원을 받았고, 이듬해 8000만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상승폭은 성적이 비슷했던 신인왕 경쟁자 김하성(키움) 선수의 절반에 그쳤다.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소속 구자욱 선수 [사진=연합뉴스]


이후 매년 꾸준한 활약을 펼쳤지만 연봉 인상 폭은 그 뒤에도 크지 않았다. 작년에는 아예 구단에 연봉을 백지위임하기도 했다. 구자욱과 같은 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박해민은 지난 시즌 타율 0.239에 5홈런에 그쳐 올해 연봉이 작년보다 6000만원 깎였는데도 구자욱의 작년 연봉(3억원)과 같다. 구자욱과 신인왕 경쟁을 펼쳤던 김하성은 올해 연봉이 5억5000만원이다.

삼성은 라이온즈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2011년~2015년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 2011~2014년 4년 연속 코리안시리즈 제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또 1997년~2008년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역대 1위) 1984년~1993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역대 2위) 등 꾸준한 성적을 올린 바 있다.

▶2015년 선수 원정도박 사건이후 지원 급감...삼성에 대한 반감 고려도

그러나 2015년 코리안시리즈에서 패배한 뒤 삼성 라이온즈는 그룹에서 제일기획에 매각됐고 이후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일기획으로 소속이 바뀐 뒤 라이온즈는 몸값이 비싼 선수들을 내놓거나 FA시장에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성적도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삼성이 라이온즈에 대해 이렇게 야박해진 직접적인 계기는 2015년에 터진 소속 선수들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이었다. 당시 라이온즈에서 고액 연봉을 받던 리그 최정상급 선수들이 거액의 원정도박을 벌인 것에 대해 그룹에서 이미지 추락 등을 우려해 단호한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 2011년 7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삼성 라이온즈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삼성 주변에서는 핵심적인 이유로 이건희 회장이 추구해온 일등주의의 부작용을 꼽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눈부신 실적으로 압도적인 재계 1위를 구가하던 삼성이 프로야구에 농구, 배구까지 지배하자 국민적 반감이 조장되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역 연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는 팬들 사이에 갈등이 매우 심한 편이다. 팀간 승패가 팬들 사이에서 지역감정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많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왜 프로야구까지 삼성이 1등이냐며 안티세력이 생겨나는 것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논의가 있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 라이온즈의 전성기 때 기아 타이거즈의 성적은 바닥권이었는데 최형우라는 걸출한 호남출신 타자가 삼성에서 뛰다 보니 호남팬들 사이에서 삼성에 대한 반감이 생길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여기에다 이 무렵 삼성그룹 및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및 변칙승계 의혹이 불거지고 사법당국의 수사로 이어진 것도 삼성 라이온즈와 일정한 거리를 두게 만든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올림픽 후원 종료까지 검토...스포츠에 애정 식었나

삼성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올림픽의 최대 후원기업 중 한곳이다. 삼성전자는 1988년 서울올림픽 지역 후원사로 올림픽과 인연을 맺은 이후, 1997년 IOC와 글로벌 후원사 중 최고 등급인 TOP(The Olympic Partner) 계약을 체결하고 공식 후원사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2018년 가을, IOC와의 계약 연장을 앞두고 삼성은 올림픽 후원종료를 적극적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올림픽의 인기가 식어가는 상황에서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IOC가 요구하는 후원 비용은 4년마다 1억 달러(약 1200억원) 정도로 점점 비싸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 2018년 12월4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바흐 IOC위원장(이 부회장 오른쪽) 등이 올림픽 후원 연장계약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무렵 삼성의 이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2032년 남북공동 올림픽 유치’다. 삼성전자가 올림픽 스폰서를 중단하면 올리픽 유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실제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 인터뷰에서 “올림픽 유치를 위한 첫 번째 골든타임은 삼성이 (올림픽) 스폰서 계약을 연장할지 말지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몇년 사이 삼성은 그룹 전체적으로 경비절감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스포츠에 대한 투자축소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프로야구를 비롯, 축구 배구팀의 소속이 제일기획으로 변경됐고, 일부 스포츠 종목은 팀이 해체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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