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승의 한미 동맹] ② 문재인과 트럼프의 가치 지향과 정책 노선 비교

류제승 입력 : 2020.02.05 09:48 |   수정 : 2020.02.0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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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3일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답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세계적으로 국제주의가 밀려나고 민족주의가 밀려오고 있다. 북한 핵 문제는 표류 중이며 핵 위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전환기에 들어선 한미 동맹은 주요 현안 마다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15∼16일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과 미국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e)가 공동 주관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전환기 한미 동맹의 갈등과 진로’를 주제로 발표한 류제승 KRINS 부원장이 한미 동맹의 전환기적 상황과 과제에 대해 7회에 걸쳐 심층 칼럼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빈번한 정상회담과 전화통화에도 공감대 확장됐다는 평가 어려워

[뉴스투데이=류제승 KRINS 부원장]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같은 날은 아니지만 2017년 같은 해에 취임했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은 문재인 정부보다 불과 3개월가량 앞선 시점에 이루어졌다. 한미 양국 정부는 같은 시대의 세계와 지역과 한반도의 전략 환경에 마주하게 된 셈이었다.

한미 정상의 첫 번째 만남은 그 해 6월 30일 워싱턴 D.C.에서 이루어졌고, 작년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린 정상회담까지 총 9차례를 기록했다. 그리고 두 정상은 지난해 12월 7일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22번째 전화 통화를 했다.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진 듯 보이지만, 둘 사이에 굳건한 신뢰가 형성됐고 공감 영역이 확장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한미가 관여하는 북한 비핵화 문제를 비롯해 여러 주요 의제들이 서로 만족할 만한 진전과 합의를 도출하기에 쉽지 않은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양국 지도자가 지향하는 가치와 정책 노선의 차이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가 말하는 대중 영합적 민족주의(populist nationalism)를 신봉하고 ‘인정받기 위한 투쟁(a struggle for recogniton)’ 동력을 거세게 발휘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 투쟁 양식은 동일한 정체성으로 무장된 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향유하면서 다른 정체성을 지닌 개인과 집단은 철저히 배격하는 권위주의적 특징을 보인다.

둘 다 정권 재창출 의지 강해…김정은과 핵 포기에 낭만적 기대

이와 같이 한미 양국의 최고지도자는 전통적 가치를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기 때문에 사회의 통합보다는 극심한 분열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모든 정치권력의 속성이지만, 두 지도자의 정권 재창출에 대한 의지는 유난하다. 따라서 국내 정치적 고려가 국제 정치적 고려를 지배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고 나서 자료와 사실을 흡수한다”고 증언했다. 문 대통령은 “쉽게 꺾이거나 양보하지 않는다”, “노무현의 고집보다 문재인의 고집이 훨씬 세다“는 측근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북한 핵문제는 두 지도자의 최우선 관심사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인간적 신뢰를 표현하면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접근하면 그가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와 문재인 리스크의 실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외치면서 비용문제를 앞세워 동맹국에 대해서도 ‘거래적’ 접근을 한다. 그는 한미동맹의 역사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확산, 국제법 준수, 인권 존중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란 인식이 빈약하다. 그의 동맹 경시 발언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트럼프, 동맹국에 거래적 접근 vs. 문재인, 동맹관에 의심스런 시선

예컨대, “우리는 한국의 접경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국경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을 겨냥해 “솔직히 우리와 최악의 거래를 하는 나라는 바로 우리 동맹국들”이고 “우리의 동맹이 우리를 훨씬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의 구실을 찾으려는 언행을 계속해왔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주한미군의 미래에 관해서도, “주한미군은 남북관계에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대북 억제력으로서 큰 역할을 하지만 나아가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만들어내는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안보에 도움이 되지만, 미국의 세계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나는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 심지어 남북이 통일을 이룬 후에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년 5월 군 지휘부와 함께한 자리에서도 ‘위대한 동맹, 영원한 동맹’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동맹관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같은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한미동맹의 가치와 역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공개 발언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힘과 대화로 변화 요구 vs. 문재인, 대화를 통한 평화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최대 압박 정책과 정상 간의 직접 대화를 즐긴다.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이며 도전세력으로 규정한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우선’(Inter-korean Relation First) 정책을 추구하면서 북한의 무례함과 도발 행동에도 불구하고 유화적 접근으로 일관한다. 또 ‘평화 지상주의’ 정책을 편다. 북한과 중국을 위협과 도전세력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각각 같은 민족으로서, 이웃 국가로서 교류협력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국 공화당의 전통적 안보정책인 ‘힘을 통한 평화’는 미국의 강력한 군사·경제력을 바탕으로 외교 대화를 통해 도전하는 상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특징을 지닌다. 미국은 힘의 우위를 토대로 경쟁자들과도 외교를 통해 대화를 유지하면서 협력을 추구한다.

문 대통령도 똑 같이 ‘힘을 통한 평화’를 언급했지만 2018년 10월 제70주년 국군의 날 경축사의 한 구절일 뿐이다. 북한과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평화는 평화로운 방법으로만 실현될 수 있다. 남북 간의 평화를 궁극적으로 지켜주는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라고 강조한다. 외교와 군사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전략의 보편적 진리를 간과한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1월 3일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더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균형 외교’ 정책 노선이다. 이 발언은 11월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10일 베트남의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이루어졌다.

한국, 미·중 균형외교 지향…중국, 무례한 외교 행태 변화 없어

문 대통령은 "안보에 있어서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며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미국 간의 공조는 중요한 과제로서,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입장을 계속 유지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중국과의 관계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경제 협력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전략적 협력이라는 차원에서도 중국과의 관계가 아주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외교관(外交觀)은 그의 회고록 ‘운명’에서 참여정부는 “전통적인 한미 동맹관계를 중시하되 지나친 대미(對美) 편중 외교에서 벗어나 균형외교를 지향”했다고 언급한 것과 동일 맥락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 외교를 천명하기 며칠 전인 10월 31일 한국은 중국과 사드 갈등 문제의 봉합을 시도하면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도출했다.

그런데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재발 방지 대책 없이 한국 정부는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하지 않고,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3NO 원칙'을 명시한 것을 두고 한국의 안보주권을 포기한 합의였다는 비판여론이 비등하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의 발전을 위한 한국의 미래 전략적 선택을 제약하고 중국의 개별 편익을 존중해주는 결과를 가져 왔기 때문이다.

사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어무기체계이며 사드 포대의 레이다는 중국까지 탐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한국은 중국에게 수없이 설명했고, 이제는 중국도 정확히 알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12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서울 한복판에서 한미 동맹을 공격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고,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한국에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의 무례한 외교적 행태는 그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연재 순서]
① 전환기적 한반도 전략 환경과 김정은의 게임 플랜
② 문재인과 트럼프의 가치 지향과 정책노선 비교
③ 한미 양국 정부의 안보정책 비교
④ 한미 동맹의 미래 진로 설계와 비(非)군사적 과제
⑤ 한미 동맹의 군사적 과제…핵 동맹으로 진화돼야
⑥ 한미 동맹의 군사적 과제…안정적으로 현안 관리해야
⑦ 한미 동맹과 남북 관계의 조화로운 미래

※ 류제승 전 국방정책실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현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이다. 육군교육사령관, 제8군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제11기계화보병사단장, 연합사 기획참모차장, 합참 전략기획차장, 합참 군사전략과장 등을 역임했다. 독일 루르(보쿰) 대학교 역사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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