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코레일과 대기업들을 괴롭히는 '은근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사각지대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1.27 06:45 |   수정 : 2020.01.27 06:45

코레일과 대기업들을 괴롭히는 '은근괴'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드라마 '하자있는 인간들'에서 '은근괴' 당하는 오연서 모습, [사진출처=MBC방송화면캡처]

블라인드 앱 조사해보니, '왕따' 및 '루머유포' 등 여전해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피하는 '은근한 괴롭힘' 많아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근거없는 루머 유포', '집단 따돌림' 등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대기업 및 공기업 재직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의미한다.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 119가 직장갑질 금지법 시행 100일(2019년 10월23일)을 맞아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39.2%가 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60% 정도는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셈이다.

뉴스투데이가 글로벌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앱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 직장인들이 은근한 괴롭힘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줄인말로 '은근괴'라고 칭해보자. 은근괴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다. 명확하게 법에 저촉된다고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명백한 괴롭힘'이라는 공통점을 갖는 행위이다. 블라인드앱에서 대기업 및 공기업 재직자들이 호소한 '은근괴' 유형은 다양하다.

불라인드앱은 주로 대기업 직원들이 익명으로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직장 관련 이야기나 회사 내부 문제 등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이메일로 인증을 받는 방식이므로 해당 기업 재직자임을 확인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등과 같이 인화성이 강한 이슈가 알려지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 직장 내 ‘은근한 괴롭힘’ 사례 [표=뉴스투데이]

코레일 A씨, "상사가 은근히 정신적으로 괴롭혀, 꿈에 나올 정도"

LG전자 C씨, "팀원이 집단으로 괴롭혀, 동기는 결국 퇴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재직 중인 A씨는 “상사가 남들은 잘 모르게 은근히 정신적으로 괴롭힌다며 꿈에 나와서 잠도 못 잘 정도”라고 토로했다. 호반건설에 재직하고 있는 B씨는 “근거없는 루머를 퍼뜨려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 간의 이간질, 정치질로 흔적없는 상처를 너무 받고있다”고 호소했다.

LG전자에 근무하는 제보자 C씨는 “팀원들이 여럿이 뭉쳐서 본인을 괴롭히고 있고 동기 역시 비슷한 이유로 퇴사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무서워서 이직하고 싶지만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또 다른 회사 제보자 D씨는 “은근히 분위기를 주도해서 본인을 왕따시키고, 인사를 안 받아주면서 무시하는 눈빛으로 괴롭혔던 가해자가 팀장으로 임명되었다” 며 “직장 상사한테 일련의 일들을 얘기했으나 구체적인 증거를 가져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토로했다.

제보자 E씨는 “본인이 얼음 씹는 소리나 컴퓨터 자판소리가 시끄럽다고 선임이 꼽주기 식으로 괴롭히지만, 회사에서 영향력 있는 직원이라 직장 동료들이 방관한다며, 스트레스로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되었다”고 하소연했다.

▲ 코레일 A씨, 기타회사 D씨 은근한 괴롭힘 사연[사진출처=블라인드앱 화면캡처]

은근괴 사례들이 갖는 특징은 실체적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피해자만 인식할 수 있는 은근한 괴롭힘은 신고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특히 몸짓이나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행위로 이루어지는 괴롭힘이나 수군거림은 녹취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은근한 괴롭힘 환경에 노출된 채로 근무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직원 다수가 합세하는 집단 따돌림은 피해자의 신고 의지를 좌절시키는 경우가 많다. 조사과정에서 참고인 확보가 어렵거나 이에 따라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여 신고 자체를 꺼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피해자에게 남는 선택지는 괴롭힘을 견디거나 이직, 혹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다.

실제로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사측에 보고하더라도 구체적인 증거 없이는 괴롭힘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역시 증거 확보가 어려운 은근한 괴롭힘에 관하여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실체적 증거 없이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주관적 판단만이 증거일 경우에도 괴롭힘을 인정한다면 이를 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례로 “직장에 새로 입사한 지 1달이 지났음에도 환영식이나 기타 환영의 제스처를 해주지 않은 것을 따돌림으로 인식하는 피해자의 주관적 판단만으로 괴롭힘을 인정한다면, 도리어 그가 가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인격을 침해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JOB현장에선] 코레일과 대기업들을 괴롭히는 '은근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사각지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