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제재심 앞두고 키코 배상 '눈치작전' 들어간 은행들

김성권 기자 입력 : 2020.01.08 17:47 |   수정 : 2020.01.0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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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헌 금융감동원장은 키코 사태 분쟁조정과 관련해 "은행들이 조정 결과를 대승적으로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분쟁조정 대상 은행, 키코 배상안 수락 기간 연장

하나·우리은행, DLF 징계와 겹쳐 고민..수용 시 나머지 은행 판단에 영향

하나은행, 은행협의체 첫 참여..나머지 은행 참여 가능성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은행들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수용을 고민 중인 가운데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징계를 결정하는 제재심의위원회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권고안을 거부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지만 감독당국이 키코 배상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만큼 수용 여부를 놓고 눈치 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우리·KEB하나·KDB산업·씨티·대구은행 등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린 조정안의 수용 여부를 의사를 결정하는 시한을 연기했거나 신청할 예정이다. 금감원도 연장 요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은행과 피해 기업들은 이날까지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되지만, 아직 수용을 결정한 은행은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연장을 요청했고, 나머지 은행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 연초 바쁜 시기라 은행들이 키코 사안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해보여 시간을 더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이유라지만, 사실 DLF 때와는 다른 분위기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DLF 때는 분조위가 열리기도 전에 거듭 사죄하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태도였지만, 이번에는 권고안이 나오고 20일이 됐는데도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미온적인 반응이다.

앞서 금감원은 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원글로벌미디어·남화통상 등 4개 피해기업이 해당 은행을 6곳을 상대로 제기한 분쟁조정에 대해 15~41%, 평균 23%의 배상비율을 권고했다. 분조위는 은행들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은행별 배상 금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하지만, 배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문제다. 키코 사태는 지난 2008년 발생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인 10년이 완성됐다. 금감원 조정안은 법적인 강제력이 없어 수용하지 않아도 딱히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에서는 배상을 수용하면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배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나머지 기업들도 추가 분쟁조절에 들어갈 수 있어 배상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러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키코 사태 해결에 대승적으로 수용해줬으면 좋겠다"고 사실상 '압박'을 가하면서 은행들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중에 이달 16일 열리는 DLF 제재심도 은행들의 심경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키코 분쟁조정 대상 은행 중에는 하나·우리은행이 제재심 대상이다.

징계 수위에 따라 해당 은행 CEO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감독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DLF 사태에 대한 검사 의견서에 감독 책임자로 함영주 당시 하나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을 명시했다. 여기에 라임 사태로 판매사인 은행의 불완전 판매 정황이 속속 드러난 것도 악재다.

일단 DLF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힘써야 하는 하나·우리은행은 키코 조정안에 따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키코는 분쟁 조정 대상 은행들이 함께 조율해야 하는 문제라 DLF 관련 은행들의 결정이 다른 은행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KEB하나은행은 이날 키코 추가 분쟁 조정을 위한 은행 협의체에 11개 은행 중 처음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협의체 참여가 배상 수용의 의미는 아니지만, 은행 중 가장 먼저 해결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나머지 은행들도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오랫동안 끌어온 키코 관련 분쟁을 끝내고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단순히 배상금 지급 의무 여부를 떠나 피해 기업과 고통 분담을 통해 금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날 (수락 기간)연장 신청은 했고, 분쟁조정 수용 여부는 계속 검토 중"이라며 "향후 이사회가 개최되면 조금 더 심도 있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선 "이사회에 보고는 됐고, 이 역시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키코 피해기업들은 분조위 결정을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10년 이상 끌어온 키코 사태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변동해 피해를 봤다. 147개 기업의 피해액은 약 1조원이며, 금감원 시뮬레이션 결과 은행들의 배상액은 2000억원 초반대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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