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윤종원 출근막고 부행장들 비난한 기업은행 노조의 2가지 '힘의 원천'

김성권 기자 입력 : 2020.01.03 17:48 |   수정 : 2020.01.03 17:48

[JOB현장에선] 기업은행 노조의 2가지 '힘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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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임 IBK기업은행장에 임명된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는 노조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기업은행 노조, 윤 신임 행장 3일 출근 저지

"함량미달 낙하산 행장 반대, 부행장들은 부끄러울 줄 알아라"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우여곡절 끝에 IBK기업은행장 자리에 관료 출신인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임명됐지만, 3일 첫 출근이 좌절됐다. 기업은행 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윤 신임행장의 출근을 막았기 때문이다.

노조가 건물 진입을 봉쇄하면서 윤 행장은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날 오전 기업은행 노조원 50여명은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 정문을 바리케이드로 봉쇄하고, 후문에도 수십명이 대기하며 윤 신임 행장의 진입을 막았다.

노조원들은 "금융분야 관련 경력이 전무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비전문가"라며 "함량 미달 낙하산 행장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침 현장에 나온 부행장들을 향해서도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난했다.

윤 행장은 "함량 미달 낙하산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1만4000 가족들의 일터이기도 하지 않나. 열심히 해서 잘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화 시도에도 반대 목소리가 격해지자 10여분 만에 다시 발길을 돌렸다. 그는 "노조와 대화하겠다"며 차에 올랐다.

사실 경제관료 출신인 윤 행장이 청와대 발 '낙하산 인사'이기는 하지만 함량미달이라는 비판은 적절치 않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평가이다. 국책은행의 성격상 대관업무가 중요하고 이 점에서 내부 출신 인사보다 윤 행장이 더 유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기업은행 노조의 첫째 파워는 '관치금융 반대'라는 명분

김형선 노조위원장, "민주당이 독극물이라고 비판했던 관치금융 마시라는 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 노조가 윤 행장의 새해 첫 출근을 저지하면서 수행한 부행장들까지 싸잡아 비난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기업은행이라는 조직의 특수성 때문일까.

그 이유로 크게 2가지 정도 꼽을 수 있다. 기업은행 노조가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탓이다. 노사갈등의 향배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는 한 사회가 공감하는 정당성을 누가 쥐고 있는지 여부다. 기업은행 노조는 '관치금융 반대'라는 명분을 등에 업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조의 반발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새 은행장 인선 전부터 관료 출신 내정설이 돌자 1인시위, 대규모 집회 등을 열며 낙하산 인사의 수용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행장 인사에 있어 관료 배제, 절차 투명성, 기업은행 전문성 등 3가지 원칙을 제시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했다.

기업은행은 2010년 12월 처음으로 내부 공채 출신인 조준희 행장이 취임한 이후 권선주, 김도진 행장까지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이 행장을 맡았다. 국책은행(산업·수출입·기업은행) 중 유일하다. 윤 행장은 10년 만에 선임된 관료 출신 기업은행장이다.

내부 출신이 맡았던 기간에도 낙하산 논란은 있었다. 2013년 당시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의 기업은행장 내정설이 나오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했고, 결국 박근혜 정부는 내부 출신이자 은행권 사상 첫 여성행장인 권선주 행장을 임명했다.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2013년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기업은행 낙하산 인사 반대와 관치금융은 독극물이라고 외쳤는데, 이를 다시 마시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내정설이 돌았던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나 윤 전 수석도 마찬가지로 금융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둘째 파워는 막강한 금융노조, CEO 선임 등 경영에 개입해와

기업은행 노조의 또 다른 힘의 원천은 민주노총 산하 금융노조라는 막강한 산별노조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노조의 힘이 국책은행의 직원에 대한 신분보장 등보다 더 막강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은행 노조는 임명 강행 시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노조의 강경 행보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 노조들은 직원들의 임금, 복지를 넘어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 경영 전반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등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연임 때도 노조의 반발로 스스로 포기했고, 신한금융도 신한생명 대표로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를 내정했다가 노조가 강하게 반대하자 성대규 전 보험연구원장으로 바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노조는 사측과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금융노조의 힘이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라며 "이러한 강성 행보가 오히려 경영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윤 행장이 사퇴할 때까지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윤 행장은 3일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정부, "관료 출신 은행장도 성공적 경영 가능" 반박

이 같은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책금융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관료 출신도 충분히 기업은행을 잘 이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외부 출신이냐 내부 출신이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이 해당 기관에 최고로 좋은 사람이냐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과거 관료출신 은행장들이 기업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도 있다.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으로 2004년 제20대 행장으로 취임한 고 강권석 전 행장은 자산 100조원 돌파와 은행권 첫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등의 업적을 이뤄 연임했다. 지병으로 순직한 강 전 행장의 후임인 윤용로 전 행장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부와 국회를 뛰어다니며 1조3000억원의 출자를 받아 기업은행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외부 출신 행장만의 장점도 있다. 내·외부 행장 어느 한 쪽만이 정답은 아니다"라며 "낙하산 인사더라도 금융업에 대한 이해가 높으면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어떤 비전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신임 행장도 관료 출신 '경제통'으로 이력이 화려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원에서 금융정책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선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를 지내는 등 정권에 관계없이 중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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