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대 JOB뉴스] (11)공동 10위: 청년의 소비욕망, 뉴트로 열풍

이원갑 기자 입력 : 2019.12.31 07:32 ㅣ 수정 : 2019.12.31 07:32

[2019년 10대 JOB뉴스] (11) 뉴트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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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가 ‘2019년 10대 JOB뉴스’를 선정해 보도합니다. 국내 주요기업 홍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1인당 10대 JOB뉴스 3개를 선택하고 그 이유를 약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무기명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했습니다. 200여명 중 97명이 응답해 주셨습니다. JOB뉴스를 보는 관점이 법적/제도적 변화보다 사회/문화적 변화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경향이 흥미롭습니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뉴스투데이가 주요기업의 홍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10대 JOB뉴스’ 무기명 설문조사에서 ‘청년의 소비욕망, 뉴트로 열풍’이라는 키워드가 총 10표를 얻으며 11위를 차지했다.

▲ 하이트진로가 복각판 디자인을 적용한 소주 제품 ‘진로이즈백’ 모습 [사진제공=하이트진로]

▲ [표=뉴스투데이 이원갑]

① 핵심현상은?

◆ 8·90년대풍 디자인 채용한 제품의 히트 추세 계속


이제 ‘이즈백 있어요?’라는 질문은 ‘이즈백 주세요’라는 주문으로 바뀌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1월 29일 자사의 복고풍 신제품 소주 ‘진로이즈백’이 4월 출시 이후 7개월간 월평균 판매량 1436만 병, 총 판매고 1억 병을 넘겼다고 밝혔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수요는 여전히 증가추세이다.

롯데리아는 과거 히트 메뉴의 한시적 재판매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한정 판매를 진행한 롯데리아 ‘오징어버거’는 재판매 20일만에 250만개를 팔면서 인기를 확인했다. 이듬달에는 원판을 주먹밥 크기로 축소 재현한 ‘야채라이스 불고기버거’ 재판매도 진행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80·90년대풍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 대규모 양산 계획 수정을 감행하고 흥행을 거두는 사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주류나 과자, 패스트푸드 등 식음료 분야를 위주로 복고풍 디자인이나 맛을 재현한 제품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기업 홍보 담당자 A씨는 “소비 트렌드 중 레트로는 늘 존재하고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뉴트로라는 새로운 개념은 단순히 과거의 추억을 찾는 중장년 소비자 뿐만 아니라 신규 소비층도 유입 시킴으로써 장수 브랜드의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B씨도 “너무나 빠른 변화와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추억이 담긴 옛것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라며 “뉴트로 컨셉의 아이템과 공간에 청년들이 오히려 더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 ‘추억의 대상’ 아닌 독립된 ‘문화 양식’으로서 작용

국내외 시장을 막론하고 복각판 제품을 다시 내놔 전성기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Retro) 마케팅은 늘 있었다. 그러나 복각판 양식을 지금의 제품에 차용하거나 복각판 제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경향은 종전의 레트로와는 구별되는 경향이다.

예를 들면,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의 배급사 월트 디즈니는 사전 홍보를 위한 복고풍 뮤직비디오를 게재해 10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거뒀다. 영상과 음악 자체는 모두 새로 만들어졌지만 1980년대 작품들의 양식을 정교하게 빌려 와 인기를 끌었다.

C씨는 “복고에 대한 향수로 소비됐던 뉴트로가 현재는 청년 사이에서 옛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라며 “기업의 마케팅 역시 변화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D씨도 “요즘 술자리에서 소주는 대부분 '진로 이즈 백'을 주문할 것”이라며 “첨단 제품에 익숙한 청년층은 오래된 복고문화가 첨단 제품보다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 식음료 넘어 게임·전자 등 다른 영역으로 확산

이질감을 주는 복고풍 문화 양식이 뉴트로 유행에 불을 붙였던 만큼 복고적 재해석이 가능한 여러 소비 영역에서도 저마다 이를 도입하고 있다.

올해 게임계에서는 ‘리니지2M’(엔씨소프트), ‘랑그릿사(즈롱게임즈)’,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넷마블)’ 등 과거 히트작의 지적재산권(IP)에 최신 그래픽 기술을 더해 만든 모바일 게임이 연이어 출시됐다. 당시의 사용자들를 불러모아 침체된 게임계 수요를 살린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프리미엄 제품의 콘셉트에 뉴트로를 반영했다. 원목 가구의 일부로 구성돼 있고 다리가 달려 있던 70년대 텔레비전의 디자인을 재해석해 반영한 ‘오브제’다. 앞서 2013년부터는 앞면 오른쪽에 채널 및 볼륨 다이얼이 달려있는 디자인의 ‘클래식 TV’를 팔고 있다.

이와 관련 E씨는 “식품, 주류 등 분야를 막론하고 복고풍을 넘는 뉴트로가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해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잡았다”라고 평가했다.

▲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2019 겨울맞이 포장재 디자인에 1980년대풍 디자인이 적용된 모습 [사진제공=빙그레]

②핵심 원인은?

◆ “유행은 돌고 돌아…과거 문화가 젊은층 자극”

젋은 소비계층이 기성세대 기준으로 ‘촌스러운’ 디자인에 열광하는 이유로는 유행이 돌고 돌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980년대 디자인이 기존 세대에게는 익숙하지만 젊은 층에게는 생소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 되려 참신하게 인식된다는 이유에서다.

F씨는 “과거 영상에의 신선함과 독특함이 젊은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듯”이라며 “모 방송사의 ‘응답하라’ 시리즈도 이 열풍에 한몫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G씨는 이에 대해 “유행은 돌고 돌기 마련”이라며 “디지털에 지친 청년들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낭만이 있던 아날로그 시대를 궁금해하고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H씨도 “과거의 문화를 체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복고가 새로운 장르로 느낄 것”이라고 거들었다.

◆ “청년들, 부동산 대신 자기 만족을 위해 소비”

불경기가 뉴트로 유행을 촉발시켰다는 견해도 나온다. 경제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레트로 문화가 인기를 더 많이 끄는 경제적 특성에 더해 부동산 구매를 포기하는 대신 그 돈을 개별적인 취향을 만족시키는 데 소비하는 선택을 젊은 층이 내린다는 분석이다.

I씨는 “‘티끌 모아 티끌’이란 현실에 집 대신 명품 옷이나 가방 등 본인 만족을 위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뉴트로 열풍도 자신만의 기준으로 자기 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므로 요즘 현실을 잘 반영하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J씨는 “과거 노후를 준비하던 세대와 달리 최근 청년들은 번만큼 써버리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추세”라며 “이는 결혼 및 육아를 기피하고 노후대비 저축을 지양하는 청년들의 생각과도 일치하여, 향후 사회 경제적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중요한 요소로 판단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 현대자동차가 1974년 10월에 내놓은 콘셉트카 '포니 쿠페'(위)와 이를 바탕으로 올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출품한 전기 콘셉트카 '45'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③영향력은?

◆ 뉴트로 영토 확장 계속…“시장 점차 커진다”


기업들이 마케팅 전략으로 뉴트로 수요를 공략하는 경향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홍보 담당자들은 내다봤다. D씨는 “당분간은 이러한 소비문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H씨도 “앞으로도 점점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지난 1975년 출시된 가솔린 소형차 ‘포니’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콘셉트카를 내놓고 내후년에 나올 새 전기차에 디자인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재규어-랜드로버도 내년에 나올 차기 전기차에 70년대 차량 디자인을 계승해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 경기에 대한 전망도 밝지 못해 ‘레트로’ 콘셉트에 대한 수요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하고 추가 인하 가능성도 암시했고 LG경제연구원도 지난 9월 27일 보고서에서 “미국경제는 내년 중 성장세가 1%대 중반까지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중국은 내년 5%대까지 성장세가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