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대 JOB뉴스](7) 공동 6위: 회식이 사라진다

김성권 기자 입력 : 2019.12.29 07:34 |   수정 : 2019.12.29 13:14

[2019년 10대 JOB뉴스] 공동 6위: 회식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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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가 ‘2019년 10대 JOB뉴스’를 선정해 보도합니다. 국내 주요기업 홍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1인당 10대 JOB뉴스 3개를 선택하고 그 이유를 약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무기명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했습니다. 200여명 중 97명이 응답해 주셨습니다. JOB뉴스를 보는 관점이 법적/제도적 변화보다 사회/문화적 변화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경향이 흥미롭습니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뉴스투데이가 주요기업의 홍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10대 JOB뉴스’ 무기명 설문조사에서 ‘회식이 사라진다’가 22표를 얻어 공동 6위를 기록했다.

▲ [표=뉴스투데이]


①핵심현상은?

◆ 주 52시간제 도입 후 바뀐 ‘회식 문화’


지난해 7월 대기업부터 시작한 주 52시간 근로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중소기업에도 확대 적용된다. 중소기업 규모에 따라 계도기간을 부여하지만, 본격적인 주 52시간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렇다면 1년 전과 비교해 근무환경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이미 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경우 퇴근이 빨라졌거나 회의, 휴식 등에서 불필요하게 보내는 시간이 사라졌다고 한다.

가장 눈에 띄는 효과는 한국식 직장 문화로 오랫동안 자리잡았던 ‘회식’ 풍경의 변화다. 설문 응답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전에는 회식을 ‘술자리’, ‘강제적’, ‘근무의 연장’ 등 부정적인 언어로 표현했지만, 도입 이후에는 ‘건강’이나 ‘워라밸’, ‘가족’ 등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 술자리 줄고 점심회식, 파티 등으로 변화

저녁의 술자리 회식이 사라지고 점심 및 신세대풍 파티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답변이 많았다. 대기업 홍보관계자 A씨는 “퇴근 후 부담이 사라지고 건강해진 점”을 긍정적으로 봤고, B씨는 “강제적인 회식이 없어진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맞벌이 부부인 C씨는 “퇴근 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 육아 스트레스가 줄어든 면이 좋다”고 말했다.

술자리가 부담이었다는 D씨는 “다음날 피곤하지 않아 업무에 부담이 줄었다”고 답했고, E씨는 “회식이라는 ‘업무’ 가 사라졌다”고 표현했다. F씨는 “개인생활을 추구하는 직장 풍경의 변화 중 하나가 회식이 줄어든 것”이라고 꼽았고, G씨 역시 “법 시행이 되면서 실질적으로 조직 내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H씨는 “주 52시간제 도입의 본질이 저녁이 있는 삶이기에 회식이 사라지고 젊은 세대의 자기 시간 보장을 위해 점심 또는 문화회식으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이런 변화를 체감한 직장인도 있었다. 호텔에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저녁 회식보다는 점심에 단체로 호텔로 와서 식사를 한다든지, 파티 행사로 회식을 대체하는 회사가 늘었다”며 “회식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를 벗어나 사내 단합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회식 문화가 사라진 게 삭막해 보인다”, “회식을 없애는 것보단 횟수를 줄이는 게 좋다”는 반론도 있었고, “회식을 더 많이 하고 있는데 어떤 회사에서 회식을 하는지 궁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 직장인으로 보이는 시민이 해질녘 광화문네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② 핵심원인은?

◆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회식, ‘워라밸’ 추구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회식 문화가 바뀌고 있지만, 실제 회식의 대부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해석이다. 고용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해당여부 판단 및 사례’를 보면 ‘최소한의 승인을 받은 업무상 접대’ 외에 ‘구성원의 사기 진작이나 조직의 결속 및 친목 강화’는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저녁 회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된다. 저녁 술자리가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근무형태'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도 기름을 부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겠다는 취지가 기업 전반에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자기 시간을 중요시 하는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되고, 이런 문화에 익숙한 90년대생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회식 문화의 변화 원인으로 꼽힌다.

◆ 90년대생이 주도하는 '개인주의' 여파

10년차 직장인 I씨는 회식을 피하는 세태에 대해 “더욱 확고해지는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며 “아날로그와 디지털시대를 모두 겪은 세대의 입장에서 조금 아쉬움도 남는다”고 답했다. 90년대생의 영향을 원인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다. 한 대기업 직장인은 회식이 사라지는 현상을 두고 “90년대생이 뒤흔든 기업문화의 여파가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 회식의 '반대급부' 급격히 감소


회식이 갖는 효율성 급락도 원인으로 꼽혔다. 회식에 열심히 참석한다고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즉 회식의 '반대급부'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J씨는 “부장님을 따라 삼겹살 집에 가서 열심히 고기 굽고, 소주를 받아마시며 아양을 떨어도 저 부장만큼, 기성세대만큼 성공할 수 있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걸 젊은 직장인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시간과 체력을 쏟아가며 노력해도 옛날만큼 얻을 게 없어진 데 따른 하나의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외에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술자리 위주의 회식 문화를 바꿨다”는 의견과 “근무시간 이후의 회식은 개인 여가를 빼앗는 것”이라는 인식을 회식이 사라지는 원인으로 꼽았다.


③ 영향력은?

◆ 기업문화의 고질적 ‘비효율’ 줄여
회식은 단순히 술자리가 사라진 그 이상의 효과로 나타났다. 근무 시간을 줄이고, 저녁 자리를 없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주 52시간 근로제의 취지가 자연스레 기업 문화에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K씨는 “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식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회의를 없애는 등 비효율을 줄이고, 개인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답했다. B기업의 응답자는 “워라밸을 추구하고, 근무시간이 짧아지면서 천편일률적인 회식 대신 대체되고 있는 트렌드를 따라간다”고 했다. C기업의 응답자도 “회식이 사라지는 점이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직장인에게 있어 가장 크게 체감되는 변화”라며 “오후 6시 이후 워라밸을 강조하는 신 직장문화의 서막”이라고 답했다.

◆ 자영업 매출 감소 '직격탄'

일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L씨는 “회식이 사라지는 것은 근로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으나, 자영업 상권이 무너지는 건 또 하나의 문제를 파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M씨도 “사람과 관계, 소통의 절대 시간(양)이 줄어드는 정도를 넘어 회식이 사라지는 현상이 자영업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곧 사회 전반에 많은 부작용을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 워라밸이 선호기업 선택으로 굳어져

회식 문화의 변화나 주 52시간제가 취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답변도 있었다. 올해 초 대기업에 입사한 한 신입직원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연봉이나 회사의 크기도 고려하지만, 무엇보다 워라밸 복지가 많은 회사가 취업 선호기업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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