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대 JOB뉴스](4)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임은빈 기자 입력 : 2019.12.26 07:31 |   수정 : 2019.12.26 07:31

[2019 10대 JOB뉴스](4) 직장갑질 줄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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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가 ‘2019년 10대 JOB뉴스’를 선정해 보도합니다. 국내 주요기업 홍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1인당 10대 JOB뉴스 3개를 선택하고 그 이유를 약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무기명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했습니다. 200여명 중 97명이 응답해 주셨습니다. JOB뉴스를 보는 관점이 법적/제도적 변화보다 사회/문화적 변화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경향이 흥미롭습니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뉴스투데이가 주요기업의 홍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10대 JOB뉴스’ 무기명 설문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이라는 키워드가 총 30표를 얻으며 4위를 차지했다.

▲ [그래픽=뉴스투데이 임은빈]

①핵심현상은?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게 불이익 준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

지난 7월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항·제76조의 3항(제6장의2)을 근거규정으로 삼고 있다. 이 조항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업자는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지하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징계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10인 이상 사업장은 취업규칙이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징계 등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변경돼야 한다. 나아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입법 취지가 사내 자율개선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 직장 내 괴롭힘을 행하는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방법을 명시하지 않고 있는게 한계로 꼽힌다. 회사 대표가 가해자일 경우에는 구제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법 시행 이후 대기업과 공공부문 '갑질 감소', 중소기업은 '갑질 증가'?


괴롭힘 방지법의 시행 이후 직장 내 갑질은 ‘양극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지난 10월 전국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 온라인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법 시행 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는 응답은 39.2%이다. 특히 공공기관(49.3%), 대기업(38.6%), 중소기업(36.7%)의 순으로 괴롭힘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갑질 지수의 경우 대기업(37.5→30.6)과 공공부문(35.6→26.0)은 각각 6.9점, 9.6점씩 낮아진 반면에 영세·중소기업(28.4→31.4)은 오히려 3.0점이 높아졌다. 갑질지수는 직장 내 다양한 괴롭힘 피해 경험을 수치화한 것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갑질이 심하다는 ‘직장 갑질 119’ 측의 설명이다.

◆ 갑질을 수면위로 끌어올려, 부당함을 견디는 잘못된 관행 탈피

대기업 홍보관계자들은 '인식의 전환'을 괴롭힘 방지법 시행의 가장 큰 성과물로 꼽았다. 기업 현장에서의 상하관계 등이 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홍보관계자 A씨는 "직장 내 지휘 또는 관계우위로부터 받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인내 부족, 사회성 결여 등 개인적 문제로 인식해 온 사회적 관습에 사고의 방향을 전환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상사가 가하는 물리적, 정신적 고통을 '견뎌내야 해야 할 일'로 치부하던 사고방식에 전환이 이루어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B씨도 "직장 안에서 공공연하게 발생했던 괴롭힘에 대한 의식이 자리 잡는 데 역할을 한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법을 계기로 평소 이야기 하지 못했던 분들이 용기내서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드러내지 못했던 내용을 수면 위로 올려주고 공식화한 첫 발걸음"이라는 의견 등도 같은 맥락이다.

◆ 상사는 언행 조심, 부하직원은 권리 강화

법 시행 이후 직장 내 상사와 부하직원의 구체적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는게 기업 홍보관계자들의 분석이다. C씨는 "올바른 직장문화가 정착되는 것 같다고 생각되고, 상사들도 언행에 조심스러워지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D씨는 "근로자의 권리가 좀 더 강해진 느낌이고,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의 많은 것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상사나 부하직원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호칭도 바꾸고, 서로 존중해주다보니 직장문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 딱딱한 분위기 형성, CEO형사처벌 조항에 대한 비판

반면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주목 할 현상이다. E씨는 "직장문화 변화라는 장점도 있는데, 딱딱한 분위기도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법적으로 금지했다는 것에서 의의가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괴롭힘을 행하는 상사가 ‘이게 괴롭힘이냐?’라면서 녹음 등 증거를 확보해 스스로를 방어하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 첫 발걸음을 뗀 것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으로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주 측면에서 비판적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의장은 지난 10월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특별좌담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찬성이다. 그런데 한국만의 독특한 점은 대표이사(CEO)까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거다. 모든 리스크를 CEO가 짊어지게 하는 법안에 대해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것이 '독소 조항'이라는게 김 의장의 인식인 것이다. 보수 언론과 주요 경제지들이 이러한 주장을 비중있게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피해자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준 경우에만 CEO를 형사처벌하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 자체에 대해 CEO의 책임을 따지는 프랑스 등에 비하면 '솜방망이 조항'이라는 반박도 제기되기도 했다.

▲ 박창진 대한항공 전 사무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②핵심 원인은?

◆ 상명하복의 군대식 기업문화가 원인 제공자


기업 관계자들은 상명하복의 군대식 기업 문화가 원인 제공자라는 인식을 보였다. E씨는 " 90년대생 진입과 더불어 올해 7월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있으나, 상명하복식의 기업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F씨도 "지난 7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으로 관련 처벌이 법으로 명문화되면서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 탈피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한국사회는 상명하복과 군대식 기업문화가 만연했다고 보임. 이를 한번쯤은 되돌아보고 직위, 직급을 넘어 상호존중이 정착되어야 함을 알리는 이정표가 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한국 기업문화의 고질병이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탄생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수직적, 경직된 직장 내 구조 속에서 함께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인식 제고에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마찬가지 인식이다.

◆다양한 불평등에 대한 시정 노력이 핵심 동력

좀 더 구조적으로 원인을 분석하는 의견도 나와 주목됐다. G씨는 "82년생 김지영을 비롯한 최근 이슈가 된 여러 불평등 문제를 바로 잡으려는 움직임은 단순 수호를 넘어 제도로 만들어지고 이것이 정착되는 등 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된 한해였다고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비롯되는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이어졌고, 이는 성차별 해소 노력과 비슷한 사회적 맥락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③영향력은?

◆기업문화의 '급격한 민주화' 전망

향후 영향과 관련해서는 기업문화의 '급격한 민주화'를 점치는 의견이 많았다. H씨는 "기업 등의 내부문화가 급속하게 바뀌어 가는 와중에 특히,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도입으로 직장문화가 더욱 급속도로 과거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I씨도 "직장 내 갑질 근절 등 조직문화 발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듯 하네요"라고 응답했고, J씨는 "적용 대상과 범위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회사생활은 물론 사회 분위기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의 주요 뉴스 중 하나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K씨는 "이러한 내용이 법으로 제정되고 시행된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언급해 노동환경 변화에 시발점이 될 것으로 봤다. "단순해 보여도 회사에서는 이를 지키기 위해 사규 및 제도 등을 수정하고 이행하고 있다"는 응답도 희망섞인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 실효적 영향에 대한 회의적 의견도 적지 않아

반면에 실효적 변화를 일으키기엔 관련 법 조항이 취약하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L씨는 "이 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당장 체감할 정도의 변화가 생기진 않겠지만 공식적인 법적 제재가 생긴 것은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미는 있지만 기업 현장의 관행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 것이다.

M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늘어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법 시행으로 근절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N씨도 "윗 직급자가 아래 직급자에게 하는 행위만 ‘괴롭힘’으로 정립되어 있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말 등이 다가와 회식이 잦아짐에 따라 회식자리 강요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성 전망도 제기됐다.


◆ 인권 존중의식 강화 및 근로자 권익향상 등 구체적 변화 관측도


이외에도 구체적인 변화를 예상하는 의견들도 눈길을 끌었다. N씨는 "일반 직장인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 내에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법 시행만으로 모든 폐해를 근절할 순 없겠지만 건전한 직장문화 조성과 인권 존중 인식을 개선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예상했다. O씨는 "사내 갑질, 괴롭힘 금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물론 근로자 권익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법 시행에 따라 실질적으로 조직 내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조직문화의 체질 개선, 순기능 기대"등의 의견도 긍정적 관측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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