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은행의 배신일까, 믿은 잘못일까

김성권 기자 입력 : 2019.10.17 17:44 |   수정 : 2019.10.17 17:44

은행의 배신일까, 믿은 잘못일까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안정적으로 인식된 은행에서 대규모 손실 사태 발생

신뢰 깬 은행 과실 크지만, 상품 확인 소홀히 한 투자자도 책임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은행은 믿음직스런 공간이잖아요. 투자에 대한 인식이 강한 증권사보다는 심리적으로 안정된 은행이라 믿고 맡긴거죠. 의심할만하거나 더 물을법한데 말이죠"

넉 달 만에 1억원이 190만원이 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바라보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투자’를 주 목적으로 증권사에 오는 고객들과 ‘예금’하러 은행에 가는 고객은 성향 자체가 다르다는 의미다. 은행에 가는 이들은 위험보다는 안전을 선호한다.

은행을 믿고 투자한 고객의 연령대도 높았다. DLF에 투자한 개인 중 60대 이상은 50%, 70대 이상도 20%가 넘는다. 상대적으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은행은 고위험 상품을 팔았다.

DLF와 같은 파생결합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종류도 다양해 전문가들도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세세히 들여다보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한다. 투자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자칫 고객이 손해를 보면 그에 대한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도 설명하기 복잡한 상품을 고령층 대상으로 판매한 은행이 고객의 피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더군다나 위험성을 알고도 투자자 보호보다는 수수료 이익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를 보면 위험성을 알고도 구조만 바꿔 신규 판매를 지속했고,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처럼 오해의 소지를 제공하는 등 은행들의 과실이 드러나고 있다. 리스크관리 부서의 경고도 무시하고 실적 올리기에만 혈안이 됐다.

여기까지는 믿음을 져버린 은행의 배신이다.

이와 반대로 상품을 통해 수익이 났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투자 결과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본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든 은행이든 믿고 맡기기보단 투자자 스스로 시장에 대해 공부하며, 상품이 위험한지 여부에 대해 의심하고 더 물어봐야 한다. 그런 다음 판단은 본인의 몫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설명서에도 ‘매우 위험’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문구를 보고 “원금을 잃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의심 한 번 안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은행 직원이 이 상품을 설명하면서 “안전하다”고 믿음을 줬다해도 신중했어야 한다.

관례적으로 굳어온 상품 가입 절차도 문제다. 대게는 상품 가입 시 복잡한 서류를 읽고 이해하기 보단 판매 직원의 구두 설명을 듣는다. 고객이 동의이 동의하면 가입서에 밑줄 그은 부분에 이름을 적고 서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투자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떤 상품인지 정확히 알고 판단해야 한다. 직원도 위험고지 등의 절차를 무시하면 안된다.

이번 사태는 신뢰를 깨트린 은행의 잘못이 크지만, 이들을 너무나도 쉽게 믿은 투자자도 잘못이다. 과거 동양증권 사태처럼 증권사에서 벌어진 일이 투자와는 거리가 먼 고객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은행까지 내려왔다는 데 대해 금융당국도 주시해야 한다. 이번 대규모 사태처럼 드러나지 않았을 뿐 유사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기자의 눈] 은행의 배신일까, 믿은 잘못일까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