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34)애플 돕는 ‘장사꾼’ 트럼프와 삼성전자 잡는 ‘법치주의’ 한국대법원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19.08.30 07:11 |   수정 : 2019.08.30 10:02

애플 돕는 ‘장사꾼’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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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선고하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팀 쿡 애플CEO와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제공=블룸버그/방송화면캡처]

대법원의 사법적 판단, 삼성전자의 '새로운 경영위기' 초래

삼성전자의 위기, 아베와 트럼프에겐 ‘희소식’

트럼프의 중국관세 일부 유예, 법과 원칙이 실종된 '애플 구하기'

팀 쿡의 경영컨설턴트 자처한 트럼프, 한국에서라면 특검 대상

법보다 국익이 먼저인 미국 VS. 국익보다 법이 먼저인 한국

누가 '정글 같은' 역사의 승자 될까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29일 공교롭게도 한국과 미국에서 대조적인 결정이 내려졌다. 한국의 대법원(대법원장 김명수)은 삼성그룹의 경영위기를 초래하는 판결을 내린 데 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기업인 애플에게 유리한 ‘선처’를 조치했다.

전자는 엄정한 법리를 중시하는 ‘사법적 판결’인데 비해 후자는 법이고 원칙이고는 내팽개친 ‘장사꾼의 결정’이라는 점도 다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심 재판부인 고법은 삼성이 대납했던 정유라 승마지원 용역 대금 36억원은 뇌물로 인정했지만, 말 구입비용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2억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말 구입액 자체가 뇌물이고 영재센터 지원금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암묵적 청탁의 대가라고 봤다.

이 같은 판결 취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횡령 및 뇌물 액수는 36억원에서 50억원이 늘어난 86억원이 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5년이상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돼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의 경우만 가능하다.

이 부회장이 다시 수감될 경우 한국경제는 도미노효과를 감수할 가능성이 높다. 한일경제전쟁, 미중무역전쟁,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3각 파도 속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효과적 대응전략 수립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서 “삼성그룹은 이재용이 없어도 전문 경영인들이 충분히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하지만 오너가 지배하는 재벌경제 시스템에 길들여진 삼성의 전문경영인들이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고 적극적 경영행위를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더욱이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계기로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추가 수출규제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다시 총수부재 상황에 직면할 때, 삼성의 전문 경영인들이 총대를 메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주도할 것인지, 아니면 ‘보신주의’라는 보호막에 스스로를 가둘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한국시간 29일) 중국산 제품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계획을 확정하면서 애플의 스마트폰 등에 대해서는 3개월 보름을 유예해주는 특혜를 베풀었다. 이날 발표된 미국 무역대표부(USTR) 관보에 따르면 9월 1일부터 평판 TV, 스마트워치 등 1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5% 관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스마트폰, 노트북 PC 등 1750억 달러 규모 제품에 대해서는 12월 15일부터 추가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의 아이폰 등이 미국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선물을 준 것이다. 이번 조치 덕분에 아이폰은 미국의 IT기기 구매 성수기인 ‘홀리데이 시즌’ 매출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게 됐다.

이는 ‘부당 청탁’의 결과물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트럼프 대통령을 두 차례나 만나 읍소했다. 애플의 스마트폰이 9월 1일부터 15% 추가관세를 맞으면, 삼성전자가 미국시장에서 날개를 달게 되니 해결책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삼성은 타격을 받지 않고 애플은 타격을 입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취지로 공개발언을 했다.

이는 법과 원칙이 실종된 장사꾼의 논리였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는 트럼프 본인의 결정이었다. 그런데 애플이 삼성전자에게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야말로 법률논리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정잡배 수준의 ‘적반하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다른 CEO들은 나보다 영향력이 없는 컨설턴트를 수백만 달러를 주고 고용하지만 쿡 CEO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나에게 전화하는 사람이다”면서 “그가 좋은 경영자인 이유이다”고 본인의 권력을 자랑했다.

만약에 한국사회에서라면 트럼프와 쿡은 특검 대상이다. 트럼프가 고액 컨설턴트 대신에 애플의 민원을 해결해주면서 혹시 향응을 받거나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는지는 수사의 초점이 된다.

하지만 이상스럽다. 글로벌 법치주의를 주도하는 미국사회에서는 그런 여론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국익과 법치주의는 언제든지 분리될 수 있는 게 미국이란 나라인지도 모른다.

한국과 미국에서 벌어진 이 두개의 사태는 외견상 연관성이 없는 사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기 마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라이벌인 애플은 트럼프의 ‘편법’에 도움을 받아 일단 악재를 넘겼고, 삼성전자는 대법원의 법치주의 원칙에 의해 궁지에 몰리게 됐다. 글로벌 시장의 패권을 둔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했던 삼성전자가 다시 애플에게 밀리는 큰 흐름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법보다 국익이 먼저인 미국과 국익보다 법이 우선인 한국 중 어느 쪽이 '정글 같은' 역사의 승자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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