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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8.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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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제외 조치 28일 시행

해법은 국산화 및 수입선 다변화, 대기업의 ‘주도적 역할’ 불가피

조성욱 공정위원장 후보자,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예고

일감몰아주기 및 내부거래 때려잡기는 적장 ‘아베의 기쁨’ 될 수도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일본이 28일 예정대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한국 제외조치를 실행에 옮겼다. 산업계는 초비상이다. 특히 한국경제의 중추인 반도체 기업들은 핵심소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추가 수출규제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국산화’ 및 ‘수입 다변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말에 그치는 수준이다. 국산화 품목 및 방법에 대해 아직 청사진도 나와 있지 않다. 수조원 규모의 예산만 확보해뒀을 뿐이다. 급한 놈이 우물 판다고 현실적으로 직격탄을 맞게된 대기업이 해법을 주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가 조력자가 아니라 훼방꾼으로 대두될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부품 및 소재를 국산화하거나 수입 선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주도적 역할은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에 의한 부당이익 편취, 일감몰아주기 조항등에 걸릴 가능성을 높이기 마련이다. 대기업이 기존 거래선인 일본 기업 대신에 계열사를 통한 핵심 소재조달 물량을 높이거나, 국산화에 성공해 자체조달한다고 가정해보자. 공정거래위는 당장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벌일 태세이다.

조 후보자가 강조한 중소기업과의 협력체제, 전시 해법으론 부적절?

조성욱(55)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재벌개혁 등 공정경제 기조를 유지하겠다”면서 “총수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계열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 등 개선할 부분은 아직 남아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특히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효율적인 독립 중소기업의 성장기회를 박탈한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유기적인 상생협력체계 구축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강조했다.

한일경제전쟁이라는 비상상황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라는 원칙에 구속된다면 효과적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십년 간 축적된 일본의 기술력을 감안할 때, 한국의 중소기업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대기업이 막강한 자본력과 축적된 기술을 활용해 ‘주인공’이 되는 게 현실적 해결책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조 후보자가 자신이 강조한 것처럼 일감몰아주기 단속에 박차를 가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날 수도 있다.


SK하이닉스 1분기에 핵심소재 웨이퍼 매입 증대, SK실트론 내부거래 증가

공정위가 SK실트론 내부거래 문제 삼으면 아베의 ‘원군’ 자처하는 격

SK하이닉스와 SK실트론의 관계가 대표적 사례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 실행에 따라 추가 수출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반도체 핵심소재중의 하나가 실리콘 웨이퍼이다. 반도체 제작시 미세회로를 그리는 원판으로 사용되는 소재이다.

이 소재는 시장점유율은 일본의 신에츠화학공업 27%, 섬코 26% 등이다. 한국의 SK실트론도 주요 생산자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만약에 조성욱 후보자의 소신을 파악하고 있다면 실리콘 웨이퍼 수출규제를 하면 그야말로 ‘이이제이(以夷制夷)’ 효과를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 실리콘 웨이퍼 매입규모를 큰 폭으로 늘렸고, 동시에 SK실트론과의 내부거래 매출 비중도 증가시켰다. SK하이닉스의 실리콘 웨이퍼 구매액은 지난 해 1분기의 3957억 6200만원보다 68.2%(2699억 4300만원) 포인트 증가한 6657억 500만원에 달한다. SK실트론의 내부거래 매출도 47.3%(702억 7100만원) 포인트 늘었다.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 해 1분기 23.9%에서 올 1분기 28.4%로 4.5% 포인트 증가했다.

아베의 대한국 경제보복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을 중시해서 보면, 최태원 SK회장은 선견지명을 발휘한 셈이다. 웨이퍼 수급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면서, 수입선과 관련해서는 일본기업에서 한국 기업인 SK실트론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한 모습이다. 아베 총리로서는 땅을 칠 노릇이다. 보복의 효과가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차제에 SK실트론이 조기에 증산체제를 구축해 SK하이닉스 공급물량을 늘려나간다면 아베는 일본기업들에게 공적 1호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반면에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같은 SK하이닉스와 SK실트론의 거래 증가를 재벌의 내부거래 혹은 일감몰아주기 관점에서 때려잡으려고 나선다면 전세는 역전된다. 기존 일본 수입선의 몸값은 올라가고 SK실트론은 공정위 조사로 몸살을 앓고 SK하이닉스는 물건을 안팔겠다는 일본기업에 무릎이라도 꿇고 빌어야 한다.

다행이 SK실트론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아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계열사중 총수일가 지분이 20%(상장사는 30%)를 초과하는 기업이다. 상장사인 SK실트론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지분은 29%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후보자가 전임자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보다 강력한 ‘공정경제의 실현자’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SK하이닉스에 모종의 압박을 가한다면 아베 총리는 배를 잡고 웃을 것이다.


조 후보자, 국제분업 선택한 한국 대기업의 ‘위기 책임론’ 제기

선두에 선 장수에게 미숙한 학도병 중용 ‘훈수’, 적장의 ‘미소’ 유발

조 후보자도 경제상황의 엄중함으로 인한 한국 대기업의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위기가 한국의 대기업의 국내중소기업과 협력하지 않고 글로벌 분업에만 매달려온 ‘자업자득’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 국제분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기업은 과거에 생각지 못한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이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장기적 파트너로 육성하는 게 대기업의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는 한국 대기업 책임론이 담긴 발언이다. 일본 기업으로부터 핵심 부품 및 소재를 수입(국제분업)하는 대신에 한국의 중소기업과 협력해 핵심 소재 및 부품을 일찌감치 국산화했다면 아베 총리의 수출규제가 약발이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더욱이 이제라도 중소기업과 협력하는 게 미래의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28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 시행에 맞서 핵심품목 연구개발(R&D)비용으로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체제 구축을 전제로 한 계획이다.

일본이라는 역사적 숙적과 긴박한 경제전쟁을 벌이면서 그 선두에 선 장수에게 아직 미성숙한 학도병을 중용하는 게 전제조건이라고 훈수를 둔다면, 적장은 미소를 띠우기 마련이다. 학도병을 키워서 용맹한 병사로 만들려면 긴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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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I] SK하이닉스와 SK실트론의 내부거래 때려잡으면 아베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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