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23) 최태원 SK회장을 압박한 네이버 창업자 김정호, 두마리 토끼 잡은 비즈니스 모델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19.05.29 12:42 |   수정 : 2019.05.29 14:28

최태원 SK회장을 압박한 네이버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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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소셜밸류 커넥트 2019 행사에서 네이버 공동창업자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SK그룹의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 미준수를 지적해 최태원 회장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사진은 패널 토의에서 발언하는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와 기자들과 만나 질의 응답을 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그래픽=뉴스투데이]

네이버 공동창업자 김정호 대표, 이재웅 쏘카 대표 이어 최태원 SK회장도 압박

'재계 공격수'로 부상한 김 대표, 스스로 사회적 가치 실현해야 정당성 획득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8일 ‘복병’을 만났다. 이날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SOVAC)2019’ 에서 참석자들은 최 회장의 독자적인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창출에 대해 성과를 검토하고 논의했다.

최 회장이 제안한 사회적 가치 민간 축제의 첫날 이었다. 기업인과 비영리단체 회원, 대학생, 일반인 등 4000여명이 참석했다. 당연히 최 회장이 빛나야 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를 공동창업했던 김정호 베어베터(Bear better) 대표가
최 회장의 ‘허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다소 불편한 이야기이지만 SK그룹이 사회적 가치 분야에서 대단히 잘 하고 있지만 장애인 고용이라는 전공필수과목은 이수하지 않았다”면서 “장애인 의무 고용은 다른 국내 대기업들이 이미 10년 전에 달성한 내용이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장애인 주차 구역에 차를 세워둬도 문제가 크게 되지 않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를 큰 범죄행위로 여긴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최 회장의 장녀인 윤정 씨가 결혼할 때, 하객들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하겠다면서 자신의 회사인 베어베터를 찾아왔던 일도 소개했다. ‘따님’은 장애인문제에 관심이 큰데 ‘부친’께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맥락이라고 볼 수도 있다.

최 회장으로서는 당황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21세기의 기업은 ‘사익’을 넘어서는 ‘사회적 가치’를 주도적으로 창출할 때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지론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사회적 가치 창출의 대표 분야라고 볼 수 있는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SK그룹이 준수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정공법으로 비판당한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은 민간기업 2.9%, 공공부문 3.2%이다. SK그룹이 이 같은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준수하고 있지 못하다는 게 김 대표의 포인트인 셈이다.

최 회장은 솔직한 심경을 밝히면서 상식적인 대응을 했다. “좀 당황했지만 맞는 말이다”면서 “이제 무조건 하라고 하고 그 다음에 더 좋은 방법을 찾아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매스컴의 조명받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김 대표는 최근 다음의 창업자였던 이재웅 쏘카 대표와 차량 공유 서비스인 ’타다‘와 개인택시기사들 간의 갈등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이 대표가 ’타다‘의 폐지를 주장하고 70대 개인택시기사가 분신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택시업계를 겨냥해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지적한데 대해, 김 대표는 “(택시기사들에 대해) 무례하고 오만한 발언”이라면서 “단 한푼도 투자하지 않은 ’타다‘가 혁신의 이름으로 많은 자본과 시간을 투자한 택시업계 동일한 조건으로 영업을 하겠다는 것은 불공정 행위”라는 취지로 맹비난 했다.

당초 개인택시 기사들과 이 대표 간의 갈등 국면에서 다수 여론은 이 대표를 지지하는 경향이었다. “개인택시 기사들이 서비스 개선은 안하고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김 대표의 논리적 비판 이후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하고 자본(1억원대 개인택시면허 취득)을 투자한 개인택시기사들에 비해 ‘타다’가 기존 시장에 무임승차한 측면이 크다”는 반응이 커지고 있다. 타다와 택시업계 간의 여론전쟁에서 ‘반전’의 단초를 김 대표가 제공한 형국이다.

기세등등해진 김 대표가 이재웅 대표에 이어 다소 강도는 낮지만 최 회장까지 도마위에 올린 셈이다. “이러다가 김정호가 재계 공격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흘러나온다.

따라서 김정호라는 기업인이 최 회장이나 이 대표를 정면 비판할 ‘도덕적 자격’을 갖추고 있느냐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김 대표의 비즈니스 모델이 이 대표나 최 회장에 견주어 볼 때, 압도적인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다면, 김 대표의 비판적 발언들은 대중의 신뢰를 획득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최근 쏟아낸 일련의 발언들은 날카로운 부메랑으로 돌아와 김 대표의 ‘도덕적 현실’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베어베터의 비즈니스 모델,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아

영업이익은 적자지만 ‘장애인 고용장려금’ 통해 당기 순이익은 흑자

▲ [출처=베어베터 홈페이지 캡처]

우선 29일 현재 공개된 베어베터의 사업내역과 경영현황을 분석해보니, 김 대표의 비즈니스 모델은 높은 도덕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을 전체 직원중 80% 이상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김 대표는 홈피 인사말에서 “발달장애는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를 포함하는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은 의사소통의 문제로 장애인 중에서 가장 취업이 어렵다”면서 “그러나 고집이 세지만 약속은 잘 지키고, 남에게 자신을 잘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익숙한 일은 잘 수행한다”고 밝혔다. 곰(bear)처럼 우직한 발달장애인이 일반인보다 낫다(better)는 의미로 회사 이름을 지은 것이다.

창업 동기도 독특하다. 공동대표인 이진희 씨는 김 대표의 부인이 아니라 과거 직장의 부하직원이다. 자폐성 장애아를 자녀로 둔 이진희 대표가 어려움을 호소하자 김 대표가 사회적 기업 창업을 제안해 2012년 베어스베터를 공동 설립했다.

베어베터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은 적자이지만 당기순이익은 흑자 상태이다. 장사해서는 손해를 봤지만 회사 금고에는 돈이 쌓이는 구조이다. 요컨대 ‘돈버는 기업’이라는 이야기이다. 발달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사익을 동시에 구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어떻게 이처럼 절묘한 성공이 가능했을까. 회사 홈피에 공개된 ‘베어베터 경영현황 및 장애사원 고용’을 보면 이해가 간다. 베어베터는 2012년 영업이익은 -2억 719만 4000원, 당기순이익 -2억 738만원, 중증 장애사원 고용 52명이었다. 이러한 경영실적은 지속적으로 개선돼 2018년에 영업이익 -5억 6446만 6000원, 당기순이익 5억 2863만 4000원, 중증 장애사원 고용 220명을 기록했다.

베어베터 측은 “고용장려금(영업외수익)을 통해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면서 “고용부담금 감면 계산시 중증 사원은 경증 2명으로 계산된다”고 경영실적 개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중증 장애인을 다수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의 경우 정부의 ‘고용장려금’ 수익이 급증함으로써 경영실적이 호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베어베터는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공개한 올해 1분기 고용장려금 지급현황을 보면 베어베터의 수익구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1분기 장애인고용장려금 지급 기업은 5307개이고 지급총액은 634억 1500만원, 지급 연인원은 17만 197명이다. 1인당 37만 3000원 꼴이다.

▲ [자료 출처=한국 장애인 고용공단]

그런데 베어베터는 중증 장애인을 고용하므로 1명당 고용장려금 지급액이 2배 가까이 늘어난다. 2018년 기준으로 경증 장애인의 경우 남성 30만원, 여성 40만원인데 비해 중증장애인은 남성 50만원, 여성 60만원이다.

베어베터는 중증 장애인을 고용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더 강도높게 실현하면서 더 많은 정부 지원금을 취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 [자료 출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 연계 고용제도’활용해 중증 발달장애인이 만든 물건 마케팅

베어베터 물건 구매하면 ‘사회적 가치’와 ‘손실 최소화’ 구현

김 대표, 재계 비판할 ‘도덕적 자격’ 있지만 스스로도 ‘세금의 수혜자’

그 뿐만이 아니다. 중증장애인이 만든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전략도 정부의 ‘징벌적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힘을 활용해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기업의 이기심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즉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채우지 못하는 기업은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지급해야 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에 의하면, 올해 1분기에만 1만 5432개 사업체가 6296억 2200만원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신고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베어베터의 상품을 구매하면 ‘연계 고용’효과를 인정받아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액의 50% 정도를 감면받게 된다. 이 같은 연계 고용 제도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33조 제4항 및 제11항에 의해 실시되고 있다.

베어베터는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만든 명함, 카드, 책, 포스터 등 다양한 인쇄 관련 아이템, 빵과 쿠키, 원두 커피 등을 판매한다. 이들 제품을 구매하는 기업은 장애인의무고용비율을 채우지 못했을 때 납부해야 하는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액을 줄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적 가치와 사익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길이 된다. 실제로 베어베터의 물건을 구매해주는 클라이언트는 네이버, SK하이닉스, 한솔 등 전 산업분야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이 망라돼 있다.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에 비추어 볼 때, 김 대표는 최 회장이나 이 대표에게 ‘공존’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라고 ‘호통’을 칠 수 있는 도덕적 자격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 정부의 제도라는 강력한 원군이 존재했기에 ‘두 마리 토끼 잡기’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김 대표 역시 시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제도의 수혜자라는 부채의식을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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