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리포트]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의 ‘디지털 인재론', 은행권 채용시장 대격변 신호탄

이지우 기자 입력 : 2019.03.29 06:15 |   수정 : 2019.03.29 06:15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의 ‘디지털 인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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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옥동 행장은 지난 26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신한은행]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 “‘IT전공자’·‘디지털 유목민’ 등 ‘돈키호테적 발상’ 필요”

은행 텃밭 ‘상경계’는 옛말…올해부터 IT전공자 채용 급물살 탈 듯

향후 상경계 출신 아닌 IT전공자가 고위직 오르는 변화의 단초

신한은행 관계자, "인사팀 등에서 진 행장이 제시한 방향으로 혁신안 수립 중"

'리딩 뱅크' 겨루는 KB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도 민감하게 반응할 듯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진옥동 신한은행 은행장이 취임과 동시에 은행권 채용시장 대격변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키워드는 ‘IT전공자’과 ‘디지털 유목민’이다. 기존의 상경계 전공자 중심의 채용관행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이야기이다.

당장 올해부터 신한은행의 직원 채용은 이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겠다는 게 진 행장의 입장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이 뛰어가는 데 '리딩 뱅크'를 두고 경쟁을 벌여왔던 KB국민은행이 두손을 놓고 있을 리가 없다.

진 행장의 인재론은 아직 조직 내에서 논의된 사안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새로운 수장이 선제적으로 혁신적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 행장은 지난 26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취임식을 갖고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지금 신한은행 디지털 금융 담당 임원분이 전환 배치에 의해 전산과 IT를 배우고 인사이동을 통해 부문장까지 되셨는데 진정한 디지털 기업으로 가려면 IT에 기본적 소양을 갖춘 사람을 뽑아 영업점에 배치하고 고객을 접한 뒤 니즈를 파악해 개발하는 측면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8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신한은행의 채용은 신임 행장이 제시한 방향으로 대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사팀 등이 진 행장이 제시한 방향에 맞춰 실행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정기 공채는 지난 해의 경우 5월에 실시됐다. 올해에도 비슷한 시기에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다면 채용시스템 변혁을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나 방향은 선명하다.

우선 '
IT 분야 전공자'를 뽑고 이들에게 금융업을 익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상경계 전공자가 IT전문지식을 익히는 ‘융합형 인재’가 선호됐지만, 아예 IT전공자를 채용하자고 언급한 은행장은 처음이다.

‘디지털 유목민’은 IT 및 디지털 부문 사무실을 없애자는 생각에서 나왔다. 사무실을 없애면서 IT전공자들은 현업 부서에 배치돼 영업현장 등에서 직접 고객·직원들의 필요사항을 듣고 개발해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전환 배치를 통한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진 행장 말대로면 몇 년 뒤에는 디지털 담당 임원은 IT 전공자가 앉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까지는 상경계 전공자가 IT분야를 복수 전공하거나 혹은 기존 은행원이 IT 관련 세미나, 교육 등을 수료하는 방법으로 진화한 ‘융합형 인재’가 부상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역전된다. 채용에서 '금융'지식이 주된 부분을 차지했다면 이제는 IT전공자의 '디지털' 지식이 주된 부분을 차지하는 방향으로 역전되는 것이다.

진 행장은 “진정한 디지털 기업이 되기 위해선 IT인력을 뽑아 영업점 사원으로 보내는 ‘돈키호테적 발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T전공자는 취업 후 금융지식 관련 교육을 받아 IT전문 은행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 구체적인 채용방식 변화나 IT전공자 채용 비율을 어느 정도 확대할 지에 대한 방안이 정해지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진 행장의 언급대로 인사팀과 내부에서는 IT전공자를 채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디지털 유목민'으로 개발자가 현장에서 요건 정의하는 시스템으로 변화

IT전공자 취업하면 영업 창구 업무 및 세미나 등으로 금융 지식 쌓아

진 행장은 “내부적으로 IT 개발이나 디지털 분야 사무실을 없애는 이야기를 논의하고 있다”며 “이들은 현업 부서에 배치돼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바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데, ‘디지털 유목민’이라 이름을 붙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그는 “디지털 유목민은 애자일 개발론과도 연결되는데 지금까지는 현업에서 개발을 의뢰하면 개발 부서에서 현업 부서에다가 요건 제기를 했는데 현업 부서는 그 요건 정의를 할 여유가 없다”며 “그래서 개발쪽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데 이렇게 개발된 것들의 대부분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개발자가 현장에서 요건 정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진 행장은 “개발자들이 개발부서에 200~300명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들 자체가 현업으로 나가는 것이 애자일 개발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IT인재와 관련된 학과로는 ‘컴퓨터’ 관련 전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특정 학과를 언급하긴 어렵지만 큰 틀에서 ‘컴퓨터’ 관련 전공이 가장 유력하다”며 “대표로 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학과, 정보통신과 등이 될 수 있고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더욱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IT전공자가 채용되면 금융지식 교육은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현재 신한은행 내에서는 두 가지 방법으로 IT전공자들에게 금융지식을 교육하고 있다. 하나는 취업 후 수년간 영업 창구에서 금융 업무를 보는 것이다. 가장 빨리 금융지식을 쌓을 수 있고 금융업무를 이해하는 데에도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두 번째는 교육 및 세미나 등을 진행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신청해 들을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영업 창구점으로 배치돼 업무를 보고 금융 관련 교육 및 세미나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교육에 대해서도 채용 방식에 변화가 생기면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5월에 500명, 9월에 300명을 채용한 바 있다. 올해 채용 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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