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로보어드바이저와 인간 PB, ‘생존경쟁’ 아닌 ‘협업’이 대세
이지우 기자 | 기사작성 : 2017-08-0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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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국내 유력 언론사, “시중은행장들 PB와 로보어드바이저 투자경쟁 시켜” 보도해 PB들의 위기 부각
 
본지가 지난 7,8일 시중은행들 취재해보니, 그 진실은 달라


최근 은행권에 ‘로보어드바이저’가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시중은행 PB들의 직업위기 기류가 돌고 있다. PB는 Private Banking의 약어로  은행에서 거액 자산가들을 주고객으로 삼아 고수익 금융상품을 컨설팅을 해주는 금융 포트폴리오 전문가를 지칭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 대신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는 컴퓨터 혹은 인공지능(AI)을 말한다.
 
이는 기존 중산층 이상의 고객들에 한해 누릴 수 있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훨씬 폭 넓은 고객들에게 확대해 누릴 수 있단 점에서는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선 PB들에게는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유력 언론사는 최근 "은행장들이 나서 로보어드바이저와 인간 PB ‘수익률 경쟁’에 불을 붙였다"고 보도하면서 PB들의 위기감을 다룬 바 있다. 정말 은행장들이 나서 수익률 경쟁을 붙인다면 PB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진 셈이다. PB들 수익률이 높다면 ‘본전’이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이 높다면 자리가 위협받는 것이다.
 
4차산업혁시대에 AI의 역할이 빠른 속도로 늘어남에 따라 이 같은 '묵시록적 전망'은 강한 설득력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뉴스투데이가 지난 7,8일 이틀간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들을 취재해 본 결과 '진실'은 상당히 달랐다. 은행 관계자들은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수준이 고객 성향을 살피고 펀드 상품을 ‘추천’하고 조언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점에서 ‘비교 불가’라고 말했다.
 
즉 고객 자산의 세밀한 부분까지 담당하는 PB와 수익률을 비교하기엔 아직 의미가 없다는 관측이 컸다. 더욱이 로봇어드바이저의 역할은 PB와의 협업관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대부분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우리은행이 출시한 로보어드바이저 '로보 알파'에게 상담받는 이광구 행장 ⓒ우리은행


➀ 신한·우리
· 하나 은행장들, PB와 로보어드바이저에 ‘수익 경쟁’ 시켰나?

로봇어드바이저 투자는 신한 은행만 가능, 우리 및 KEB하나 은행은 ‘조언 만 가능


현재 시중은행 중 로보어드바이저를 출시한 은행은 신한은행의 ‘엠폴리오’, 우리은행 ‘로보-알파’, KEB하나은행 ‘하이로보’, NH농협은행 ‘NH로보-프로’가 있다.
 
7일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신한은행 위성호 행장, 우리은행 이광구 행장, 7월에는 KEB하나은행 함영주 행장이 각각 투자를 하고서 수익률을 지켜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고객이 수익률을 비교하기 위해 로보어드바이저와 PB를 따로 투자하는 것과 은행장이 직접 로보어드바이저와 PB에 각각 투자를 하는 실험을 진행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은행장이 받은 수익률이 향후 PB들의 일자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도 내용은 사실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위 행장은 양쪽 모두에 투자를 했지만 이 행장, 함 행장은 투자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즉 은행장이 투자하고 수익률을 지켜보는 은행은 ‘신한은행’뿐이었다. 위 행장은 최근 ‘엠폴리오’에서 로보어드바이저에 1000만원, 서울 시내의 한 지점 PB에게 1000만원씩 각각 투자했다.
 
반면 이 행장과 함 행장은 투자가 아닌 금융 상담을 받은 것이다.
 
현재 실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투자가 가능한 곳은 신한은행뿐이다. 10만원부터 가능한데 타 은행은 현재 ‘조언’ 및 ‘제안’의 성격이다.


➁ 인간PB VS 로보어드바이저 ‘보이지 않는 생존경쟁’?

로봇어드바이저, 고객과의 심층대화 통한 투자 포트폴리오 작성 어려워
 

위 행장이 수익률을 비교해서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률이 높다면 인간은 생존을 걸고 AI와 경쟁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출시로 위기감이 조성된다고 보기엔 어렵다”며 “내부적으로 지속적으로 PB 육성 프로그램은 계속 되고 로보어드바이저와 PB는 따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은행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현재 은행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간단한 설문으로 고객 투자 성향을 분석해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데 PB들은 고객과 심층대화와 관계를 통해 고객 투자 성향뿐만 아니라 보유자산의 세밀한 부분까지 파악해 펀드 이외 부동산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한 투자상담이 이뤄지기 때문에 경쟁단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즉 로보어드바이저의 영역은 PB의 역할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 ⓒ하나은행


➂ 향후 로보어드바이저가 발전하면, PB에겐 치명적 위협?

PB와 AI결합된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기상승, 하나은행이 도입 중


시중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는 빠르게 진화중인 것은 맞다.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투자가 가능한 곳은 현재 신한은행 뿐이지만, 우리은행도 정보제공에 그치지 않고 다수 고객의 요구에 따라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일반 상품을 준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로보어드바이저의 역할은 점차 확대돼 그 능력이 어느 수준에 도달할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수준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보다 7년 빠른 2010년 처음 로보어드바이저를 선보인 본고장 미국에선 인공지능 알고리즘에만 기댄 순수 로보어드바이저는 이미 인기를 잃었다.
 
2010년 최초 순수 로보어드바이저를 선보인 베터먼트(Betterment), 웰스프론트(Wealthfront) 등은 2013년 말 당시만 해도 관리 자산 규모가 웰스프론트가 427백만불, 베터먼트가 197백만불로 1,2위였으나 지난해 말 기준 새로운 개념인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가 등장하면서 순서가 뒤집혔다.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는 딥러닝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추출된 포트폴리오에 ‘PB’가 고객의 복함금융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조정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다.
 
즉 로보어드바이저에 PB가 결합된 새로운 방식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2016년 말 기준으로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한 뱅가드(Vanguard), 찰스슈왑(Charles Schwab)이 시장 1,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 모델을 최초로 국내서 도입한 은행은 바로 하나은행 ‘하이로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순수 로보어드바이저의 후퇴를 “미국에서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며 “빅데이터 부문에서 AI의 강점이 백분 활용할 수 있지만 세무, 법률적인 금융서비스 종합적 부문에서 한계가 발견되지 않았을까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는 PB가 결합돼 향후에 인간PB가 모두 파악하지 못한 시장 분석 등에서 로봇이, 로봇이 다루지 못하는 종합적인 금융부문에서 양방향 시너지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경계’ 의견도 있었다. 다른 한 관계자는 “단순히 시장 파악에서 크게 로보어드바이저와 차별화되지 않는 PB는 탈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➃최대의 관심사인 인간 PB와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률’ 비교는?

“로보 어드바이저의 수익률 계산하기엔 시기상조” 견해가 압도적


단연 은행들의 로보어드바이저 등장에 궁금한 것은 ‘수익률’이다.
 
아직은 로봇의 거래능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거래까지 가능해진다면 ‘수익률’이 성공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수익률을 따지기엔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소개했듯 ‘정보 제공’ 및 ‘조언’에 그치기 때문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수준은 고객 성향을 살피고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조언하는 정도에 그치는데 이를 놓고 고객의 전체적인 금융을 담당하는 PB와 수익률을 비교하기엔 의미가 없다”면서도 “고객들이 이용해보고 ‘수익률’ 문의가 많아 이들을 대상으로 일반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지우 기자 hap2ji@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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