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 이야기](13) 육사 37기 ‘박지만 특혜’ 오해 산 ‘꽃향수’ 공수훈련의 추억
김희철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17-07-26 17:02
1,804 views
Y
▲ 훈련 도중의 휴식 시간에 박지만 생도(왼 쪽에서 다섯 번째) 등 동기들과 필자(왼쪽에서 두 번째)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박정희 대통령 아들인 박지만과 동기인 육사 37기, 이런 저런 비애와 구설수 많아

언젠가 어느 월간지에 “박지만의 육사37기, 비운의 황태자 기수인가, 특혜 받은 기수인가?”라는 집중해부 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었다.

기사 내용 중에 이런 글이 나온다.

“박지만 생도와 그의 동기인 육사37기에 대한 특별대우는 없었을까?” 동기생들은 입을 모아 ‘특혜는커녕 대통령 아들과 동기생이라는 이유로 곤욕을 치른 경우가 더 많았다’고 했다.

1년 후배인 육사38기의 한 대령은 ‘당시 37기의 선배기수들은 박지만 선배가 포함된 37기에 편견을 갖고, 다른 기수라면 그냥 넘어갈 일도 더 엄격하게 얼차려를 줬다’며 ‘특히 시골에서 올라온 선배들은 정의감에 불타 유명인사 자제들의 잘못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영웅심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안되면 되게하라!” 구호를 즐기차게 외치는 특전사 공수훈련 기간에도 또 한번 37기 특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웃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



▲ 특전사 공수훈련을 받고 있는 육사 37기 생도들. [사진=김희철]

‘안되면 되게 하는’ 특전 공수훈련 기간 중 문제의 사건 발생

그 웃지못할 특혜 오해를 불러일으킨 사건은 공수훈련 기간 중에 발생했다. 특전사로 배치되면 이병부터 장군까지는 누구나 공수훈련 4주를 받아야 한다.

1주차에는 매일 아침 5~7km 구보로 시작되는 체력강화훈련과 착지훈련, 모형기체 내에서 수신호와 수신호에 따른 행동요령과 주의사항을 교육받고 각 항공기별 이탈 자세를 취하면서 비행기를 묘사한 콘크리트 모형문에서 실제로 뛰어 내리는 훈련 등을 한다.

2~3주차에는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고 기체탑승에서 실제 강하까지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종합평가와 최종숙달 훈련 및 야간강하를 대비한 야간 모형탑훈련을 한다.

모형탑(막타워)훈련은 실제 낙하 전 훈련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가장 공포심을 많이 느끼는 약 11m높이의 모형탑에서 손으로 예비 낙하산을 꼭잡아 고정시키고 얼굴과 허리를 숙이며 다리를 모으고 L자형으로 하여 실제 강하 시와 동일한 자세로 최대한 멀리 뛰어 내리면서 고소공포증을 극복하는 훈련이다. 막타워훈련 시에는 ‘자격강하’를 위한 최종종합평가를 하게 된다.



▲ 완전군장을 한 채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공수 낙하훈련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37기 생도들. [사진=김희철]

구령부터 비상낙하산을 펴는 시늉까지의 동작을 평균 10~15회 중 3회 이상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 막타워 밑에서는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이 앞서 뛰어내린 동기생의 자세를 보면서 파안대소를 짓기도 했다.

만약 고소공포증으로 인해 뛰어내리지 못하거나 자세나 동작이 불량한 경우 퇴교조치를 받을 수 있지만 통상 5~8회 정도에서 대부분 합격한다.

마지막으로 착륙 시 강풍으로 인해 낙하산이 끌려갈 때 신속히 몸을 뒤집고 일어나 자세를 전환하여 바람 부는 방향으로 뛰어가 낙하산을 수거해야 하는 송풍 및 낙하산 수거 훈련을 받게 된다.

종합숙달훈련이 끝난 4주차에는 실제 낙하훈련을 받게 된다. 처음엔 단독군장, 완전군장, 야간강하 등 총 4회를 점프해야 수료증과 자격증이 주어진다.



▲ 1980년 세계 미스유니버스선발대회에 참가한 각국의 미인들이 육군사관학교를 찾아 37기 생도80명이 동원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김희철]

신군부 세력의 문화정치 '미스유니버스 본선'에 공수훈련 중인 37기 생도 80명 동원돼

훈련장에 남은 37기 생도들은 더욱 혹독한 훈련 받으면서 '특혜' 구설수로 가슴앓이


40년 가까이 지난 요즈음도 육사37기생들은 모이면 어김없이 1980년 세계 미스유니버스대회 이야기를 꺼낸다.

1980년 7월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미스유니버스 본선 대회가 열렸다. 본선은 이 날 하루였지만 사전 행사와 예선은 6월 말부터 시작돼 3주에 걸쳐 열렸다. 본선은 美 CBS방송을 통해 위성중계 됐다.

69개국에서 온 ‘미(美)의 사절’은 신군부 세력의 ‘문화정치’, ‘스펙터클 정치’에 소도구로 동원됐다. 미녀들은 말 그대로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경복궁, 불국사 같은 관광지를 찾고, 육군사관학교도 찾았다. 한 예비역 장성(37기)은 “37기 생도들은 제식훈련과 분열 시범을 보였다”며 “당시 언론은 ‘미녀들이 원더풀을 연호했다’고 보도했다”고 했다. 또한 어떤 동기생에게 홀딱 빠져버린 미녀가 호텔키를 넘겨주기까지 하여 국제결혼 사례가 될 뻔 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는 “37기생들은 거여동 공수훈련장에서 점프훈련을 받다가 ‘신장173cm이상 생도 열외하라’는 지시를 받고 80명의 생도들이 화랑대 예복을 입고 7월 8일 열린 본선(세종문화회관)에 직접 나가 참가자들을 에스코트했다”고 했다.

그는 “화랑대 예복을 입고 롯데호텔 파티장까지 가서 미녀들과 즉석 댄스도 추었다”며 “행사가 끝나자마자 점프훈련장인 거여동으로 복귀해 철모를 쓰고 다시 공수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공수훈련장에서는 25%동기생이 세종문화회관으로 빠져나가자 훈련 교관들과 조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공수훈련 역사상 중간에 열외하여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도 수료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녀선발대회에 참석한 동기생들은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하지만 생도교육 일정상 불가능 했고 국책사업이다 보니 상부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훈련장에 남아있는 동기생들은 오히려 더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했지만, 꽃향기 나는 미의 제전에 차출된 80명의 동기생들로 인해 특별대우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사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37기 생도들은 가슴앓이를 했던 것 같다.



▲ 훈련장에 남은 37기 생도들은 더욱 혹독한 훈련 받으면서 '특혜' 구설수로 가슴앓이를 하여야 했다.  [사진=김희철]

하계훈련을 마친 4학년 생도들이 다는 공수휘장(Wing)의 각별한 의미

하계군사훈련이 끝나고 생도대에 복귀할 때의 각 학년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4학년 생도는 가슴과 전투모에 공수휘장을 달고 3학년 생도는 가슴에 유격(Ranger)휘장을 달고 후배들의 어깨를 한 번 툭 쳐본다.

공수휘장은 5개 종류가 있다. 공수훈련 4회를 이수하면 기본공수휘장을, 20회 이상 또는 강하조장훈련 이수 시에는 은성, 40회 이상 또는 고공기본훈련 이수 시에는 월계공수휘장을 단다. 100회 이상 시에는 휘장 안에 100회에 1개씩 금별이 추가되고, 1000회 이상 휘장은 금색(골드윙)으로 금성공수휘장이라 칭한다.

필자는 4회 기본 점프 시 특별한 추억이 있다.

당시 점프를 위해 탑승한 C-123수송기는 소음이 심하기 때문에 강하조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점등신호 불빛과 조장의 수하에 의해 행동이 이루어진다. 막상 1200피트 상공에서 문이 열리고 조장의 낙하 신호를 보면 몇 초 안에 탑승자 전원은 모두 뛰어내린다. 만약 앞선 대기자가 머뭇거리면 낙하지점을 지나 엉뚱한 곳에 떨어져 위험해 질 수도 있다.



▲ c-123 수송기에서 뛰어내려 낙하산을 펼친 채 강하하고 있는 37기 생도들. [사진=김희철]

그래서 공포에 의해 문 앞에서 머뭇거리면 조장이 강제로 떠밀어 버린다. 심지어는 발로 차기도 한다. 그래야 나머지 인원들도 안전하게 강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이불착(樂而不着)이라 했던가? 집착을 버리고 즐기기로 마음을 다지자 고소공포증은 사라졌다. “한번 죽지 두 번 죽나?” 내가 머뭇거리면 뒤에 따라오는 동기가 어려워진다. 살신성인(殺身成仁)까지는 아니지만 조직과 단체를 위해 몸을 창공으로 던졌다.

L자로 굽어진 채 수직낙하하고 있었고 무릎 사이 전투복이 바람에 파르르 떠는 모습을 보았다.

“덜컥” 낙하산이 펴지는 충격에 출렁거렸다. 이제부터는 방향을 잘 잡아 인접 동료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착지 지점을 찾았다. 마침 배수로 공사장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골도 파여 있고 배관도 있고 그곳으로 떨어지면 최소 발목 골절을 각오해야 했다. 힘차게 낙하산을 당기며 방향을 조정하다보니 그만 발끝이 배수로 바로 옆 땅에 닿았다. 교관이 가르쳐 준대로 구를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바로 서 버렸다. 교관이 위험하니 압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지면에 가능하면 많이 닿게 낙법을 하라고 했는데...

마침 방향조정을 위해 낙하산을 당기고 놓고 하다 보니 월계공수휘장 받은 고공낙하 이수자가 하는 방법을 나도 모르게 한 것이었고 덕분에 난 말짱했다. 강풍이라도 불었으면 발목이 부러졌을 것이다.



▲ 공수훈련을 마친 생도들이 특전사 교관을 행거래를 치고있다. [사진=김희철]

必死卽生 必生卽死 (필사즉생 필생즉사)

마지막 점프가 끝나자 낙하지점에서 파티가 이루어졌다. 철모에 받아먹는 막걸리는 처음 마셔보지만 꿀맛이었고 새보다 자유로운 특전사 교관과 강하조장은 존경스럽게 보여 졌다.

훗날 졸업 무렵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우리를 가르쳤던 강하조장이 고공낙하 중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순직했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의 정신으로 청춘을 붙태우는 특전사 요원들에게 한없는 존경과 ‘받들어 총’을 보낸다. 끝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편집자주 : 본 칼럼은 전문가의 특정 견해를 밝힌 내용으로 뉴스투데이의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