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강경화 임명 강행은 ‘똥 묻은 개’ 구출작전
이야기쉼터 | 이태희의 심호흡 / 2017/06/15 14:47 등록   (2017/06/15 14:48 수정) 681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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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겨 묻은 개’를 꾸짖는 ‘똥 묻은 개’를 보고 다수 국민은 분노


사실은 자유한국당이 자충수를 두고 있었다. 사사건건 반대만 일삼았다. 일자리 추경안도 반대하고, 각료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대부분 자격미달 판정을 내렸다. 마구 꾸짖었다. 그렇게 살고도 장관이 될 자격이 있느냐고.


그런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다수 국민의 마음은 하나였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고 있구나. 자신의 부도덕함은 편하게끔 망각한 채 준엄한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는 인간은 언제나 구역질을 유발한다. 구역질을 하다보면 분노가 솟구치기 마련이다.


문신 새긴 조폭이 보통사람을 무릎꿇려놓고 ‘착하게 살라’고 충고할 때처럼 화나는 경우는 없다. 문 대통령이 누리는 80% 안팎의 지지율은 이처럼 ‘똥 묻은 개’에 대한 ‘분노’의 힘에 기반 한다. 80% 전체가 문 대통령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그 분노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댓글이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은 여론의 창이다. ‘문빠’나 ‘일베’ 등 소수 정파가 장악하기에는 광대하다. 우리 시대에 댓글읽기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여론과 소통하는 핵심 수단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국민이 보기에 '겨 묻은 개'이다. 이들이 똥 묻은 개에게 물릴 때만 해도 누리꾼들은 앞 다퉈 ‘문빠’를 자처했다. 똥 묻은 개들이 ‘꼴 값’을 한다거나, 문 대통령만큼은 반드시 지켜드리겠다는 충성맹세로 들끓었다.


안경환, 도종환의 자질논란과 김진표의 ‘정신나간 사람론’등으로 분노에 균열 조짐


이러한 댓글 전선에 변화가 엿보이고 있다. 음주운전을 자인하고 ‘여성 창녀론’을 설파한 안경환 법무장관이나 국회의원 당선 직후 한 달 동안 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 위반 48회라는 진기록을 수립한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 후보자가 등장하면서 ‘분노’로 단결됐던 국민들의 대오가 흔들렸다.


“이건 좀 아닌데”라는 기류가 감돌았다. 똥 묻은 개들의 지적 질에 냉소로 일관하던 민심의 일각이 처음으로 공감의 포즈를 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름다운 그림’만 연출해오던 문 대통령은 13일 자충수를 뒀다.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김상조 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야 3당은 ‘협치 원칙’을 파기했다고 아우성을 쳤다.


11조 2000억원의 일자리 추경안 심사에 합의했던 국민의 당과 바른정당은 ‘대여투쟁’노선으로 돌아섰다. 강경화 후보자 임명마저 강행하면 자유한국당과 함께 추경심의 자체를 거부할 태세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15일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면서 강 후보자 임명 수순에 돌입했다. 강경화 청문보고서를 17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그 시한을 넘기면 강행 카드를 던지려는 행보이다. 


직업으로서의 대통령, ‘타협’이라는 다원주의 원칙 지켜야


문 대통령은 '타협' 대신에 ‘분노’를 정치적 자원으로 선택


이처럼 ‘정치적 타협’ 보다 ‘민의’를 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은 ‘똥 묻은 개’ 논리의 연장선상이다. 너희들은 ‘겨 묻은’ 강경화나 김상조를 탓할 자격이 없다는 국민정서를 힘의 원천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다원주의에서 정치의 역할은 ‘정의’가 ‘불의’에 대항해 승리를 거두는 것이 아니다. ‘이익의 절충과 배분’을 수행하는 데 있다. 정치인 혹은 대통령이라는 직업은 결코 정의의 독점자가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권력이 정의를 독점하려고 할 때, 그 정의는 ‘주먹’으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정국에서는 정의와 불의의 대립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구사할 수 있다. ‘전쟁’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이 원하던 정부가 들어선 평화 시기이다. 평화 시기에 전시 논리를 연장하는 것은 중대한 판단 착오이다.


국민이 자유한국당을 ‘똥 묻은 개’라고 손가락질해도, 대통령은 ‘협상의 대상’으로 존중해야 한다. 대통령은 직업으로서의 정치가중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인물이다. 언제나 ‘타협’이라는 다원주의 정치원칙을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성난 여론에 고무돼 그 원칙을 망각한다면 실패한 직업인으로 전락할 위험이 커진다. 


분노에 기댄 정치는 시한부...‘똥 묻은 개’ 구출되기 전에 ‘협치’로 회귀해야


모든 분노는 시간이 흐르면 이완되기 마련이다. 분노에 기댄 정치는 시한부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강경화 카드를 강행하고, 야 3당이 추경 심의 보이콧을 포함한 강경투쟁에 나선다면 ‘분노의 균열’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국정자문기획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은 15일 “현행 방식에서 장관하려는 사람은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극단적인 표현을 동원했다. 문 대통령의 5대 인사 기준 중에서 2005년 7월 인사청문회 도입 이전위장전입은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국민에게 할 소리가 아니다.  


이런 ‘망언’이 되풀이될수록 분노의 균열은 조만간 시커먼 입구를 드러낼 것이다.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라는 새로운 논리가 형성되는 시점에 ‘똥 묻은 개’는 구출되고, ‘분노’라는 정치적 자원을 상실한 문 대통령은 ‘협상’이라는 다원주의 원칙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왕이면 ‘똥 묻은 개’가 구출되기 전에  '협치'로 복귀해야 협상력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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