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피플] 국내 흑인 모델 1호 한현민, '고용절벽' 시대의 홀로서기
강소슬 기자 | 기사작성 : 2017-05-22 11:36   (기사수정: 2017-05-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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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 한현민 [사진=강소슬 기자]

중학교 3학년 때 SNS에 사진 올려 '스스로 기회 만들기' 성공

모친은 한국인이고 부친인 나이지리아인인 다문화 가정 5남매중 장남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사람들이 외모만 보고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데, 저는 영어를 못하는 한국 사람입니다”
 
까만 피부에 곱슬머리 큰 눈을 가진 고등학생 1학년 17세 소년 한현민은 국내 흑인모델 1호이다.  나이지리아와 한국인 혼혈이다. 지난 해 모델계에 입문하자 마자 대형무대에 섰고, 재능을 인정받아 순식간에 국내외에 팬층을 형성했다. 올해 세계적인 패션잡지 '보그'지가 그를 주목할만한 신예로 보도하면서 서구의 디자이너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버지의 조국인 나이지리아의 한 패션잡지에서는 봄호 표지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현민은 바야흐로 성공의 가도에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그 의미는 각별하다. 

원래 한현민은 야구를 하고 싶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꿈을 접었다. 5남매중 장남이었다. 운동선수가 되려면 가정의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했다. 오히려 가계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 했다.

모델의 꿈을 꿨지만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기 싫어 마음속으로만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빈곤 그리고 어린 시절에 외모로 인해 놀림을 받았던 기억은 그가 감수해야 했던 '결핍'이었다.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지난 해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렸는데, 이 사진을 SF엔터테인먼트의 윤범 대표가 봤다. 윤 대표는 본능적으로 현민에게 가능성을 느끼면서 연락을 취했다.

윤 대표는 중학생답지 않은 외모의 소유자인 현민에게 이태원 길거리에서 워킹을 하도록 했다. 대형무대를 소화할만한 담력과 끼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려고 했던 것이다.

현민은 윤 대표의 테스트에 합격했다. 이색적인 방식의 오디션을 본 뒤 2주 만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패션위크 무대에 모델로 서게 된다. 중학교 3학년 때 패션기획사의 도움없이 자력으로 데뷔한 것이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생이면서 패션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그는 '결핍' 속에서 피어난 스타 후보생이다. 30,40대가 된 후에도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받는 요즘 세태 속에서 현민의 '홀로서기'는 신선하다. '고용절벽'의 시대를 두려워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전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주는 사례이다. 
 
아직은 장난기가 많고, 순수함이 엿보이는 모델 한현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모델 한현민 [사진=강소슬 기자]

인종적 편견과 빈곤이라는 '결핍' 속에서 피어난 도전기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올 해 고등학교를 들어간 2001년생 모델 한현민이다. 2016년 3월 패션위크를 통해 데뷔했다.”
 
Q. 모델의 꿈을 갖게 된 계기.
 
A. “운동선수가 하고 싶어서 야구를 열심히 했는데, 돈이 많이 들었다. 5남매 장남이라 부모님께 부담 드리기 싫어 꿈을 접고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공부가 너무 싫어 방황을 많이 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도 ‘미래에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며 옷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는데, 당시 학교에 선배 형이 모델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모델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
 
Q. 모델로 데뷔하게 되기까지.
 
A. “모델이 되고 싶어 기획사를 알아봤지만, 전부 높은 비용을 내고 모델 아카데미를 다녀야 한다는 말 뿐이었다. 5남매를 키우고 계시는 부모님께서는 모델 아카데미 비용을 내는 것이 부담이 된다고 하셨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지만 중학생이라 아르바이트를 할 곳도 없었다.
 
전단지라도 돌려서 돈을 모아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자주 가던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형이 친척이 옷 사업을 한다며 룩북 촬영을 해보라고 추천해줘서 운 좋게 사진을 찍었다. 촬영한 사진들을 SNS에 올렸는데, SF엔터테인먼트의 윤범 대표님이 만나자는 연락을 해주셨다”
 
Q. 모델 오디션을 독특하게 봤다고 들었다.
 
A. “윤범 대표님은 금요일 저녁 사람 많은 이태원 길 한복판에서 워킹을 시키셨다. 모델 아카데미도 못 다녀 워킹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었지만 용기 내어 걸었고 걷자마자 계약하자고 하셨다”
  
 

▲ 서울 패션위크 런웨이에 오른 모델 한현민의 모습 [사진=SF엔터테인먼트]

계약 후 2주만인 지난 해 'F/W 서울패션위크' 오프닝 무대로 입문

Q. 정식 모델 활동은 언제 하게 되었나.
 
A. “사실 모델 계약한 후 ‘3년 뒤에는 데뷔하겠지?’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계약 후 2주 만에 2016 F/W 서울패션위크의 한상혁 디자이너 브랜드인 에이치 블레이드 무대에 오프닝으로 서게 되었다.
 
당시 오디션을 볼 때 모델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후질근한 교복차림으로 가서 자괴감이 들기도 했는데 운 좋게도 오디션에 붙었다.(웃음)”
 
Q. 첫 무대에 올랐을 때 기분은 어땠나.
 
A. “2주 전에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내가 지금 패션쇼 무대에 오르는 걸 앞두고 있다니 꿈만 같았고 너무 떨렸다. 디자이너 선생님이 ‘네가 첫 번째로 나가서 빛을 발해라’는 말을 해주셔서 자신감이 생겨 무대에 올랐다.”
 
 

▲ (왼쪽) 2006년 어머니와 찍은 어린시절 한현민의 모습, (오른쪽) 어린시절의 한현민 [사진=SF엔터테인먼트]

나의 피부색은 '특별함', 어린 시절엔 힘들었지만 이젠 자부심 느껴
 
Q. 어린 시절의 기억은.
 
A. “지금은 이태원에 살지만, 태어난 곳은 해방촌이다. 지금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많지만, 내가 어릴 때는 혼혈이 많지 않았다. 때문에 어린 시절 놀림을 많이 받아 상처가 많은 아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편견을 내가 깰 수 있도록 더 잘되고 싶다.

초등학교 시절에 피부색으로 놀림을 받고 집에 돌아와 울기도 했다. 그럴 때면 어머니께서 '너는 특별한 아이다. 기다리면 피부색이 까매서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이 실현된 셈이다.”
 
Q. 영어는 잘 하는지.
 
A. “영어는 전혀 못한다. 사람들이 영어로 말을 많이 물어보는데, 한국말 잘 한다고 대답해도 꼭 영어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델 데뷔했을 때도 당시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는데, 아마도 한국어를 못 할 것이라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
 
Q. 집에서 어떤 언어를 주로 사용하나.
 
A. “아빠는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셨고, 엄마는 한국에서 태어나셨다. 부모님은 집에서 영어로 대화 하시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유독 영어를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한국말로 대화한다.”
 
내 밑으로 동생이 4명이 있는데, 나이가 전부 어리다 바로 아래 동생은 9살이고, 막내 동생은 올 해 3살이다. 동생들은 아빠가 영어로 이야기 하시면 알아 듣는 것 같아 신기하다”
 
Q. 가정에서 나이지리아와 한국의 문화 차이를 느끼나
 
A. “사실 특별한 문화차이는 못 느끼는데, 어릴 때 왼손으로 밥을 먹었을 때 아버지께서 ‘왼손은 볼일을 볼 때 쓰는 손’이라며 못 쓰시게 해서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Q. 한국에서 혼혈로 살아가는데 장점과 단점
  
“장점은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개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단점 역시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차별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혼혈이라는 것이 엄청 나쁘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 화보 속 모델 한현민 [사진=SF엔터테인먼트]

"심한 곱슬머리와 동양적인 눈매가 나의 특별함"

해외진출 꿈꾸고 방송계에도 관심 커
 
Q. 학교생활과 모델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은 어떤지.
 
A. “런웨이나 룩북 속 나의 모습은 실제 일상과는 다르다. 평소에는 7시에 일어나 등교하고 학교 수업 끝난 뒤 분식집 갔다가 피시방도 가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고등학생인데 모델이라고 학교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고 싶지 않다. 친구들처럼 똑같이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Q. 학교에서 공부는 잘 하는 편인가.
 
“솔직히 말하면 공부는 초등학교 때부터 포기했다.(웃음) 특히 영어와 과학이 제일 싫은데, 영어는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 할 생각이다."
 
Q. 학교에서 친구들의 반응은 어떤가.
 
A. “학교에서 친구들이 ‘모델 일 재미있어?’, ‘돈 많이 벌어?’, ‘연예인 누구 봤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물어본다.”
 
Q. 모델 활동을 하며 힘든 점
 
A. “다이어트다! 먹지 못하는 것이 모델 활동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체중조절은 먹는 양을 줄이는 것으로 하고 있다.”
    
Q. 모델 한현민은 어떤 특별한 점을 갖고 있나.
 
A. “동양 사람은 갖지 못하는 심한 곱슬머리라 특이한 헤어스타일, 동양 느낌이 나는 흑인이라는 점이 특별한 점이라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 흑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외국 사람들은 동양적인 눈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 점이 특별한 점이라 생각한다.”
  
Q. 꿈꾸는 무대는.
 
A. “’돌체앤가바나‘의 무대와 ’디올‘의 무대에 꼭 서보고 싶다. 특히 돌체앤가바나의 쇼의 분위기는 정말 서보고 싶은 분위기다.”
 
Q. 어떤 모델로 기억되고 싶나.
 
A. “열정적인 모델로 기억되고 싶다.”
 
Q. 앞으로의 꿈.
 
“해외에 나가 꼭 일을 해보고 싶다. 이 꿈이 가장 큰 꿈이고, 모델일 외에 방송이나 디자이너와 같은 일도 해보고 싶다.”
 
  
[강소슬 기자 soseul@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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