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문재인식 ‘일자리 프레임’은 ‘불안한 희망’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7-05-17 16:45   (기사수정: 2017-05-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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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문재인 대통령, 근육질 냄새 풍기며 속전속결식 정책 추진

시장중심 고용창출이라는 국제적 흐름에 역류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이 초장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근육질 특전사 출신답게 속전속결식이다.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다수 국민은 기대감을 보이는 데 비해 보수정당과 재계는 우려의 시선을 날린다.

우려의 시선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표방한 강력한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은 국제적 흐름에 역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민간중심 고용 증대 정책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행 35%인 법인세율을 무려 20% 포인트 감축해 15%로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도 같은 논리이다. 지난 연말에 현행 20%인 법인세율을 2020년까지 17%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취임한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확하게 문 대통령과 정 반대의 ‘일자리 정책’을 선언했다. ‘마크로노믹스(Macronomics)’로 명명된 그의 경제정책 핵심은 시장활성화를 통한 고용 창출이다. 이를 위해 법인세를 인하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대신에 공무원 12만명을 감축해 마련된 재원으로 향후 5년간 60조원 규모의 공공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마크롱과 거꾸로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신규 일자리 50만개 등 131만 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 법인세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남 따라하기’는 바보들의 인생철학, 문재인은 마크롱과 정반대 선택

그러나 문 대통령의 행보가 마크롱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과 다르다고 비난한다면 ‘무뇌아’적인 발상이다. 국가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기 마련이므로, 그 정책도 다른 게 현명하다. ‘남 따라하기’는 바보들의 전형적인 인생철학이다.

마크롱의 전임자인 프랑소와 올랑드 대통령(사회당)은 부자증세를 통한 실업문제 해결정책에 역점을 뒀다. 반금융자본주의자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신자유주의’ 해법을 불신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프랑스의 고질적인 실업문제를 잡지 못했다.

유럽의 신예지도자인 마크롱 대통령은 당연히 전임자의 길을 비판하면서 ‘신자유주의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임자 정책을 뒤집는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도 동일하다. 전임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시장중심의 일자리 정책’을 강조했다. 법인세를 낮추고 노동유연성을 증진시킴으로써 기업의 고용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논법이었다. 시장의 공급주체인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고용도 늘려준다는 ‘낙수효과’이다.

‘낙수효과’를 논거로 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이미 실패작

문 대통령은 ‘케인즈주의’식 재정정책 통한 고용창출 전략

신자유주의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낙수효과’를 부르짖으면서 집권 초에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동안 대기업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일자리가 감소해왔다. 삼성, 현대기아차 등 일류 대기업의 사내유보금만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났을 뿐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세금을 줄여주자, 기업들은 남는 현찰을 곳간에 쌓아두는 선택을 함으로써 ‘낙수효과’를 무력화시킨 셈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낙수효과’를 보려면, 법인세를 더 낮추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자유로운 해고)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변중이다. 하지만 그 논리가 성립하려면 지난 10년 간 고용이 조금이라도 늘었어야 한다. 때문에 실패한 정책을 옹호하는 궤변에 불과하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최근 30,40년 동안 대부분 서구 선진국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에 매달렸지만 실업난은 심화돼왔다. ‘법인세 인하-기업 투자 활성화-일자리 증가’라는 3단 논법의 허구성은 명확하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새로운 실험’을 선택했다고 평가하는 게 맞다. 보수정권은 물론이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등 과거 진보정권도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종했다. 문 대통령이 남이 가지 않았고, 지금도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고 보는 게 정확한 상황판단이다.

문 대통령이 전임자들처럼 그 무기력이 뼈저리게 입증된 ‘낙수효과’ 이론에 매달린다면 논란은 최소화될 것이다. 하지만 5년 후의 결과는 뻔하다. 실업난 심화이다.

문 대통령은 대신에 ‘케인즈주의’ 성향의 정책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강력한 재정정책을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기업도 살리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1929년 미국대공황을 해결한 경제정책의 골간이다.

실업난 심화로 ‘분노의 포도’를 향해 질주하는 한국사회

'검증된 실패작'보다 '불안한 희망'을 선택하는 게 ‘정의로운 선택’

미 대공황 당시와 현재 한국은 근본적으로 닮은꼴이다. 기업의 생산(공급)은 넘쳐나는 데 일자리가 부족해 수요가 줄고 있다. 존 스타인벡이 ‘분노의 포도’에서 묘사한 것처럼 농민들이 팔리지 않는 농작물을 거리에 내다버리는 것만큼 한국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다.

그러나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3포 세대’가 철지난 유행어가 될 정도로 실업난으로 인한 ‘수요 감소’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분노의 포도’를 향해 질주하고 있음은 우리가 애써 눈감으려는 ‘불편한 진실’이다. 

만약에 문 대통령 계획대로 81만개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정부 주도로 창출되고 안착된다면, 한국청년들은 새 희망을 볼 것이다. 안정된 직장에 취업을 하니 연애도 하고 아이도 낳으려고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이 성공한다면 ‘역 낙수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수요) 증가-기업 생산 촉진-민간 일자리(수요) 증가-기업생산 촉진’이라는 4단계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물론 앞으로 많은 문제점이 불거질 것이다. 올해 10조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공공부문 근로자를 더 뽑는다면, 내년과 내 후년에는 더 큰 폭의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할 수도 있다. 정부예산으로 81만명의 근로자를 더 뽑는다면, 그들이 퇴직 이후 받게 될 연금규모도 천문학적 수치가 될 것이다. '100세 시대'에 생각만 해도 난감한 일이다.

지금은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긍정평가 여론이 80%에 육박하지만 급전직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촛불 민심’의 지지로 당선된 정치 지도자가 '검증된 실패작'인 신자유주의 노선을 답습한다면 패배주의에 다름 아니다. '불안한 희망'을 선택하는 게 공리주의 관점에서 정의롭다. 모든 희망은 본질적으로 불안을 내포하기 마련이다. 문제를 피하려하지 말고 직면해서 해결하면 된다.


[이태희 편집국장 youyen2000@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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