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 이야기](10) 잔인한 달 4월의 노래
이야기쉼터 | 김희철의 직업군인 이야기 / 2017/04/28 14:28 등록   (2017/05/02 14:37 수정) 721 views
▲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인민군 창건일 85주년을 맞아 열린 군종합동 타격시위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타격시위에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과 리영길, 조남진, 렴철설, 조경철 등 인민군당위원회 집행위원들이 참석했다. [출처=노동신문]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던 '4월 위기설'도 역사의 뒤안길로...


4월 25일 북한군 창건일 관련 북의 도발을 대비해서 미국 오하이오급(1만8천톤) 핵잠수함 미시간호가 부산항에 입항했다. 이날 한·미 해군은 서해에서 연합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최강의 전투력을 과시하는 미 핵추진 항공모함 캘빈슨함(CVN-70) 항공모함전단은 일본 근해에서 미·일 연합훈련을 해왔다. 한·미 해군은 이번 주말에 갤빈슨함 전단과 동해에서 항모강습단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북한은 지난 해에도 북한군 창건일 이틀 전에 미국을 압박하고 북한 내부를 통제하기 위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연례행사처럼 호전적 태도를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의례적인 도발로 보기 어렵다. 의도가 다른 것 같다.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은 조선중앙TV가 녹화 방송한 북한군 창건 경축 중앙보고대회에서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팰 우리 식의 초정밀화되고 지능화된 위대한 타격수단들이 이미 실전 배치됐다”고 밝히면서 미 캘빈슨 항공모함과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핵공격 수단들이 발사대기 상태에 있으며 6차 핵실험도 감행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추가 도발 시 원유 공급 중단’과 중국관영매체의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용인’보도 등 전례 없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 영향탓인지 노골적인 도발 대신 강원도 원산에서 화력훈련을 하는 것으로 창건일 행사를 마쳤다.

자신들이 호언해 왔던 전략 무기 도발을 주춤했다고, 북한이 도발 카드를 완전히 접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미·중의 압박이 다소 완화되길 기다렸다가 기습 도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트럼프의 선제타격설과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이후 대선 기간 중 유발되었던 4월 위기설은 역사의 뒤안길로 잠복하였다.

아무튼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사진=김희철]

사관학교 생도들, 5월 생도의 날 기대하며 ‘잔인한 4월’이겨내

직업군인에게는 왼어깨가 올라가는 고질병이 있다.

각군 사관생도들은 매일 4번의 퍼레이드를 한다. 오전 오후 학과 출장 및 복귀 행진 때문이다. 4시간 분량의 책을 가방에 넣고 왼쪽 팔에 끼우고 오른손을 힘차게 90도씩 올리며 중대별로 대오를 맞추어 15분 정도 퍼레이드를 하며 공부하러 교수부에 간다.

4년 동안 계속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왼어깨가 올라가는 기이한 체형으로 바뀐다. 졸업 후 내 체형이 비뚤어졌구나 하고 돌이켜 생각하니 이 고질병은 바로 책가방을 왼팔에 끼우고 행진했던 것도 원인이 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하급생도 입장에서 퍼레이드는 기이 체형 형성을 걱정할 틈조차 없는 지옥 같은 시간이다. 4학년인 분대장 생도가 맨 앞에 그 뒤로 1학년, 2학년, 3학년 순으로 대열을 갖추다 보면 뒤에 따라오는 상급 생도가 “팔다리 높이가 틀리다.”, “열, 오, 대각선이 안맞는다.”며 행진간 잔소리를 계속 듣게 된다.

심지어는 휴식 또는 자유 시간에 상급생도 방으로 호출당하여 심한 질책과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 특히 5월 생도의 날 축제 시 예복을 입고 퍼레이드 하는 행사인 화랑의식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습한다는 미명하에 상급생도의 지적 강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었다.


[사진=김희철]

키는 작지만 땅달하고 다부졌던 어떤 상급생도가 “군인은 천당과 지옥도 인솔하여 간다. 하물며 사관생도들이 단체의식 없이 발도 틀리고 열도 못 맞추는가?”하며 정신을 차리라고 호되게 교육시키던 일이 기억난다.

그래도 퍼레이드를 하면서 부르던 “4월의 노래(박목월 작사)”는 봄을 느끼게 하며 스트레스를 날려주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차기 대통령, 불임의 4월 딛고 주도적으로 한반도 평화 잉태하길

잔인한 4월은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1922년작)에 나오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이하생략)”라는 구절에서 인용된 말이다.

어느 평론가는 이 부정의 의미는 시인 자신의 개인적인 불행을 불임의 숙명에 처한 어부왕의 심정과 일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생명의 부활을 약속받는 이 찬란한 봄의 계절에, 죽은 목숨만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것은 잔인한 운명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 시를 모두 읽고 나면 ‘4월이 잔인하다.’고 말한 것은 역설적 의미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봄의 생명력을 찬양한 문구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번 4월 위기설은 미·중·일이 합심하여 북한을 압박한 결과이고 TV의 대선토론회에서도 언급이 있었지만 대북 제제의 성공은 완벽한 경제제재(economic sanctions)로 만이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원유공급 중단 발표로 알 수 있었다.

손자병법 6편 허실(虛實)의 고선전자 치인이 불치어인(故善戰者 致人而 不致於人)처럼 ‘잘 싸우는 자는 적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지 적에게 조정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이하면서 화랑대의 사관생도들은 생도의 날 축제를 기대하면서 잔인한 4월을 극복한다. 5월 9일 선출될 19대 대통령 당선자는 북한이나 주변 열강에 휘둘리지 말고 위기의 잔인한 4월을 겪으며 북한의 도발을 억지한 미국과 중국처럼 주도권을 갖기를 기대해 본다. 북한에 조정 당하지 말고 우리가 북한을 조정할 수 있는 외교안보 정책을 구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끝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편집자주 : 본 칼럼은 전문가의 특정 견해를 밝힌 내용으로 뉴스투데이의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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