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송민순의 폭로, ‘색깔론’ 아니라 ‘양심선언’?
이야기쉼터 | 이태희의 심호흡 / 2017/04/21 17:45 등록   (2017/04/24 17:36 수정) 532 views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참여정부, ‘북한 사전 문의’ 후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기권’ 결정논란

문재인 후보 격분해 폭로자인 송민순 전 장관은 살 떨릴 지경

참여정부 당시 외교부장관을 지낸 송민순 씨의 북한인권 관련 문건 및 메모 공개가 ‘장미대선’의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즉각 ‘색깔론’으로 규정하고 송 씨의 책임을 묻겠다고 단언했다. 가장 강력한 차기권력 후보의 분노에 직면한 송 씨로서는 살이 떨릴 지경일 것 같다. 

양측 간의 쟁점은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당시 참여정부가 기권 결정을 내리면서 ‘북한의 사전 허가’를 받았는지 여부이다. 논쟁의 단초는 송 씨가 제공했다. 그가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북한 반응을 알아보자“라고 말했다고 적은 것이다. 물론 문 후보는 그동안 사전허가 의혹을 단호하게 반박해왔다. 20일 대선후보 1차 방송토론회에서도 “북한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알아본 게 전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송 씨는 21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참여정부의 기권은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측에 문의해 받아낸 답변을 백종천 대통령 외교안보실장이 전화로 받아 적어 작성한 게 공개된 문건이라는 게 송 씨의 설명이다.

문건에서 북한은 “남측이 반공화국세력들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으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문맥상 한국 정부의 문의에 대한 북측의 공식 답변으로 느껴진다.

송 씨는 “아세안 회의차 싱가포르에 머물렀던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11월 20일 오후 6시50분 자신의 방으로 나를 불러 그 문건을 보여주면서 기권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송 씨는 결의안 찬성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씨는 당시 작성했던 자필메모도 공개했다.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문 실장(문재인 후보)이 물어보라고 해서”라고 쓰여 있었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21일 “2007년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결정됐다는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면서 “다만 대통령 기록물 보호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서 논의 중인데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지면(16일 회의록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해놓고 나흘 후에 ‘찬성에 대한 북한 입장 취재’?

문 후보 해명대로라면 참여정부는 ‘바보들의 행진’

그러나 정황증거는 ‘색깔론’보다 ‘양심선언’쪽에 훨씬 많다. 우선 논리학적으로 볼 때, 문 후보의 해명은 성립되지 않는다. 참여정부가 사전에 기권 결정을 내렸다면, ‘찬성 시 북한의 입장을 사후 취재’할 필요가 없다. 기권 시 북한의 입장을 물어보는 게 맞다. 북측에 유엔에 가서 기권할 테니 앞으로 잘해보자는 연락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문 후보 주장대로 참여정부가 2007년 11월 16일 ‘기권 결정’을 내려놓고, 나흘 후인 11월 20일에 ‘찬성’할 경우 북한의 입장을 담은 국정원의 보고서를 회람했다면 ‘바보들의 행진’이다. 그런 지능지수로 남북관계를 논하면 백전백패이다. 

세속적 논리로 따져봐도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문 후보에게 밉보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송 씨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를 화나게 만든 것은 송 씨의 말대로 ‘역사적 사실을 명백하기 정리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크다.


69세 노년의 송민순, 가장 강력한 차기 권력자를 색깔론으로 공격? 

김만복 등 진실을 아는 자들은  문 후보를 돕기보다 ‘침묵’을 선택 

더욱이 문 후보가 송 씨의 책임을 묻겠다고 한 만큼 대선 이후 ‘후폭풍’도 예상된다. 현재 69세인 송 씨는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을 맡고 있다. 권력의 콧털을 건드리면 노년이 편치 못하다는 상식 정도는 알만한 인물이다. 반사이익을 얻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환심을 사려는 아둔한 셈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아무리 어리석은 자도 가장 유력한 차기 권력자를 거짓말로 궁지에 몰아넣을 가능성은 없다. 미친놈만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송 전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영민한 인물이다. 

논쟁을 잠재워줄 칼자루를 쥔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백종천 전 대통령 안보실장이 함구하는 것도 진실의 방향을 암시한다. 김만복과 백종천은 진실을 알고 있다. 그 진실이 문 후보에게 유리하다면 당연히 공개할 것이다. 진실을 폭로하면서 가장 유력한 차기권력자의 조력자가 되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얻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문 후보를 곤혹스럽게 하는 ‘침묵’을 선택했다. 송민순의 주장을 뒤집을 팩트를 갖고 있지 못한걸까? 권력의 유혹이나 압력이 제 아무리 강해도 사실을 조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쨋든 2007년 11월 16일 청와대 회의록 공개만이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시키는 유일한 해결책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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