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談] 서울대생 ‘경비원’ 비하 논란에 드러난 직업의식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7-04-21 14:45   (기사수정: 2017-04-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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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경비원이 업무중이다. 서울대 대나무숲에서 서울대생의 '경비원 비하 행동'을 쓴 글이 화제를 모았다. ⓒ한국고용정보원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한국인의 존경하는 직업 1위 소방관, 2위 환경미화원

일부 서울대생의 '저급한 직업의식' 둘러싸고 대나무숲서 논쟁

다양한 한국인의 직업의식 조사에 따르면, 존경하고 신뢰하는 직업의 1위는 '소방관'이다.  ‘환경미화원’이 2위로 그 뒤를 잇는다. 

지난 해 인하대 사범대학 김흥규 명예교수와 인하대 학생생활연구소 이상란 박사가 공개한 ‘한국인의 직업관’ 조사 결과도 그렇다. 5개 부문(신뢰성·존경도·국가사회적 공헌도·청렴도·준법성)에 10점 만점에 점수를 주는 방식의 조사에서 환경미화원은 7.45점을 받았다. 의사, 교수, 국회의원보다도 높은 점수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의 '존경하는 직업' 조사에서도 21.9%의 지지를 받은 환경미화원이 2위에 올랐다. 1위는 51.6%인 소방관 및 구급대원이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들은 한국인의 직업의식이 지닌 높은 수준을 의미한다. 단순히 '높은 수입'보다는 '봉사와 희생'과 같은 사회적 가치의 실천을 존경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자타가 공인하는 엘리트인 서울대학생들 간의 '아파트 경비원 비하' 논란이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경비원은 남들이 꺼려하는 궂은 일을 도맡아한다는 점에서 환경미화원과 비슷한 성격의 직군이라고 볼 수 있다.


▲ 18일 서울대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 ⓒ서울대 대나무숲


'과잠'입은 서울대생 2명, 만취상태에서 도와주려는 경비원에게 모욕적 발언

경비원의 딸, "누구도 아빠를 무시할 자격없어"고 글 올려
 
다수 한국인들은 봉사와 희생의 가치를 실천하는 직업군을 존경의 대상으로 여기는 반면에 일부 서울대생들이 오히려 '비하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지고 있다. 비록 일부에 국한된 것으로 보이지만, 장래의 지도자를 꿈꾸는 서울대생이 한국인의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직업의식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서울대 대나무숲(페이스북)에 한 서울대생(여학생으로 추정됨)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가 겪은 모욕적인 상황에 대한 글을 올렸다. 2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고, 100회 이상 공유됐다.
 
이 글에는 “어제밤 아빠가 제게 한 얘기는 충격이었다. 새벽에 우리학교(서울대) 과잠(학과 점퍼)을 입은 대학생 두 명이 술에 잔뜩 취해 몸도 못가누기에 아빠가 순찰을 도시다가 도와주려고 다가갔다. 몇호 사냐고 데려다 주겠다고그 랬는데 글쎄 (그 학생들이) 하는 말이 ‘멍청해서 경비 일이나 하는 주제에 뭘 안다고 와서 말을 거냐’고 가시라고 그랬다더라”라고 적혀 있다.
 
글쓴이는 “아빠가 웃으면서 말씀을 하시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같은 학교 다니는 우리 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게 아니냐’며 웃으시기에 더 좋은 대답을 했어야 했는데 순간적으로 ‘헛소리 하지 말라’고 화를 버럭 내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희 아빠는 많은 사람들이 경비원에 대해 생각하시는 만큼, 못 배워서, 가방끈이 짧아서, 아는 게 없어서 경비원 일을 하는 분이 절대 아니다"면서 "좋은 대학교 나오셨고 사업도 하셨고, 나중에는 직장에 오랫동안 다니신 뒤에 정년퇴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늦둥이는 저를 마저 뒷바라지 해주시겠다며, 그 나이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게 경비원 일일 뿐이었다”며 "누구도 아빠를 무시할 자격은 없다"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게다가 우리 학교 학생들이라고 하니 더 가슴이 찢어진다. 누가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라 했나요. 오늘만큼은 고개가 푹 숙여진다”고 하소연했다.

론 문제의 '과잠을 입은 서울대생들'에 대한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 경비원 취업자의 성별, 연령, 학력, 임금 사항. [출처=한국고용정보원]


왜곡된 직업의식에 대한 질타 봇물, "경비원 막 대하는 몰인격적 기계들"

경비원은 '못배운 사람의 전유물' 아니라는 현실적 비판론도 눈길  

우선 미래의 지도자임을 자부하는 서울대생이 지닌 왜곡된 직업의식에 대한 질타가 주류를 이뤘다. 

 “아마도 과잠입은 술취한 학생들이 자라서 결정권자가 되면 세상은 온통 몰인격적인 기계들과 몰상식한 엘리트들만이 보통사람들에게 군림하게 되는게 아닐런지”, “학력이 낮아서 경비원 한다고 해도 그 사람 무시할 건덕지나 되나? 무슨 자격으로 남을 평가하지? 그럼 하버드대 나온 사람은 서울대밖에 못 다니는 애들이라고 무시해도 되나?”, “저런 애들이 자라서 나중에 자신을 위해 남 위에 서는 것 밖에 모르는 존재들이 되겠지”등등이다. 

“직업에 귀천이 어디있나 모든 역할은 다 소중한 것을”, “경비 아저씨뿐만 아니라 미화원 여사님들에게도 막 대하는 사람 엄청 많더라. 이런 글 너무 슬프다” 등과 같이 인간의 평등함에 대해 강조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제  경비원은 결코 낮은 직업의 상징이 아니라 100세 시대에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제2,제3의 직업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경비원하시는 어르신들 지난날들을 보면 엄청나셨던분들 많은데. 교장선생님 출신도 있고 경찰관 출신도 있고 다양한데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노후에 가만히 쉬기엔 정정하시니 일을 하시려고 경비일을 하시는 분도 많은데”라는 댓글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대나무숲에 글을 올린 서울대 학생이 "우리 아빠도 좋은 대학을 나와서 사업을 하셨던 분"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돈과 권력이라는 세속적 가치의 기준에서 볼 때도 경비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세칭 '일류 직장'에 다녔거나 남부럽지 않은 학벌의 소유자도 노후에 '경비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경비원 취업자 수는 23만2900명이고 이중 전문대졸 학력이 3.0%, 대졸 학력이 8.4%를 차지한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비원을 하는 비율도 0.4%다. 취업자수로 따지면 대졸 1만9564명, 대학원졸 932명이다. 고졸이하 학력 소유자가 다수이긴 하지만, 고졸이상 학력 소유자의 취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경비원이 더 이상 ‘못 배운 사람'의 전유물이 아닐 뿐만 아니라 궂은 일을 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과잠 입은 서울대생들'은 깨달아야 한다는 게 다수 서울대생들의 견해인 것이다.


[강이슬 기자 2seul@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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