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서울대 정외과 출신 ‘혼술남녀’ 조연출의 비극, ‘화려한 절망’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7-04-18 17:13   (기사수정: 2017-04-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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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유가족과 청년유니온 등 26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1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에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故 이한빛 PD 유가족,  "CJ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요구"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을 맡았던 故이한빛 PD의 자살 사건이 18일 알려지면서 고된 노동과 비인격 대우가 난무하는 CJ E&M의 제작환경과 패륜적 행동이 뭇매를 맞고 있다.
 
1. 팩트 체크:지난 해 10월 '혼술남녀' 종방후 유서 남기고 호텔방서 자살

故 이 PD는 지난해 10월 26일 ‘혼술남녀’종방 이튿날 유서를 남기고 호텔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PD는 지난해 1월 CJ E&M PD로 입사했고, 4월 CJ E&M 방송부문 tvN 제작본부 기획제작 2CP ‘혼술남녀’ 팀에 배치됐다.

자살한지 거의 6개월만에 비극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셈이다. 이 PD가 남긴 유서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유족들이 왜 오랜 시간 동안에 침묵했는지, CJ측이 유족들에게 어떤 보상을 약속하거나 압력을 가했는지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2. 자살 이유: 55일간 과로에 지친 젊은이가 '모욕감'으로 비극적 선택?

18일 유가족과 청년유니온 등 26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해 1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대책위는 “‘혼술남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드라마라고 했지만, 제작환경은 혹독한 정글이었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 그리고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곳이었다. 이 PD는 고통스러운 현장을 견디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렵게 일했고 주변에서 괴롭힘을 당했다. 폭언을 당하면서 꿋꿋하게 버텼다. 심지 굳은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대책위는 故 이 PD가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과도한 모욕과 노동에 시달리고 인사 불이익을 당했으며, 이 씨의 메신저와 통화 내역을 근거로 조사한 결과 55일 동안 그가 쉰 날은 이틀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정외과 출신인 이 PD가 모욕이나 폭언으로 자살한 것은 석연치 않다는 여론도 많다. 하지만 과로와 모욕감으로 지친 젊은이가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져 비극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화려해 보이는 대중문화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연예인과 PD등은 선망의 직종이다. 하지만 극소수만이 인기와 고수익, 권력 등을 누린다. 박봉과 비문명적인 대우를 감수해야 하는 초라한 직업인이라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 PD의 경우도 '화려한 학벌'의 소유자로서 '화려한 직업'의 대명사인 PD가 됐지만 결국은 꿈과는 달랐던 현실 앞에서 절망한 것이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CJ의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3. 동생 이한솔 씨가 공개한 충격적 사실: 직장 상사가 부모 찾아와 이 PD의 근무태만 비난한 후 '자살' 통보 

앞서 17일 故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故이 PD의 자살 배경을 적은 글을 올려 보는 이를 분노케 했다.
 
이 씨는 글을 통해 “어느 날 그(故이한빛 PD)가 참여하던 ‘혼술남녀’ 제작팀은 작품의 완성도가 낮다는 이유로 첫 방송 직전 계약진 다수를 ‘정리해고’했다. 그는 손수 해지와 계약금을 받아내는 ‘정리’임무를 수행했다. 더불어 드라마를 찍는 현장은 무수한 착취와 멸시가 가득했고, 살아남는 방법은 구조에 편승하는 것 뿐이었다”며 故이한빛 PD가 겪은 고된 업무 강도를 폭로했다.
 
CJ E&M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故이한빛 PD의 생사가 확인되기 직전 회사 선임이 故 이 PD의 부모를 찾아와 그의 업무가 얼마나 불성실했는지를 한시간에 걸쳐 주장했다.
 
이한솔 씨는 “극도의 불안감에 놓인 부모님께 비난으로만 일관하는 것이 이 사회의 상식일까. 결국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회사직원에게 사과를 했고, 몇 시간뒤 자식의 싸늘한 주검을 마주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며 “자식을 죽게 만든 가해자가 눈앞에서 자식을 모욕하는데도, 잘못하지도 않은 일에 사과를 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4. CJ측의 무책임한 태도: 이 PD사망 2달 후 유족에게 "모욕행위 없었다"고 공식답변

CJ 측은 故 이 PD가 죽은지 두 달이 지나서야 유가족에게 ‘공식적인’ 답변을 했다.
 
이 씨는 “CJ는가 학대나 모욕행위는 없었던 건으로 확인된다”며 “문제가 있었다면 이한빛PD의 ‘근태불량’에 있다고 결론지었다”며 “안타깝게도 근태불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입증자료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회사와 협조를 통한 故 이 PD 자살의 진상조사가 어려워지자, 유가족은 발품을 팔아 ‘혼술남녀’ 촬영에 참여한 개개인을 찾아다녔다. 그들의 증언을 통해 故 이 PD가 생전에 고된 노동에 시달렸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 씨는 “계약직의 손쉬운 해고와 드라마 현장 스텝들의 장시간 노동 등 구조적인 문제는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면서, “특정 시점 이후, 이한빛 PD는 팀이 사라질 경우 그 업무를 모두 일임하고, 딜리버리, 촬영준비, 영수증, 현장준비 등 분다할 수 있는 업무조차 홀로 맡는 구조가 됐다. 심지어 계속된 밤샘 촬영에 쉬는 날은 자료정리까지 일임하게 돼 잠도 못자고 출근만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고된 노동과 함께 폭언도 이어졌다. 이 씨는 “과도한 업부 속에서 지각을 하면 ‘이 바닥에 발 못붙이게 할 것이다’는 등의 위협을 일삼고, 버스 이동시 짐을 혼자만 옮기게 하는 등 노골적인 갈굼 행위도 자행했다”고 폭로했다.
 
그럼에도 CJ는 모욕은 없었고 근태 문제가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CJ E&M 측은 아직까지 언론에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투데이도 18일  CJ 커뮤니케이션팀에 여러차레 연락을 해봤지만 통화가 닿지 않았다.

 
[강이슬 기자 2seul@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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