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인터뷰] ‘패션배틀’ 준우승한 오형용씨, 이색카페 사장된 사연
사람들 | 창업 인터뷰 / 2017/04/18 11:51 등록   (2017/04/19 18:33 수정) 275
▲ ‘카페핑퐁’ 카페 오형용 사장 [사진=강소슬 기자]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앙드레 김 꿈꾸던 오 사장의 전업이 가진 양면성

한국패션업계의 열악한 현실 반영 vs. 디자이너의 감성이 이색창업의 원동력 

오디션 붐이 일던 2013년 MBC 에브리원에서는 ‘탑 디자이너’라는 프로그램으로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당시 우승자에게는 1억원의 상금과 두타에서 1년간 무상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다. 오형용(32) 사장은 아깝게도 준우승을 해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는 못했다. 

수원대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한 오 사장은 제29회 대한민국 패션대전 지식경제부장관상(은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쌓았다. 이를 발판으로 2013년도 S/S 시즌에 자신의 브랜드인 '에르마노스와이(HERMANS.Y)'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남자가 만드는 여성복이라는 콘셉트로 편안하지만 트렌디하고 톰보이적인 옷을 선보였다.

그러나 자신의 고유한 브랜드로 세계시장에서 명성을 날렸던 앙드레 김과 같은 디자이너를 꿈꿨던 
오 사장은 현실의 벽에 부딪쳤다. 한국퍠션계에서 자신의 브랜드로 수익성을 거두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오 사장은 “1년간 브랜드 운영하는 비용이 카페 창업비용보다 더 든다”면서 “일단은 휴지기를 갖자는 생각에서 카페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을 하며 옷을 만드는 일이 너무 행복했지만 옷을 디자인 하는 것과 사업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내 색을 담을 수 있는 디자인보다, 판매가 잘 되는 옷을 디자인 하는 일들이 생겨 내 색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오 사장의 카페 창업은 젊은 패션인의 ‘좌절의 반영’이면서 ‘새로운 전환’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한국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드러내면서도, 패션업이 다른 분야와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그가 한 달 전에 성수동에 오픈한 ‘카페핑퐁’은 다양한 ‘융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색 카페’라 할 수 있다. 짧은 기간 여성 손님들이 많이 찾았다고 한다. 그 초기 고객들이 인터넷상에서 자발적으로 홍보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 의류를 디자인하던 오 사장이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감성을 건드리고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셈이다. 그 이유는 4가지다.
 
▲ ‘카페핑퐁’ 대표메뉴와 캘리그라피 컵 [사진=카페핑퐁]

옷, 구두, 가방, 감성적인 갤리그라피컵, 자체 생산 딸기 우유, 탁구대의 결합

첫째, 숍인숍 형태로 카페핑퐁에 가면 식음료와 함께 4명의 국내 디자이너의 옷, 구두, 가방들을 만날 수 있다. 커피도 마시며 자연스럽게 쇼핑을 할 수 있기에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둘째, 핑크를 활용한 인테리어와 감수성 자극하는 캘리그라피컵이다. 카페핑퐁은 딸기우유가 연상되는 컬러를 활용해 인테리어를 했다. 핑크색 탁구대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받는 컵에는 캘리그래퍼로 활동 중인 날날nalnal이 그날그날 느낌이나 진솔한 메세지를 적은 핑크색 캘리그라피컵을 받을 수 있다. 컵 홀더를 열면 메시지가 나오는데, 가끔 음료를 한 잔 더 주는 당첨 컵이 나오기도 한다.
 
기계로 로고를 찍어낸 컵보다 아날로그 적인 감성이 담긴 캘리그래피 컵은 여성들의 마음을 잡기에 충분하다. 음료를 다 마셔도 캘리그래피가 마음에 들어 일부러 컵을 챙겨가는 손님들도 있다고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한정으로 판매하는 메뉴이다. ‘핑퐁 샌드위치’와 ‘핑퐁 토스트’ 그리고 ‘성수동진짜딸기우유’이다. 카피핑퐁의 인기메뉴는 모두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사장이 혼자 만들기 때문에 수량이 한정적이다. 샌드위치는 수제햄, 훈제연어, 닭가슴살 등 매일 다른 식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지며, 토스트는 특제 콘리밋소스와 카야잼이 들어가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딸기우유 역시 전날 구입한 딸기를 듬뿍 넣어 만드는데, 만들어진 날짜를 보틀에 적어둔다. 두 메뉴는 대부분 오전 중에 모두 판매가 되고, 다음날 만들어질 메뉴를 미리 와서 선결제 해두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다음은 오 사장과의 일문일답.
 
 

▲ ‘카페핑퐁’ 카페 오형용 사장 [사진=강소슬 기자]

4명의 디자이너가 모여 협업하며 비용분담…인근 직장인이 탁구치러 오기도

Q. 카페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A. 나만의 브랜드를 갖고 디자이너 생활을 3년 하다가 잠시 쉬고 싶어졌다. 패션계에 불어 닥친 불경기도 쉬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만들었지만, 무엇보다 쉼 없이 달려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쉼표를 갖고 싶었다.

매 시즌 감당해야 하는 운영비가 크다보니 점점 나만의 디자인이 아닌 상업적인 디자인을 만들게 되는 것 같아 잠시 여유를 가지고 싶어졌다. 카페가 쉽다는 생각으로 시작한건 아니지만 디자인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과 공유 하고 싶었다.
 
Q. 카페 콘셉트는 어찌 잡게 되었나.

A. 나도 쉬면서 힐링하고 싶었던 것처럼, 성수동 근처의 직장인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평소 취미활동인 탁구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인 카페를 생각했고 탁구를 모티브로, 테마로한 카페를 만들어보자 생각했다. 점심을 먹고 잠시 들러 탁구도 치고, 시간에 쫒기는 직장인들이 짬을 이용해 꼭 구매하지 않더라도 아이쇼핑하며 기분전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콘셉트를 잡게 되었다.
 
Q. 카페핑퐁 안에 있는 패션 매장들은 본인이 운영하는 것인가?

A. 아니다 숍인숍 형태로 한 공간을 나눠서 운영하는 것이다. 총 4명의 디자이너가 모여있다. 나는 카페를 운영하며 내가 디자인 했던 옷을 판매하고 있고, 다른 3명의 디자이너는 구두, 가방 등 자신이 디자인 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Q. 창업하며 어려웠던 점은?

A. 쉼표 계념으로 시작한 카페인데, 준비할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직도 많이 부족해서 채워나가야 할 것 같다. 커피의 맛을 내기위해 원두의 품종부터 시작해 빨대와 같은 집기, 인테리어 등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Q. 판매하는 메뉴의 가격은 얼마인가.

A. 커피 가격은 아메리카노 2500원, 라떼 3000원, 토스트는 4000원 정도로 좋은 커피를 적당한 가격에 판매하고 싶어 가격을 책정했다. 성수동 카페거리다 보니 커피맛은 물론 개성있는 카페들이 많다. 이러한 곳에서 커피 경쟁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동네 특성상 카페를 찾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부담없이 오가며 추억을 한면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해주는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
  
 

▲ (좌) 탑 디자이너 출연 당시 (우) 에르마노스와이 컬렉션 화보 [사진=MBC에브리원 캡쳐, 에르마노스와이]

1년간 브랜드 운영비용이 카페창업비용보다 더 많아

Q. 디자이너와 카페사장 어떤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지나.

A. 옷을 디자인 하는 일만 가지고 보면 내가 배워왔고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고 행복하지만, 브랜드를 운영하는 과정이 참 힘들다. 카페 운영하는 일이 옷을 디자인 하는 것보다 쉬울 수 있지만,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은 카페 운영하는 것 보다 힘든 것 같다.
 
Q. 브랜드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드나.

A. 운영하던 브랜드가 두타에 입점해 있었는데, 당시 임대료도 비싼 편이라 매장을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한 옷을 디자인하고 만들어 내려면 공인비가 30만원에서 40만원 든다.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티셔츠, 바지, 블라우스, 셔츠, 팬츠 등 다양하게 만들어 내야 하는데 주문을 못 받으면 다음 시즌을 이어가기 힘든 게 사실이다.
 
시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한 시즌을 제대로 만들려면 몇 천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사드와 같은 문제들이 생기는 요즘 패션 디자이너들은 더욱 힘들기 마련이다. 때문에 잠시 쉬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1년 브랜드 운영하는 비용이 카페 창업하는 비용보다 많다.  
 

▲ ‘카페핑퐁’ 카페 앞 핑크 탁구대에서 손님들이 탁구를 치고 있다. [사진=카페핑퐁]

Q. 한 달간 카페 가오픈하며 생긴 에피소드.

A. 요즘 SNS의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카페핑퐁의 메뉴들을 올려주고 인테리어도 올려주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하며, SNS를 보고 찾아왔다는 사람들이 생겨 신기하다.
 
그리고 핑크탁구대를 카페 앞에 놓아서 주변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에 와서 잠시 탁구를 치기도 하고, 주말에 데이트 나온 커플들이나 친구들끼리 탁구 게임을 즐기고 간다. 처음 카페를 열 때 생각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탁구 하며 즐거워하고, 이 곳에서 즐겁게 쉬다 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Q. 디자이너는 관둔 것인지.

A. 디자이너는 그만 둔것이라 단정지을 수 없지만, 지금은 디자인 보다는 카페일을 즐기고 싶다. 인생을 멀리 바라본다면 카페를 운영하며 무언가 또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고, 영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간 디자인에 몰두해 항상 쫒기듯 새로운 컬렉션을 준비하기 위해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에 이 여유로움이 너무 좋다. 앞으로 옷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어떤것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분명 더 좋은 무언가를 다시 보여주고 싶다. 

Q. 앞으로의 각오는.

A. 한동안은 카페를 운영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힐링하고 재충전할 수 있도록 쉬어가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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