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프리뷰 - 볼까? 말까?] ‘어느날’ (2017 / 한국 / 이윤기)
이야기쉼터 | 개봉작 프리뷰 볼까 말까 / 2017/04/17 08:53 등록   (2017/04/24 08:58 수정) 704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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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느날' 포스터 ⓒ오퍼스픽처스

(뉴스투데이=클라렌스 영화칼럼니스트)


4월 5일 개봉 / 전국 485개 스크린 (총 2688개)



▲ 영화 '어느날' 포스터 ⓒ오퍼스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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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아내와 사별한 후 무기력한 일상을 사는 강수(김남길)은 보험회사 과장이다. 회사에 복귀한 그에게 상사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미소(천우희)의 사건을 맡긴다. 시각장애인이자 가족도 없는 미소와의 합의는 회사입장에선 골칫거리. 강수는 사고 조사를 위해 미소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고 그녀의 병실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스스로를 ‘미소’라 주장하는 여자는 강수를 계속 귀찮게 하고, ‘어느 날’ 광수는 그녀가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영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병실의 미소가 혼수상태에 빠지면 나타나고 정신이 돌아오면 사라지는 (영혼 상태의) 미소는 이제서야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낯선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못 나가본 그녀.

강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세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서로의 아픈 과거에 대해서도 한 걸음 다가간다.



▲ 영화 '어느날' 포스터 ⓒ오퍼스픽처스

>>> 판타지를 통한 치유의 과정

나에게만 보이는 ‘영혼’과의 교감. 무시무시하지만 비밀스럽고 로맨틱하기도 한 이 설정은 흔히 판타지 로맨스나 로맨틱 코미디에 적용될 법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이윤기다. <여자, 정혜>(2005)로부터 시작해 <러브 토크>(2005), <아주 특별한 손님>(2006), <멋진 하루>(2008),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 <남과 여>(2015)까지 필모그래피 전체를 통과하는 어떤 기운. 대단히 현실적이며 끝내 마주하지 못하는 관계에 대한 스케치.

그러므로 <어느 날>을 보며 <인지구>(1987)나 <사랑과 영혼>(1990)같은 절절한 멜로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게다가 강수 눈에 보이는 미소는 강수가 사랑했던 여자도 아니고 (오히려 냉정하게 일 처리를 해야 하는 상대에 가깝다) 심지어 아직 ‘죽은’ 사람도 아니다. 감독이 의도하는 절절함은 이미 그 방향이 기존의 멜로들과는 틀어져 있는 셈.

어쩌면 (미소의) ‘영혼’ 등장에 관한 어떠한 영화적 약속과 논리도 깔아놓지 않는 뻔뻔함(?)은 ‘영혼’과의 소통이라는 특이한 설정을 전혀 독특하게 느끼지 말라는 당부와도 같은 것이다. 영화의 흐름, 그러니까 강수의 의식을 따라가다 보면 혹시 미소의 영혼은 그가 만들어낸 ‘환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감독 역시 그것마저 상관없다는 듯 별다른 설명 없이 지나간다.

중요한 것은 강수와 미소의 케미스트리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사후의 완성 같은 것이 아니다. 상실감에 따라오는 후회와 죄책감, 무기력함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가슴에 묻는 것까지가 이 영화가 도달하려는 목표점으로 보인다.

물론 이 목표점에 적합한 드라마의 얼개가 잘 짜여 있느냐는 또 다른 평가를 감내해야 할 것 같다. 강수와 미소의 주변 인물들은 각색이나 편집에서 잘려나간 듯이 파편화 되어있고 결론을 위해 감행하는 위험은 설득력이 무척이나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상 가장 큰 문제는 감독이 워낙 건조한 작품 세계를 일관한 탓인지 흔하긴 해도 충분히 통통 튀고 리듬감을 갖기에 충분한 소재가 무척이나 ‘썰렁’하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 영화 '어느날' 포스터 ⓒ오퍼스픽처스

>>> 볼까, 말까?

아마 설경구 이후 가장 잘 ‘우는’ 남자배우가 아닐까 싶은 김남길. 최근작인 <무뢰한>(2014)과 <판도라>(2016)가 전혀 다른 장르,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갖고 있음에도 영화 말미 혼자 남은 자의 쓸쓸함과 아픔을 고스란히 뿜어내는 연기는 꽤나 인상 깊은 것이었다.

드라마의 개연성이 부족한 이 작품에서도 그 빈틈을 메우고 기어이 심금을 울리는 건 거의 전적으로 이 배우의 공이다. 조금 더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와 연출력을 갖춘 감독을 만난다면 절정을 누릴 자격이 충분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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