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민주당 경선 승리 예감한 문재인의 ‘공부 덜된’ 교육공약
이야기쉼터 | 이태희의 심호흡 / 2017/03/22 18:07 등록   (2017/03/22 22:39 수정) 756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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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선두 주자 문재인의 교육공약, 알맹이 이해 못한 채 행차만 요란
 
22일 시작된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 후보 순회 경선 투표에서 문재인 전대표가 승리를 예감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경선선거인단 52.9%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벌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각각 25.1%와 19.5%의 지지율에 그쳤다.
 
이변이 없는 한 문 전 대표의 승리가 유력해 보인다. 그는 이날 서울 소재 대영초등학교에서 ‘교육공약’도 발표했다. 그 행보에서 최고 권력에 근접한 1위 주자의 위세와 자신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알맹이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우리 시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한 채 행차만 요란한 느낌이랄까. 문 전 대표는 우선 “입시 명문고가 돼 버린 국제고, 외국어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단계적으로 전환해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고와 자사고의 폐지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교육자율’ 약속하며 사립학교인 ‘외고·자사고 폐지’ 공언
 
외고와 자사고는 사립고등학교이다. 역대 ‘제왕적 대통령’들이 만들었다가 부수고 고치기를 반복해왔던 학교들이다. 문 전 대표가 권력을 잡으면 다시 부수겠다는 소리이다.
 
사실 외고는 부유층만을 대상으로 한 고교입시제도이다. 입학을 위해서 엄청난 사교육비를 쏟아 부어야 하고 등록금이나 수학여행비만해도 일반고의 서 너 배를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권한 축소’ 및 ‘교육자율화’라는 시대적 공감대를 감안할 때 섣불리 ‘외고폐지’를 외쳐서는 안됐다. 차기 대통령이 외고를 폐지할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했다. 그런 고민의 흔적은 찾아 볼 길이 없다.
 
오히려 ‘외고 폐지’라는 중앙집권적 권력자의 발상을 드러내면서 ‘교육자치’를 강조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였다. 문 전대표는 "초중등 교육은 시도교육청에 완전히 넘기고 학교 단위의 자치기구도 제도화해  학부모, 학생, 교사의 교육 주권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초중등교육을 시도교육청에 넘기겠다면서 고등교육의 핵심 쟁점중의 하나인 외고 존폐를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결정하겠다는 것은 모순의 극치이다.
 
 
‘대입전형 3가지로 단순화’는 ‘개혁’이 아니라 ‘박근혜 교육정책의 답습’
 
학생부종합전형의 ‘금수저 전형’ 논란은 전혀 모르는 눈치
 
대입제도 공약은 한 숨이 나올 정도이다. 대입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력 부족을 숨기지 못했다. 문 전 대표는 "대학 입시를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 등 세 가지로 단순화해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런데 대입전형을 3가지로 단순화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현상 유지’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대입전형 간소화’를 추진해왔고, 그 결과 대입전형은 학생부교과,학생부 종합, 수능 등 3가지로 단순화된 상태이다. 논술전형과 특기자 전형은 일부 상위권 대학에서만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대입전형을 둘러싼 교육현장의 쟁점은 학생부종합전형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논란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대필 자소서, 스펙 만들기, 고가의 논문작성, 특목고 및 강남지역 고등학교 우대 등과 같은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 논란을 커지게 만드는 원흉도 학생부종합전형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지적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학을 압박해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는데 전력투구해왔다.
 
물론 학생부종합전형이 공교육의 위상을 높이고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줄이는 순기능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야누스의 얼굴’인 학생부종합전형의 운영방안 개선 및 적정규모 유지등이 차기 대통령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문 전대표는 정작 고민할 대목을 건너뛰고 박근혜 시대의 ‘구문’을 되풀이한 셈이다.
 
 
창의성 강조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객관식 수능시대로의 회귀 암시
 
점입가경은 문 전대표가 “수시비중은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모든 대학에서 기회균등 전형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수시 비중을 축소한다는 것은 3가지 전형 중 정시의 수능 전형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수능전형은 오지선다형 객관식시험으로 창의성이 미덕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 없어져야 할 전형이라는 논쟁이 치열한 시점이다. 문 전대표는 ‘수시비중 축소’가 ‘객관식인 수능 중심 대입’으로 가자는 의미인지를 잘 모르는 눈치이다.
 
자신이 발표한 공약이 앞으로 대입은 객관식 시험으로 뽑겠다는 내용임을 알고도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시비중을 줄인다면서 기획균등전형을 확대하겠다는 것도 모순이다. 교육양극화 해소가 목표인 기회균등전형은 소외계층 및 농어촌지역 학생 선발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 전형은 수능으로 뽑는 정시에서는 불가능하다. 학생부교과 전형의 영역이다.
 
공교육 및 대입전형의 창의성 요소를 강화하고 교육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수시비중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역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등이 수시비중 확대라는 교육정책을 표방해온 것이다.
 
물론 문 전대표의 개혁에 대한 선의는 이해한다. 모든 것은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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