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인터뷰] 중소기업 '갑질 문화' 싫어 3년째 알바 중인 '화공과' 출신 조정현 씨
이안나 기자 | 기사작성 : 2017-03-07 12:42   (기사수정: 2017-03-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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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조정현씨 ⓒ뉴스투데이

여성 차별·비합리적 지시 ·극심한 파벌 등은  중소기업에서 더 심각 

4개 중소기업 을,  창업 후 '갑질'안하는 사장이 되기로 결심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치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인력미스매치 현상은 국내 노동시장에서 지속되고 있다. 청년들이 불필요한 스펙 쌓기로 시간을 보낸 후, '눈만 높아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중소기업이 대기업 앞에서는 '을'이지만 직원들에게는 '갑'이 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탓일까. 중소기업의 근무 환경과 사내문화 개선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정현(31.사진)씨는 3년째 카페 매니저로 일하면서 개인 사업을 계획 중이다. 처음부터 창업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경기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해 화장품 연구소, 마케팅 업무 등 4군데의 회사에서 일을 했지만,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결국 진로를 변경했고 현재 카페에서 가장 길게 근무하고 있다.

Q. 처음 전공에 맞게 연구소에 취직했다가 그만 둔 이유는.

A. 화장품 연구소에서 일했는데, 밤새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단지 그런 이유가 아니라 근무 환경이 이상했다. 낮에는 출근을 해도 할 일이 없어서 가만히 있다가 집에 갈 때쯤 되면 상사로부터 일이 떨어지고 다음 날 아침까지 해달라고 요구한다. 상사가 자신의 할 일을 다 보고 나서 오더를 주는 것이다. 야근 수당도 없는데 그것을 ‘너희 낮에 놀았잖아.’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놀고 싶어서 노는 것이 아닌데.

Q. 중소기업 마케팅 부서는 어땠는지.

A. 여러 회사를 옮겨다녔다. 중소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일할 때도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인력도 적으니 마케팅 부서여도 경리를 포함해 잡다한 일까지 전부 다 한다. 체계적으로 잡혀있지 않았다.

Q:회사를 이곳저곳 옮겨 다니다가 아예 진로를 변경한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

A. 회사마다 각종 ‘갑질’ 문화가 심했다. 특히 높은 직급의 사람이 ‘내 사람’만 챙기는 소위 라인이 생기는 문화가 심했다.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은 사내에 쓸데없는 루머도 만들어내고. 반면 누가 잘못을 해도 그게 ‘내 편’이면 그냥 넘어간다. 좋게 말하면 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과 사의 구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KT에서 명예퇴직 거부자들을 조직적으로 괴롭힌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는데 내가 다닌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일을 안주고 스스로 회사를 관두도록 사내 왕따를 시키는 일도 빈번했다.

심지어 다른 마케팅 회사에 갔더니 나 혼자 여자였다. 알고 보니 인력을 뽑을 때 여성복지, 예를 들어 육아휴직 같은 것이 의무이니까 그걸 안 쓰게 하려고 여성을 뽑지 않고 명목상으로 면접만 보게 했다. 나는 경리 경력이 있어서 된 것 같다.

Q. 그 안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대우 같은 게 달라지진 않나.

A. 그런 곳도 있겠지만 내가 다닌 곳은 일을 잘한다고 인정을 받으면서도 말로 그쳤다. 우리는 그런 실력을 인정받으면 월급 인상과 같은 실질적인 보상을 바라는데. 심지어 어떤 회사에선 사원에서 대리로 직급은 올라갔지만 월급은 그대로였다. 유능하다고 일만 더 많아진 것이다.

회사 안에서 어떤 문제에 이의를 제기해도 나이 많으신 분들이랑 소통이 잘 안됐다. 나이 많으신 분들의 생각엔 ‘내가 젊었을 때 그랬으니 너라고 왜 못해’하는 식으로 넘어갔다. ‘칼퇴근’이라는 단어는 꺼낼 수도 없었다.

Q. 지금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A. 회사에서 다양한 ‘갑질’을 경험하다보니 내가 좋은 사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회사를 나온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따라 나오겠다는 친구들에겐 좀 더 생각해보라고 한다.

회사 안에서 월급을 때에 맞춰 받을 때는 뉴스에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와도 남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회사를 관두고 사업을 알아보니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이 확 났다. 회사에서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면, 사회에 나오니 그 이상의 것, 내가 아무리 잘해도 어려운 것이 있는 것 같다.

Q. 지나온 경험에 비추어 중소기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인건비에 유독 인색한 것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고 ‘너 관두면 다른 사람 구하면 돼’하면서 소모품으로 여기는 행동만 사라져도 상당 부분 개선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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