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기금 흥행 부진, 정책금융 엇박자 실효성 논란 직면

최병춘 기자 입력 : 2022.11.18 09:24 ㅣ 수정 : 2022.11.18 09:24

30조 규모 새출발기금, 시행 한달 신청은 5% 그쳐
코로나19 대출지원 재연장 정책 엇박자...수요 부진
출자규모 조정‧관리감독 강화 등 개선 의견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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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서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양재센터에서 열린 새출발기금 출범식[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채무조정을 위해 지난달 4일부터 시행된 새출발기금의 인기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대출지원 재조정 등 영향으로 수요가 크게 줄면서 정책금융으로 제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새출발기금 시행 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채무조정 신청 차주는 1만379명, 채무액은 1조5586억원으로 집계됐다.

 

새출발기금은 3개월 이상 연체한 부실 차주에 대해서는 대출 원금을 60~80%(취약계층 90%) 감면해주고 연체 3개월 미만의 부실 우려 차주에게는 연체 기간에 따라 금리조정과 장기분할 상환 등의 지원이 이뤄진다.

 

금융당국은 당초 새출발기금 지원 규모를 최대 30조원으로 설정했다. 지원 대상도 최대 40만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지난달 4일 출범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조정신청액은 전체 규모의 5%, 신청자 수는 추정치의 2.5% 수준에 그쳤다.

 

공식 출범 3일 만에 신청액이 1조원을 넘어섰지만 이후 신청 건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에 캠코는 최근 새출발기금 재원 마련을 위한 올해 3조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신청자 수가 저조한 수준에 머무르자 올해 추가 재원 마련 필요성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캠코는 우선 정부에서 출자한 자금이 다 소진되면 유동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같이 신청 건수가 저조한 배경에는 코로나19 금융지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최대 3년까지 재연장된 영향이 크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해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연장 등의 조치를 새출발기금 사전신청이 시작된 지난 9월 27일 다섯 번째 연장을 발표했다.

 

당초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대출 지원 종료를 대비해 대출자의 연착륙을 위해 마련된 것인데 대출지원 재연장이 결정되면서 사실상 기금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으로서는 금융권 자율협약에 따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받을지 아니면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에 들어갈지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새출발기금을 이용할 경우 채무조정자가 되기 때문에 카드발급 제한, 신용점수 하락에 따른 대출한도나 축소, 금리 인상 등 금융 활동에 페널티가 발생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그런 불이익이 없다.

 

부실차주의 채무 상황 회피를 목적으로 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지원 문턱을 높인 것도 흥행 부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새출발기금을 통한 원금 조정은 1개 이상 대출에서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부실차주에 대해서만 이뤄진다. 게다가 채무가 재산보다 많아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가 3개월 이상 대출을 연채하면서까지 사업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원금 조정 규모 신용채무가 재산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적용이 된다.

 

새출발기금이 정책금융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기금 운용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새출발기금의 현실적 수요에 맞춰 출자규모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 분석보고서에는 “새출발기금의 초기 수요가 예상보다 감소할 수 있다”며 “내년도 새출발기금 출자규모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이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한도를 당초 계획보다 축소하고, 원금 감면 대상 차주 조건도 강화했지만 부실차주의 의도적 상황회피 등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캠코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정신청 채무액 한도인 15억원 중 14억9000억원을 신청한 차주의 담보채무액이 9억1000만원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이 200점대에 불과했다. 12억5000만원의 채무조정신청액 중 담보가 9억4000만원이나 되는데에도 신용등급이 200점대인 경우도 있었다.

 

고의적으로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사례다.

 

최 의원은 “야심차게 출발한 새출발기금이 생각보다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계가 미진했던 것은 아닌지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출범 당시부터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만큼 새출발기금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당국이 철저하게 관리감독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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