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68)] 삼성전자 질투하는 ‘설거지론’에 담긴 ‘갈등폭발’은 누구 책임인가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1.10.26 15:14 ㅣ 수정 : 2021.10.27 21:20

사회현실을 과장하고 뒤틀어서 조롱한 설거지론 / 이대남의 왜곡된 분노 속에 3가지 갈등이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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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상에서 격렬한 논쟁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설거지론'은 한국사회을 병들게 하는 3가지 갈등을 담고 있다. 사진은 기사중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JTBC 동영상 캡처]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지난 주말부터 온라인상에서 ‘설거지론’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디씨인사이드, 블라인드, 트위터 등에서 다양한 계층과 세대, 성별의 사람들이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한국사회를 달궜던 수많은 정치사회적 논쟁 중에서도 그 심각성이 역대급이다. 인간의 욕망과 속마음을 적나나하게 드러냄으로써 우리 사회 내면에서 곪아온 다양한 갈등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는 ‘설거지론’의 내용은 극단적이다. 유포자들의 분노로 인해 우리사회의 문제점들이 과장되거나 뒤틀려져 있다.  

 

그 주인공은 3명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명문대 공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전문직을 가진 남성이다. 이 남성은 중고교 시절에 학업성적이 뛰어났지만 ‘찐따’였을 가능성도 있다. 성실하고 공부를 잘 했지만 말주변이 없어 연애경험은 거의 없다. 이런 남성은 ‘공대남’이라는 용어로 통칭된다.   

 

공대남은 누구와 결혼할까. 두 번째 주인공인 ‘존예(비속어인 ‘존나 예쁘다’의 줄임말)‘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이 여성은 젊은 시절에 성적으로 문란했던 인물이다. 쾌락을 마음껏 즐긴 다음에 이성경험이 부족하지만 경제력을 가진 공대출신을 골라 결혼을 서두른다. ‘취집(취업 대신에 시집을 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 후에는 전업주부를 선택하지만 경제권을 장악하고 남편에게 짠돌이처럼 군다. 용돈도 적게 주고 섹스리스를 강요한다. 왜냐고? 사랑해서 결혼하게 아니라 ‘취집’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숨은 주인공이다. 그는 ‘존잘(비속어인 ’존나 잘생겼다‘의 줄임말)’이다. 존예의 연애 파트너이다. 존잘은 외모를 무기로 많은 여성 편력을 하지만 결혼을 하지는 않는다. 존예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존잘들과 사랑을 속삭인다. 

 

존잘과 헤어진 존예는 공대남을 선택해 최대한 짧게 연애한 뒤 결혼을 요구한다. 이런 세상물정을 잘 알지 못하는 공대남은 존예의 외모에 반해서 허겁지겁 결혼을 선택한다. 이런 선택을 남이 먹던 음식그릇을 치우는 행위에 견주어 ‘설거지’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리고 결혼 후에는 ‘퐁퐁남’으로 변신한다. 과거 유명했던 주방세제 상표를 본뜬 별명이다. 존예인 부인이 전업주부라고 해도 퇴근 후에 설거지와 같은 가사일과 육아를 잘 돕는다는 뜻이다. 

 

이상의 스토리라인이 온라인상에서 설왕설래되는 '설거지론'의 요체이다. 

 

설거지론은 1980년대에 대학가에서 단골 유머 소재중의 하나였던 ‘얄미운 년’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대학 다닐 때 뛰어난 외모를 무기로 삼아 쾌락을 즐기던 여성이 능력자 남편을 만나서 행복한 결혼을 하는 경우를 지칭했다. 

 

그러나 ‘설거지론’과 ‘얄미운 년 시리즈’가 내포한 갈등 양상은 전혀 다르다. 공격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얄미운 년의 유포자는 여성이었다. 평범한 여성이 외모가 뛰어난 여성을 공격하는 논리였다.

 

이에 비해 설거지론의 유포자는 여성이 아니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지 못한 ‘이대남(20대 남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들의 분노 타깃을 따져보면 설거지론을 통해 폭발한 한국사회 갈등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 페미와 마초는 옛말, 남혐 대 여혐의 갈등으로 치달아 

 

첫째, ‘젠더갈등’이다. 이대남은 설거지론을 통해 여성이 사랑이 아니라 경제력을 결혼의 조건으로 삼는 세태를 공격하고 있다. 특히 ‘존예’ 여성들이 그런 경향이 심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통계학적으로 확인불가능한 가설이지만 여성이라는 젠더 자체를 비하하는 데는 최적의 논리이다. 

 

설거지론에 담긴 젠더갈등의 양상은 여성권리 신장을 요구하는 페미니즘과 남성의 가부장적 권리를 강조하는 마초이즘의 대결보다 훨씬 적대적이다. 여혐과 남혐간의 이전투구이다. 여혐의 시각에서 여성이라는 존재를 극단적으로 비하하는 게 설거지론이다. 여성을 음식으로 비유할 뿐만 아니라 속물적 존재로 비하하기 때문이다. 

 

■ '벼락거지' 된 이대남과 40대 성공한 남성 간의 세대갈등도 담겨

 

둘째, ‘세대갈등’이다. 퐁퐁남의 운명을 선택한 공대남은 연령적으로 보면 40대라는 게 온라인상의 의견이다. 한국남성의 평균 결혼연령이 만 35세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당한 분석이다. 한국의 이대남은 40대에 비해 연애와 결혼이 어렵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어려워 경제력을 키울 수 없다. 게다가 최근 수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내집마련을 할 기회도 상실해버렸다.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 이대남은 평생 ‘벼락거지’로 떠돌아야 한다. 

 

반면에 상당수 40대 남성은 부동산 폭등 현상의 수혜자이다. 이대남에 비하면 취업난도 덜했다. 이대남은 그런 40대를 조롱함으로써 분풀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0대 남성도 이대남의 공격을 젊은 치기로 웃어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거지론은 성공한 40대 남성 본인과 부인이 이끌어온 건전하고도 행복한 가정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성보다 40대 남성이 설거지론을 주장하는 이대남에 대해 더 격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업에 실패한 이대남의 ‘열폭(열등감 폭발)’, 연애도 결혼도 포기한 ‘도태남’의 망언 등으로 조롱하고 있다. 

 

■ 대기업에서 외면받는 문과 청년들, 대기업 채용 1순위인 공대출신 조롱해?

 

셋째, ‘문이과 갈등’이다. 설거지론의 대표적 타깃이 삼성전자라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문과출신을 거의 채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문대 출신 공대남이 채용 1순위이다. 문과 졸업생은 SKY출신이라고 해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와 같은 최상단의 대기업에서 거의 뽑지 않는다.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는 삼성전자 직원등이 다수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탄신도시를 ‘퐁탄신도시’로 비꼬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퐁탄은 퐁퐁남과 동탄의 합성어인 셈이다.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동탄 신도시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어려운 문과 출신 이대남에게는 질투할 수밖에 없는 꿈의 도시가 되버렸다. 

 

이대남의 분노는 가십거리로 웃어넘길 문제가 아니다. 비정상적이고 심각하다. 이런 갈등이 곪아서 ‘설거지론’과 ‘퐁퐁남’으로 터져나오게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책임소재를 가리는 게 치유책 마련을 위한 첫단추를 끼우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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