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80)] 직업인의 목표는 진급과 출세…?

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0.12.04 10:15 ㅣ 수정 : 2020.12.21 11:55

인생은 끝이 있으나,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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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기원전 1200년경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는 목마 속에 숨어 성내로 침입하여 잠깐의 승리로 방심한 트로이성을 함락 시켰다. 허나 “신은 인간을 질투한다. 왜냐면 인생은 끝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던 아킬레우스는 마지막 순간에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쏜 독화살에 맞아 죽었고,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기록된 영웅이 되었다.

 

아킬레우스의 말처럼 인생은 끝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래서인지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이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쓴다 할지라도 목숨은 하늘의 뜻에 달렸으니, 하늘의 명을 기다려 따를 뿐이다”라는 뜻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말하며 신 앞에서 겸손해야 될 인간들의 욕망이 결국 한계가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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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트로이’의 포스터와 영화 속의 목마 모습 [사진제공=김희철]

 

■  타인에게 행복해져 보이기 보다는 자신이 행복한 삶을 영위해야 신이 질투한다. 

 

통계자료를 제공하는 ‘월드오미터’에 의하면 2020년 전세계 인구는 77억명 정도이고 1위 국가는 중국으로 14억4000만명, 2위는 인도로 13억8000만명, 3위 미국은 3억3000만명이며 우리나라는 28위로 5178만명이다.

 

그러나 역사에 기록되어 있고 우리도 현재까지 잘 기억하는 인물들은 높은 직책이나 장수한 사람도 있지만, 낮은 직책이거나 단명했더라도 본인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행복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희생한 사람들이 많다.

 

30대 였지만 나사렛 촌구석 목수의 아들 예수와 여순 감옥에서 순국한 안중근 장군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많은 국민들이 현재의 해군참모총장의 이름은 잘 몰라도 400여년 전인 1592년도 해군총장 이순신 제독의 이름은 뚜렷하게 기억하고 성웅으로 추모하고 있다.

 

따라서 아킬레우스의 말처럼 끝이 있는 인생이기에 인간들은 타인들에게 자신이 행복해져 보이기 보다는 자신이 행복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후손들이 기억을 못하더라도 신이 질투할 만한 행복한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  가을은 군인의 사명이나 정신은 잠시 망각한 채, 진급 발표에 관심집중 시기 

 

과거에 통용되던 ‘군인복무규율’이 2016년 ‘군인복무기본법’으로 바뀌었고, 군인의 이념・사명・정신으로 구성된 ‘복무 강령’은 제5조에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첫째, 국군은 국민의 군대로서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의 통일에 이바지함을 그 이념으로 한다. 둘째, 국군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제평화의 유지에 이바지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 셋째, 군인은 명예를 존중하고 투철한 충성심, 진정한 용기, 필승의 신념, 임전무퇴의 기상과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하는 숭고한 애국애족의 정신을 굳게 지녀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군인들은 진급에 목을 메고 산다. 매년 늦여름에 을지연습이 시작되면 위관급 장교들은 훈련에 집중하기 보다는 곧 발표될 진급자 명단에 관심을 갖고 훈련이 끝날 때 즈음, 가을의 시작인 9월이 되면 희비가 엇갈린다.

 

‘군인복무기본법’에 명시된 군인의 사명이나 정신은 잠시 망각한 채 진급에서 탈락한 핑계를 대며 한탄하고 힘들어 한다. 또 피선된 사람은 주변의 많은 비선자들의 눈치도 보지만 진급한 즐거움에 만면에 미소가 가득하다.

 

사단 작전장교 근무 당시에 필자는 운이 좋게도 소령으로 진급했다. 하지만 비선된 선배와 동료들에게 내색은 못하며 맡은 바 소임만을 다하고 있었다. 소령은 조선시대 당상관에 해당되는 직급으로 족보와 비문에 명기되는 명예스런 계급이었다. 

 

이어 달이 바뀌어 중령 진급 발표가 있었고, 또 11월이 되자 사단참모들의 대령 진급 발표가 관심사가 되었다. 마침 인접 사단 작전참모가 우리 참모의 육사 동기였는데, 친형이 현역 장군이라 다소 불리한 여건이었다.

 

발표 당일 1분이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어 상급부대의 인사부서에 있는 동료들에게 연락을 계속하며 속이 타들어 가고 있을 때, 작전참모 이름 석자가 진급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음을 연락 받았다. 

 

사무실은 환호성이 울렸고 필자는 벙커 사무실에서 본청 참모실로 뛰어갔다. 노크를 하고 방으로 들어섰는데 참모는 인접참모와 담소를 하며 태연하게 있었다. 

 

“충성..! 참모님 축하드립니다…”라며 진급됐음을 알리자 김관진 작전참모(육사28기)는 전혀 의외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사실 사단장이 작전참모 진급을 위해 육군본부에 들려 부탁을 했는 데, 인사참모부의 의견은 어렵다는 답이었다. 그래서 1차 진급을 포기를 하고 다음 보직을 걱정하고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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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사단 작전참모였던 김관진 중령이 훗날에 국가안보실장 재직시 필자와 기념 촬영한 모습 [사진제공=김희철]

 

 

■  책상에 수북하게 쌓인 지우개 똥가루들을 보며, 진급은 더 고생하라는 의무임을 깨닫다

 

진급은 과거의 업무 실적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미래의 조직 발전을 위해 더 고생하라는 의무이다. 

 

김 작전참모가 진급하여 국방부로 전출간 뒤, 필자는 서울 출장시에 잠시 그의 사무실을 방문 했었다. 진급하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인 줄 알았는데, 그 곳에서의 참모 모습은 기대와 정 반대였다. 

 

818국방개혁 업무에 발탁된 김 참모는 국방부 본청 옆에 임시로 준비된 아이솔 막사의 한쪽 구석방에 틀어박혀 땀을 뻘뻘 흘리며 문서들과 씨름하고 있었다. 필자가 더 놀란 것은 얼마나 고민하면서 썼다가 지웠는지 책상 주변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지우개 똥가루들 이었다. 결국 이러한 자세의 김 참모는 장관을 거쳐 국가안보실장의 중책을 수행했다.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가장 피참하다. “니가 할 일이 무었이냐?”고 물을 때 “조용히 기도할 뿐이다”라고 대답을 들었다면 말그대로 속수무책(束手無策)이라는 의미이다. 진급하거나 낙선했을 때,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나태하거나 낙선에 대한 핑개를 대며 한탄하고 힘들어만 하고 있으면, 타인들에게 자신이 행복해져 보이려고 했을 뿐이다.

 

아킬레우스의 말처럼 신이 질투할 만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장수하며 높은 계급에 올라가는 것보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행복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 

 

직업인의 목표는 진급과 출세라고 하는 끝없는 욕망이 아니라, 제갈량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되새기며 신 앞에서 겸손해야 될 인간들의 욕망이 결국 한계가 있음을 알고 현 위치에서 행복하게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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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