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관피아·정피아 부활하는 금융권, 관건은 ‘협상력’

박혜원 기자 입력 : 2020.12.04 06:40 ㅣ 수정 : 2020.12.07 07:56

올해 하반기 이뤄진 주요 금융협회장 인사, 정관 출신이 ‘싹쓸이’/ 금융업계 관계자 “협회장에게 필요한 건 전문성보다 소통능력”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올해 하반기 주요 금융협회 차기 회장 인사에는 ‘관피아(관료 출신 인사)’ 및 ‘정피아(정치권 출신 인사)’ 바람이 불었다. 

   

이는 새 국제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둔 보험업계, 사모펀드 관계사 중징계를 앞둔 은행업계 등 정부와 소통 창구가 절실한 각 금융사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세운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mage
올해 하반기 주요 금융협회 차기 회장 인사에는 ‘관피아(관료 출신 인사)’ 및 ‘정피아(정치권 출신 인사)’ 바람이 불었다. 좌측부터 정희수 생명보험협회 차기 회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 차기 회장, 김광수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 생명보험협회 정희수·손해보험협회 정지원·은행연합회 김광수 회장 등 모두 ‘정피아’나 ‘관피아’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이뤄진 주요 금융협회장 차기 회장 대부분은 정계 및 관계 출신이 차지했다. 

  

지난달 26일 생명보험협회는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희수 전 보험연수원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정 원장은 17·18·19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 의원을 지낸 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해 2018년 12월 보험연수원장이 됐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27일 차기 회장으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선출했다. 김 회장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 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지냈다. 이후 농협금융 회장을 맡은 이력으로 ‘반관반민’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달 13일 손해보험협회 차기 회장으로는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선임됐다.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쳐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이 같은 추세는 금융 공공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SGI서울보증보험은 차기 대표로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선임했다.

  

농협금융지주와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현재 차기 회장·사장 선출 작업을 밟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기관 모두 큰 이변이 없는 이상 금융 관료 출신이 주로 부임해온 관행을 이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인사가 이뤄진 3대 국책은행장 역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출신 이동걸 산업은행장, 기재부·복지부 차관 출신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 윤종원 기업은행장 등이다.

   

■ 보험업계 IFRS17 도입, 은행업계 신용대출 등 규제 강화로 인한 ‘협상력’ 강화 필요성 대두/ 보험업계 관계자 “협회장에게 중요한 건 전문성보단 소통능력”

   

금융협회는 기본적으로 금융기업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다. 민간 출신과 비교한다면 정관 출신 인사는 정부 혹은 금융당국과의 소통 시 ‘협상력’ 면에서 강점을 갖는다. 

     

따라서 정관 출신 협회장 인사에 흔히 따라붙는 ‘낙하산’ 논란과 달리, 최근에는 금융업계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일 뿐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업계 목소리를 키워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각 금융사 대표들이 회장 추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정관 출신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업계 각 분야에는 정부와 소통이 필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보험업계는 내년 IFRS17 도입을 앞두고 부담이 크다. IFRS17는 보험사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게 골자로, 결산 시기마다 시장금리 등을 고려해 보험 부채를 다시 계산한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자본 확충 부담이 커 IFRS17 도입을 추가로 연기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협회장에게 요구되는 건 사실 보험업에 대한 전문성이 아니다”라며 “더욱 근본적인 것은 소통능력 발휘해 협회의 로비 기능을 강화해 회원사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경우 신용대출 등 규제강화로 압박을 받는 상황인 데 더해, 빅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출로 상생안 마련을 금융당국에 요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사모펀드 관계자 중징계 눈치보는 은행업계…협회장 ‘방패’ 역할 주문?

 

은행권 협회장 인사의 경우, 금융사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 기조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은행권은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 펀드 등 잇따라 터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펀드 판매사였던 증권사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 대표를 징계한 데 이어 은행권 징계를 앞두고 있다. 

 

지난 10월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 현장검사 결과를 토대로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검사의견서를 보냈다. 하나은행 종합검사는 최근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업계에서는 금감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금감원의 부실한 관리·감독 문제는 제외한 채 증권사와 은행 임원에 대한 중징계로 책임을 돌린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물론 증권사와 판매사 등 금융사 책임도 적지 않지만,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역시 분명히 짚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추천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관 출신 인사가 금융사에 어느 정도 방패 역할을 해줄 것이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