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34)] 과학화경계시스템 미작동 논란, 광망 놔두고 감지유발기 탓?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0.12.02 19:29 ㅣ 수정 : 2020.12.07 17:09

감지유발기 조사보다 광망 감지 방식이 정상 작동하는지 정밀 진단해 해법 강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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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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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2월 26일 “청와대 군 경계망 먹통..8개월째 방치” 제하의 YTN 보도 장면 중 일부. [YTN 뉴스 캡처]

 

감지유발기 전수조사 및 일제 정비는 ‘언 발에 오줌 누기’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본지는 지난달 8일 “작동하지 않는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전면 교체 필요하다”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간 다음날 국민의 힘 신원식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욱 국방부장관에게 광망 감지 방식의 문제를 질의했고, 서 장관은 “운용해봐서 문제점을 잘 안다”며 확고한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후 지난달 25일 국방부 기자단은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문제와 관련하여 동부전선 GOP 경계작전 현장을 견학했다. 당시 합참 관계자는 경보음 미발생 원인으로 “귀순자가 철책과 철책 사이에 설치된 철제 기둥인 철주를 이용함으로써 광망 센서에 일정 수준의 하중이 가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광망 감지 방식의 문제가 아니란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철책 상단에 설치된 감지유발기에는 하중이 가해졌을 것으로 판단되나 정상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철책 상단 감지유발기를 전수조사하고 일제 정비를 통해 정상기능이 발휘되도록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망 감지 방식이 아닌 감지유발기 정비 여부에서 문제를 찾고 있는 것 같은 언급이다.

 

또한 합참은 GOP과학화경계시스템 보완과 관련 “취약지역에 감시장비를 추가 보강 또는 교체하고, 상단 감지 브라켓(지지대) 미설치 지역은 추가 설치하며, 과학화경계시스템 운용자 교육 및 정비시스템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이러한 보완대책과 더불어 성능 개량도 조기 추진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의 인식이 다르니 해법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광망 감지 방식 점검 없이 감지유발기 정비가 문제인 양 인식

 

그런데 3일 후인 지난달 28일 연합뉴스가 “철책마다 광망 시스템 달라?..곤혹스러운 군” 제하로 감지(유발)기가 봉인돼 점검이 어렵고 하청업체별 시공 방식이 상이한 의혹이 있으며 성능개량사업 추진도 불확실한 것으로 부정적인 보도를 했다. 이에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지난달 30일 다음과 같이 입장자료를 발표하면서 추측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사청은 “감지(유발)기가 봉인되어 있고 군은 감지기 내부에 나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 시공을 하청 업체별로 달리했다는 것, 성능개량사업 착수 시기나 예산확보 방안이 깜깜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사업의 정상적인 전력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합참과 방사청의 설명에 따르면, 본지가 이미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광망 감지 방식이 강풍과 혹한에 취약하고 동물에 의한 훼손으로 설치 후 2년 정도 지나면 대부분 손상돼 기능 발휘가 어렵다는 사실을 밝혔고 신 의원이 서 장관에게 질의까지 했음에도 이 방식에 대한 근본적 점검은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다. 그러면서 감지유발기 정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인 양 인식하는 것 같다. 

 

이와 관련, 이 분야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최초 광망 설치 당시에는 광망 상단을 광케이블 한 가닥으로 마감했는데 이 광케이블에서 오경보가 많이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감지유발기를 설치했다”면서 “이 장치는 광케이블에 인위적인 하중이 가해지면 심한 굴곡을 만들어 경보가 울리는 원리로 제대로 시공했다면 나사가 저절로 풀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광망 감지 방식은 심한 굴곡 또는 절단에 반응해 경보가 울리는 원리이며, 광망 일부가 내부적으로 손상되면 신호가 상당량 감쇄돼 심한 굴곡이 생기더라도 감지유발기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감지유발기 나사가 풀렸기 때문인지 광망 센서가 손상돼 그런 것인지는 시험을 해보면 곧바로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본질은 광망 감지 방식…일각에서 ‘은폐 의혹’도 제기

 

이와 관련, 지난 2017년 2월 26일 YTN은 “청와대 군 경계망 먹통..8개월째 방치”란 보도에서 광망 감지기(센서)가 8개월 동안 고장 난 채 방치됐고, 한 때 설치구간의 85%가 작동을 멈췄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처럼 이전에도 광망 센서에 문제가 생긴 사례가 있다. 따라서 광망 전체는 어렵지만 일정 구간을 지정해 광망 센서가 정상 작동하는지 정밀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문제의 본질은 광망 감지 방식에 있는데 감지유발기로 몰아가는 것에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왜냐하면 감지유발기는 정비 문제로 얘기할 수 있지만 광망 감지 방식의 문제는 기존 사업을 잘못한 것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피하려고 문제를 감추게 되면 전혀 다른 해법이 나오게 된다. 

 

이미 잘못된 해법을 강구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GOP과학화경계시스템은 본지가 이전 보도에서 언급했듯이 감지시스템이 주감시장치이고 CCTV를 이용하는 감시시스템은 보조수단이다. 그런데 CCTV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해법이 나오는 상황이다. 다음에 CCTV의 한계를 밝힐 기회가 있겠지만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나방이나 거미줄에 맺힌 물방울을 사람으로 인식해 오작동하는 CCTV는 정말 대안이 될 수 없다.

 

아무쪼록 이번 기회에 광망 감지 방식을 적용한 GOP과학화경계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인지 명백히 밝히고 이에 합당한 대책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기능 발휘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안보의 최일선인 전방지역 경계가 뚫린 상황을 알고서도 방치해 왔다는 국민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