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의 광고썰전 (7)] 대기업에 취업하는 가장 쉬운 방법?

강남욱 발행인 입력 : 2020.11.30 10:53 ㅣ 수정 : 2020.12.03 09:31

공감할 수 없는 소재와 주장이 만든 허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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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경제불황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취업의 기회는 점점 줄고 취준생의 한숨은 점점 늘어만 간다. 그런 취준생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드는 광고가 있다. 대기업에 취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주는 한 남성화장품 광고다.

 

(사장이 면접생에게 질문한다)

사장: 자네 스킨로션 뭐 쓰나?

 

면접생: 우르오O 씁니다.

 

사장: 합격

 

(다른 면접관들 당황하며 “사장님”이라 외친다)

사장: 기본에 충실하고, 시간을 아끼며, 자기관리에 철저한 인재야. 뽑아.

 

 

 

광고는 입사 면접과 상견례를 소재로 총 2편이 제작되었다. 광고의 메시지는 우르오O을 쓰면 능력 있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로서 입사할 자격과 사위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다소간 뜬금없는 주장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어떤 한가지를 보고 전체를 미루어 짐작한다는 의미다.

 

“부모님 말씀 잘 듣는걸 보면 분명 모범생일 거야”라는 판단은 부모님 말씀 잘 듣는 학생은 선생님 말씀도 잘 들을 것이고 따라서 모범생일 것이라는 논리적으로 타당한 유추다.

 

반면 우르오O 광고의 경우 우르오O을 쓰는 것과 회사에 필요한 인재라는 판단 사이에 연관성이 희박할 뿐만 아니라 논리비약도 심하다.

 

광고에서 판단의 근거로 내세우는 “우르오O 쓰는걸 보면 기본에 충실하고, 시간을 아끼며, 자기 관리에 철저한 인재다” 라는 추론은 너무 자의적이며 황당하기까지 하다.

 

한발 양보해서 이러한 논리비약을 광고적 과장으로 좋게 봐준다 하더라도 여전히 남는 아쉬움은 면접과정에서 보여지는 사장의 갑질, 즉 사장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한국기업의 고질적 의사 결정 구조와 각종 취업비리 등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희화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네 스킨 뭐 쓰나?”라는 질문 대신 차라리 배우 김광규의 단골 멘트인 “아버지 뭐 하시노?”라고 물었다면 세태를 비꼬는 날카로운 풍자라도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 뭐 하시노?”라는 질문은 단순히 아버지 직업을 넘어 권세와 돈이 얼마나 있는지, 인맥은 어떤지 등 회사가 지원자를 입사 시켰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잠재적 이용가치를 함축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장군의 아들이라는 영화가 유행했던 90년대 내가 다니던 회사에 3명의 “장O의 아들”이 있었다. 한 명은 “장관의 아들”, 또 한 명은 “장군의 아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장가의 아들” 그냥 장씨 성을 가진 필부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취업에 있어 이러한 불공정, 불평등은 계속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대놓고 하느냐 몰래 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이 광고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왜 하필 취업을 청년실업률이 가장 높고 특권층의 부모찬스가 사회적 공분을 사는 이런 민감한 시기에 광고 소재로 썼는가? 다.

 

광고 메시지, 표현 방법이 얼마나 적절했느냐의 문제뿐만 아니라 타겟의 공감, 다시 말해 광고의 소재가 취준생들의 정서와 가치에 부합하는가도 함께 살폈어야 한다.

 

공감의 핵심은 “Relevance”로 표현되는 연관성, 적절성에 있기 때문이다. “한번에 싹 스며들어 하루 종일 촉촉”이라는 확실한 컨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타겟의 정서에 반하는 잘못된 광고 소재를 선택함으로써 설득력을 잃음은 물론 브랜드에 대한 반감마저 키운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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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