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인터뷰] 죽음의 문턱 갔던 송창익 한국새생명복지재단 이사장 “한 번의 봉사는 열배의 행복으로 되돌아와요”

염보연 기자 입력 : 2020.11.29 04:38 ㅣ 수정 : 2020.11.30 13:39

성공한 사업가였던 송 이사장, 큰 사고 겪은 뒤 약자를 위한 봉사 결심 / 독거노인, 노숙인, 소년소녀가장, 희귀난치병 청소년 등 다양한 불우이웃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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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연말이 다가왔다. 차가운 바람이 공허한 마음을 훑고 지나간다. 2020년은 기쁨보다 슬픔이 많은 해였다. 한해를 뒤덮었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우리에게서 당연했던 일상을 앗아가며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처럼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특히 혹독했다. 일자리가 끊기고, 외부에서 고립되어 추운 날씨에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웃들이 많다. 

 

기쁜 일이 그리운 지금, 먼저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기쁨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의 손을 맞잡으면 냉랭한 내 몸도 따뜻한 온기에 녹을 것이다.

 

파란천사가 가득한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꾸는 송창익(57) 한국새생명복지재단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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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익 한국새생명복지재단 이사장[사진제공=한국새생명복지재단]

 

■ 죽음의 문턱 앞에서 삶을 돌아보며 눈 뜬 ‘봉사하는 삶’

 

송창익 이사장은 1963년생으로 원래 성공한 언론인이자 기업가였다. 청솔벤처산업(주) 대표이사, 일요저널(시사주간지) 발행인, (주)모아재텍 대표이사, 사회적기업 뉴라이프 대표, 결혼정보회사 운영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의 삶이 바뀐 것은 2002년 갑작스러운 사고로 척추를 다친 것이 계기였다. 13시간 이상의 대수술을 거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온몸이 마비될 뻔 했다. 다행히 6개월이 지나, 척추장애 6급 판정과 약간의 후유증이 남았지만 기적적으로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 일로 삶을 돌아보며 스스로 질문했다.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하늘에 간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가야할까?"

 

송 이사장은 남은 삶은 약자를 위해 봉사하기로 결심했고, 2006년 7월에 한국새생명복지재단을 설립했다.

 

‘한국새생명복지재단’은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재단이다. ‘새생명’이라는 이름에는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자는 의미가 들어있다.  희귀난치병 아이들의 의료비와 생활비 지원을 핵심 사업으로 하고, 그밖에 노숙인, 독거 어르신,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소년소녀가장들을 지원한다.

 

Q. 재단이 운영되는 방식은?

 

A.후원자들에게 정기후원을 받아서 소액 기부로 기금조성을 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바자회를 열기도 합니다. 요새는 코로나19로 둘 다 여의치 않아 상설 바자회 매장으로 ‘새생명 나눔가게’를 운영하면서 별도의 사업자로 수익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품나눔도 하고 후원받은 물품 중에서 선별한 제품,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여 후원금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는 ‘사랑의 화환기증운동’입니다.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 등 경조사에 사용하고 버리고 하는 화환을 수거하면 받침대 등 재활가능한 부분이 있어요. 쓰고 남은 화환을 기부받아 이런 부분을 업체에 2000원, 3000원씩 받고 팔아서 확보한 재정으로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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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새생명복지재단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모습[사진제공=한국새생명복지재단블로그]

 

Q.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지원활동은?

 

A. 매월 희귀난치병 아이들과 청소년 25명~30명의 치료비와 장학금을 고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독거 어르신들의 생필품을 지원하고, 외로움을 달래드리기 위해 ‘나눔한마당’이라는 공연을 엽니다.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연예인을 초빙해 공연을 통해서 즐거움도 드리고, 가정으로 돌아가실 때 준비한 생필품을 나눠드리죠.

 

매주 금요일에 노숙인과 쪽방촌 독거노인들 350명~400명 정도에게  빵, 우유, 생필품을 나눠주는 행사도 했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대면을 할 수 없어서 중단된 상태입니다. 작년까지 군부대에 위문공연도 진행했습니다.

 

또 몽골 희귀난치병 아이들을 5명 정도 선정해서 지원을 하고 있고, 남수단 물품지원을 지원하고 최근에는 캄보디아 쪽에도 매월 물품을 보내고 있습니다.

 

Q. 해외까지 관심을 둔 계기?

 

A. 재단 운용자산 중 현금은 10%도 안 되고, 90% 이상이 물품일 정도로 물품 기부가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많이 올라가 있고, 기부물품은 기업이 시중에서 최대한 영리사업으로 유통하다가 남은 제품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제품 중에서 실질적으로 사용기간이 지났더라도 생활에서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제품들은 우리 국민들이 쓰기에는 수준이 떨어지지만, 아프리카 같이 어려운 나라에서는 이런 것도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물품들이 버려지기보다 필요한 곳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외에도 물품지원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요즘에는 의약품, 비타민 같은 것도 보내요.

 

Q. 봉사활동 참여하면서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A. 제가 사회사업을 하면서 느꼈지만, 내 이익을 위해서만 일을 할 때는 약간의 즐거움은 있지만 그렇게 큰 보람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서 그분이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느낄 때는 두 배, 세 배, 열 배도 넘는 행복감이 돌아오더라구요. 정말 보람도 되고, 다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그런 행복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봉사자들도 봉사해본 사람이 그 마음을 안다고, 중독성이 있다고 그렇게 말을 합니다. 그런 느낌을 모르시는 분들에게 알려주고도 싶구요. 

  

어려운 사람들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몸으로 돕는 분들이 있잖습니까. 이런 봉사가 없다면 우리 사회가 구성원으로 온전하게 돌아가기가 참 힘듭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공존할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정말로 너무 살기 힘들다보면 결국에 범죄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요. 

 

■ 노숙자 재활 프로그램 중 만난 전과자가 준 교훈

 

A. 2009년도에 서울시 사업으로 재활의지가 있는 노숙인 30명을 선정해서 한달간 교육을 하고, 6개월간 관리를 하면서 사회로 복귀시키는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노숙인들을 일반 신병처럼 해병대 군부대로 보내서 정신무장 교육도 하고. 여러 재활교육을 거쳐서 취직을 시켰어요.

 

그런데 그중 한 명의 노숙인이 전과자에다가 집행유예인 상태로 범죄를 또 저지르고 수배된 상태였던 거예요. 취직을 시키고 말소된 주민등록을 살렸더니 경찰이 왔어요.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살인미수 전과자였는데, 배고프고 돈은 없는 상태에서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식당에 들어갔어요. 밥과 술을 먹고는 주인 할머니를 칼로 위협해서 5만원을 빼앗고, 놀라서 쓰러진 할머니를 두고 달아났던 거예요.

 

저는 그 사람을 설득해서 자수시켰어요. 제가 탄원서도 넣고 피해자와 합의도 얻어서 그 사람이 3년 6개월 형을 받고 안동교도소에서 생활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이 참 비참한 거예요. 초등학교밖에 안나온 환경에서 공부도 못했고 어렵게 살면서 결국에 이것저것 하는 것이 다 안돼서 노숙자로 전락했단 말입니다. 

 

그래서 교도소에 있는 동안 공부를 하게 했고, 그 안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 합격하고 나와서 사회로 복귀시켰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의정부교도소 교정위원으로 출소자의 취업을 연결해주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그 노숙인 지원사업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기억이 남아요. 그때 얻은 교훈이 그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나눔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거죠. 제일 좋은 건 많이 가진 사람들이 나누어서 어려운 사람을 보살피는 것이지만, 사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여유가 있으니까 힘든 사람들을 더 안돌아봅니다. 어려운 사람의 마음은 서민들이 더 잘 알아요. 그래서 오히려 서민들이 많이 후원하는데, 모든 국민들이 함께 모아 나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십시일반으로 모인 금액이 크기 때문에 정말 큰일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A. 희귀난치병을 앓는 아이들 중에서 근육종을 앓는 자매가 있었어요. 그때 재단에서 아이들이 편히 누울 수 있도록 의료용침대를 구해줬어요. 하지만 치료가 되지 않는 병이다보니 결과적으로 둘다 6살, 4살 쯤 세상을 떠났는데 어머니가 아이들이 쓰던 침대를 필요한 다른 아이에게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죠. 더 많은 아이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구요.

 

■ 배신에 상처입기도 했지만, 여전히 꿈꾸는 ‘행복한 대한민국’

 

A. 재단을 운영하면서 제일 큰 시련은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일이었습니다. 재단을 운영하면서 제일 필요한 건 재정확보입니다. 처음 1년 정도는 개인 사비로 출연해서 계속 운영했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재단이 초창기여서 후원자 유치도 쉽지 않았구요.

 

그때 대기업 롯데와 제휴를 맺어서 수수료의 0.2%를 기부받는 ‘기부천사카드’를 만들기도 했는데, 또 했던 게 화환기부사업이예요. 전국에서 경조사에 사용되는 화환에 드는 비용이 1조 정도라고 하는데, 그 당시에 업체가 화환의 재활 가능한 부분을 회수해갈 때 화환 가격의 10% 정도를 주고 갔거든요. 화환을 통해서도 충분히 재정확보가 가능하겠다는 판단을 했어요. 서울시의 지정을 받아서 화환사업만 전담하는 사회적 기업을 아예 만들고 2008년쯤에 사업을 시작했어요. 

 

경조사 치르신 분들도 좋은 마음으로 기부를 많이 하시고, 사업이 정말 잘 됐어요. 그것으로 노숙인이 화환을 만드는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일을 맡겼던 두 명의 관리자가 개인적으로 수익사업을 하려고 모든 자료를 다 가지고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제 사비를 들여 사무실도 새로 확장하고, 인력도 충원한 상태였는데 그 일로 사업이 중단되면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게 됐어요. 심지어 그 사람들이 저를 사기꾼으로 모는 음해성 발언을 화환업계에 퍼뜨리고, 서울시에 민원을 넣어서 감사를 받기도 했어요.

 

다행히 서울시에서 저의 투명성을 인정해줬고, 화환업계에도 다니면서 일일이 해명을 했지만, 그 과정을 겪는 2~3년이 정말로 저한테는 시련이었죠. 게다가 후원을 받기 위해 우리 재단 이름을 팔기도 해서, 이 일로 고소까지 했지만 벌금형으로 끝나고 계속 사업을 하더라구요. 

 

그때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런 개인적인 사심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재단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눔을 하고 정말 우리 사회복지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섰을 거라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던 것에서 상처도 받았지만, 좋은 경험을 했죠. 지금은 그런 피해가 없도록 모든 자료를 직접 관리하고 있어요.

 

Q. 올해 연말에 계획 중인 봉사활동은? 

 

A.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을 모을 수가 없어서 이전 년도보다는 위축됐어요.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희귀난치병 아이들, 장학생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보내고, 쪽방촌 어르신들에게 물품 지원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쪽방촌 어르신들께는 단체가 방문하는 대신 지역에 독거 어르신들을 관리하는 노인돌보미 선생님들을 통해 도움을 드릴 계획입니다. 

 

또 지역 기업에서 기부받거나 저렴하게 구매한 물품들을 각 지역에 계시는 후원자들께 택배비와 물류비만 받고 나눠주고 있어요. 그럼 그분들이 주변에 가까운 어려운 분들에게 나눠드리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요새는 후원도 많이 줄어들어서 우리 같은 재단도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

 

■ 선한 마음으로 주변을 돕는 ‘파란천사’가 되어주세요

 

보통 연말이 되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움직임이 많아요. 특히 익명으로 동사무소나 파출소 같은 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달라고 남몰래 놓고 가는 분들을 ‘얼굴 없는 천사’라고 하죠. 정말 훈훈하고 좋지 않습니까. 그래서 선한 마음으로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봉사자들을 모아 함께 일을 하는 천사 운동, ‘파란천사운동’을 전국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파란천사는 우리 재단에 월 만원의 정기후원으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국가적 재난 등에 나서는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나눔을 실천하는 활동도 하게 돼죠. 파란천사에게는 파란천사 뱃지와, 연말 소득공제를 위한 기부금 영수증도 발행해드려요.

 

또 파란천사들을 모아 시군구 단위의 지역위원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전국 행정구역을 동 단위까지 쪼개면 3600개 지역이 되요. 우리 재단이 서울 중앙에 있기 때문에 사실 시골이나 지방의 한 지역에 대해서는 잘 파악이 안되거든요. 자기 지역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파란천사들이 도움 받을 분을 발굴하고, 재단으로 보고하면 재단에서 파란천사를 통해서 그분들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요. 

 

지금 추진한 지 3개월 정도 됐는데 25개 지역이 선정 됐고, 24일까지 662명의 파란천사가 확보 됐습니다. 연말까지 1000명을 모으는 것이 목표고, 연말 뿐만이 아니라 평소 생활 속에서 봉사하면서 파란천사 뱃지를 항상 가슴에 붙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Q.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저는 우리나라를 행복한 나라로 만들고 싶어요.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이 다 남을 배려하고 내가 아닌 이웃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이 된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우리사회는 혼자만 사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이 모여 함께 사는 사회니까요. 모두 남을 배려하고 생각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런 대표적인 모습으로 파란천사 운동을 하고 있으니까, 많은 분들이 선한 마음을 나누고 서로 도울 수 있는 파란천사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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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천사뱃지[사진제공=한국새생명복지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