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 (121)] 네이버·카카오와 IT개발자 간의 인식충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김보영 기자 입력 : 2020.11.25 15:02 ㅣ 수정 : 2020.11.30 19:12

전 세계 AI시장 규모 2020년 총 1565억 달러 한화 약 186조원…한국, 인프라·특허 외에 AI 생태계 (인재·환경·정부지원) 평균보다 뒤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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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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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국내 양대 인터넷 플랫폼인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와 네이버 한성숙 대표 등이 참석한 제24차 목요대화에서 참석자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얼어붙은 채용시장에 기업들은 수시채용 전환 및 채용인력 감축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너도나도 몇백 명씩 대규모 공개채용을 진행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SW(소프트웨어) 개발자, 인공지능 분야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와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는 지난 12일 ‘목요대화’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업계의 가장 필요한 현안은 ‘개발자 인재 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 하반기 세자릿수 개발자 채용을 두번이나 진행하는 양사의 수장들이 채용을 하고 싶어도 채용할 인재가 없다고 애로점을 호소한 것이다.  

 

한성숙 대표는 특히 AI(인공지능) 인력난에 대해 “AI 기술은 한두 달 뒤처지면 시장에서 영영 도태될 수 있는데 인재가 모자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기업들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글로벌 AI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SW 인재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KT는 인재육성을 위해 9개 산학연과 협력한 AI 원팀을 이달 출범했다. 이 AI 원팀은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실무교육으로 기업이 직접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국내 대표적 IT기업 CEO들 '인재 부족' 호소 VS. 일선 개발자들 '척박한 토양' 주장/원인과 결과 둘러싼 인식 충돌 현상

 

그러나 뉴스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현직 개발자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AI 등을 타깃으로 한 기업들의 인재 확보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면 국내 에서 개발자 처우의 전반적인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발자에 대한 전반적인 처우가 개선돼야 인재가 몰리고 그 속에서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초일류 IT기업들의 눈높이에 맞는 특급인재가 배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인재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반면에 일선의 IT개발자들은 '척박한 토양'을 근본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IT개발자 혹은 AI특급 인재의 양성을 둘러싸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까다로운 논쟁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AI 엔지니어 평균연봉, 미국 평균연봉 1억7400만원 절반에도 못미치는 6065만원

 

한국 인공지능 커뮤니티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 따르면, 국내 공룡 플랫폼 기업 대표들의 ‘인재 부족론'에 대한 일선 개발자들의 반박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네이버·카카오는 인재가 부족하다고 한탄하기 이전에 왜 인재가 부족할까 고민해야 한다”면서 “개발자들이 원하는 기업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안일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들이 지적한 국내 AI 인재 부족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연봉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 너무 낮다는 점이다. 글로벌 연봉조사기관 ‘셀러리엑스퍼트(Salary Expert)’이 24일 발표한 자료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약 6065만원이다. 미국과 AI 엔지니어 평균연봉이 1억7400만원임을 감안할 때 국내 AI 전문가들은 절반도 안되는 연봉을 받고있는 것이다. 

 

AI 개발자로 재직 중인 B씨는 블라인드에서 “같은 직군, 비슷한 업무 강도를 요구하는 기업이 있으면 무조건 해외기업을 선택할 것”이라며 “국내 개발사들은 업무 강도도 높을 뿐만 아니라 대우도 현저히 다르다. 말 그대로 연봉 후려치기다”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개발사의 이런 환경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AI 관련 업무가 폭증하면서 더 심화됐다고 분석한다. 전 세계적으로 AI 전문가들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임금 역시 수직 상승했지만 여전히 해외에 비하면 연봉의 현재 수준 및 증가 폭등에서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직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A씨는 “AI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전문가가 국내에서 1억정도의 연봉을 받는다면 미국 실리콘벨리 유수 기업에서는 2억~3억까지 받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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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진행된 국내 최대 규모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모습 [사진제공=네이버]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한국은 54개국 중 종합 8위…그러나 AI 산업 환경·정부 전략 부문에서 각각 31위, 30위, 인재 부문에서도 28위로 평균미달

 

현직 AI 개발자들이 지적하는 국내 인재 부족 현상의 또 다른 원인은 AI 산업 생태계가 취약하다는 점을 꼽았다. 

 

블라인드에서 ‘AI 인재 부족’과 관련해 B씨는 “최근에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개발자들의 업무량과 업무시간이 다른 직업군보다 많고 힘들다는 건 사실”이라며 “AI 전문기관도 적고 국비교육으로 고급인력을 길러내는 것은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분석한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54개국 중 종합순위 8위로 상위 10개국에 속했다. 한국은 ‘개발력(특허)’ 부문에서 3위, 인프라는 5위를 기록했으나 운영환경, 정부 전략 부문에서는 각각 31위, 30위를 기록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인재 부문에서도 28위를 기록하며 한국이 개발력(특허)과 세계 최초 5G도입 등 인프라 형성은 우수하나 정부지원·인재는 평균에도 못미치는 취약한 AI 산업 생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관련 또 다른 블라인드 유저 C씨는 “국내 최고의 IT 기업이라고 평가되는 네이버·카카오도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게 현실”이라며 “그만큼 우리나라 AI 생태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알려주는 지표다. 당장에 고급 AI 전문가 인력을 원한다면 정부와 기업도 그에 걸맞는 대우와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