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여론악화에도 전공의 파업 강행한 진짜 이유는?

한유진 기자 입력 : 2020.09.01 07:33 ㅣ 수정 : 2020.09.01 07:33

낮은 의료수가로 쌓여온 의료계 불만, 정부의 일방적 정책결정으로 폭발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뉴스투데이=한유진 기자] 전공의들이 지난달 21일부터 단계별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고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은 시민들의 이야기까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전공의 파업에 대한 여론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10시부터 이날 오전까지 밤샘 회의를 이어간 끝에 내린 결론이다. 파업 강행 관련 안건은 첫 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받지 못해 부결됐다가 재투표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왜 파업을 강행하는 걸까. 그 이유로는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전공의들이 21일부터 단계별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고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첫째 ▶ 낮은 의료수가에 대한 불만 폭발 /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도 화근

 
지나치게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상당수 개업의들이 생존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의료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현행 국내 의료수가를 적정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6월 내년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 인상률이 의원 2.4%, 병원 1.6%으로 확정됐다. 이로써 2021년 의원 초진 진찰료는 1만6530원이다. 이 정도 인상률로는 의료수가 현실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의료계의 불만이 쌓여오다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정책을 계기로 폭발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수가인상률이 의료계와의 협상이 아닌,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일방적 의결로 결정됐다는 점도 전공의 등이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이다. 수가인상률은 3년째 의결로 결정된 것이다. 현행 체계상 각 유형별 수가인상률은 공단과 각 유형 대표 단체간 협상을 통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협상이 실패한 경우에는 건정심에서 해당 유형의 인상률을 정하고, 그 결과를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다.


의료계는 낮은 의료보험 수가가 해결되지 않은 채 의대정원이 확대될 경우 향후 동네의원 간 과도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동네의원은 물론 전공의들이 총파업에 발벗고 나선 이유도 전공의 상당수가 향후 개업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파업을 찬성하는 전공의들의 입장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제시하는 의대정원 확대나 공공의대 설립보다 의료수가 개선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한다. 지방에 의사가 가지 않는 건 수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들은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비인기과에 의사 수가 부족한 이유도 수술을 진행할수록 의료수가가 낮아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문제점에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들은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사 수를 늘리기 이전에 현재 의사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파업에 찬성하는 한 전공의는 “지방 의료 활성화를 위해 투자를 하고 큰 병원을 짓고 인재를 유치해야지,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의사 수가 부족했다면 필요한 의사 수를 예측하는 예방 의학분야 전문가와 함께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결정과정이 반드시 필요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 둘째 ▶ '원점 재논의'에 대한 정부의 문서화 거부도 '불신' 낳아

 
정부와 국회, 의료계 원로들은 이번 파업의 불씨가 된 의대정원 확대 등 정책에 대한 ‘원점 재논의’를 약속했으나 대전협이 끝내 집단휴진을 강행하면서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대전협은 집단휴진을 계속하겠다는 결정에 대해 정부가 의료정책에 대한 원점 재논의 명문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전협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전공의들은 총리와의 간담회를 통해 진정성 있는 대화가 시작되었다는 기대감을 표명하며, 코로나19 재확산 등 엄중한 시국을 고려하여 코로나19 대응 진료에도 적극 참여하기로 공표한 바 있다. 총리실은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도 했다.

 

하지만 사흘만인  지난 달 26일 일부 의사들이 진료에 복귀하지 않았다며 전공의들에 대해 일괄적인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고 비대위는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대전협의 무기한 파업 결정에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가 그간 수차례에 걸쳐 의과대학 정원 조정 등을 포함한 주요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화를 해 나가자고 제안했지만 전공의들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 셋째 ▶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형사고발 조치, 필수 의료분야 의사들도 대상?

 

보건복지부는 지난 달 27일 업무개시명령 이행 여부 확인을 통해 3개 병원의 응급실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10명에 대해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후 다시 의료계의 의견을 듣겠다며 고발을 유보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28일 돌연 태도를 바꿔 10명의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행정명령 불복에 따른 형사고발을 단행했다는 것이 비대위의 견해다.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에 근거를 둔 업무개시명령은 보건의료 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 또는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내릴 수 있는 지도·명령 중 하나다. 이행 불응 시엔 면허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대전협에 따르면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던 의사들이 형사고발 대상이 됐다. 대전협은 중증 코로나 응급환자를 진료하다가 자가격리 대상이었던 전공의, 뇌출혈 환자의 응급수술을 돕기 위해 밤새 수술방에 있었던 전공의, 다른 병원에 파견 중이던 전공의, 환자 걱정에 병동을 떠나지 못했던 전임의까지 무차별적으로 선정되어 고발 조치가 취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