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383)] 코로나 걸리면 환자든 의료인이든 '이지메' 각오해야 하는 일본

김효진 기자 입력 : 2020.08.25 10:24 ㅣ 수정 : 2020.08.25 10:25

코로나 확진자를 둘러싼 비난과 인신공격에 전국 지자체장들 잇따라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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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이번 달 1일 효고현 토요오카시(兵庫県 豊岡市)의 무카가이 무네하루(中貝 宗治)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에) 감염된 분을 비난하지 말아 달라’는 글을 올렸다. 감염경로와 고의여부를 떠난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에 지자체장이 자제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일본은 현재 코로나 감염자의 성명과 주소, 근무지 등을 원칙적으로 공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토요오카시 확진자는 신문사 직원이었기 때문에 사측이 먼저 언론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감안하여 자사 직원이 확진되었다는 소식을 발표하였지만 그 후 전화와 팩스, SNS 등을 통해 주민들의 비난과 항의가 신문사에 빗발치자 시장이 제동을 건 것이다.

 

 

코로나 감염자를 향한 비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코로나 초창기부터 위와 같은 사례들이 언론에 소개될 때마다 일본 네티즌들은 신종 코로나가 한동안 잠잠했던 일본인들의 이지메 DNA를 깨운 것이라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로 되살아난 이지메의 첫 타깃은 바로 의료기관 종사자들이었다.

 

올해 3, 4월 코로나 환자와 접촉한 적도 없고 감염되지도 않았지만 단순히 코로나 병동이 설치된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사실만으로 전국 각지의 보육원과 유치원들이 의사와 간호사 자녀들의 등원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설령 보육시설이 등원을 거부하지 않더라도 다른 학부모들이 병원 근무자의 자녀들과 같은 시설에 아이를 보낼 수 없다고 억지를 부리면서 가뜩이나 코로나 이후 격무에 지쳐있던 의료 종사자들은 마음의 상처까지 얻게 되었고 실제로 이를 견디지 못한 간호사들의 퇴직이 줄지어 발생하기도 했다.

 

그 후 타깃은 타 지역 주민들에게 옮겨갔다. Go To 트래블 캠페인을 통해 내수여행이 다시 활성화되며 지역을 넘나드는 관광객이 늘어나자 타 지역에서 방문한 차량의 주차를 무조건 거부하거나 주차된 차량들에 욕설이 적힌 익명의 쪽지들이 붙고 발길질이 가해졌다.

 

해당 캠페인을 고안하고 실행한 아베 정부에는 제대로 된 반대나 비난의견을 내지 못한 채 서로만을 공격하기 바쁜 주민들을 보다 못한 기후현 히다시(岐阜県 飛驒市)의 츠즈쿠 준야(都竹 淳也) 시장은 라디오에 출현하여 감염자에게 친절하게 대해줄 것, 의료 및 보육 종사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것, 외부에서 온 관광객들을 무턱대고 두려워하지 말 것을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시는 이와 함께 비방 대책팀을 새로 구성하여 전화 상담창구를 마련하는 한편 무분별한 비난과 상해위협 사실 등을 경찰서와 공유해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발표했다.

 

그렇다면 단순히 코로나가 일본인들을 예민하게 만든 것일까. 올해 8월로 원폭 75주년을 맞아 아사히신문의 인터뷰에 응한 나가사키 원폭피해자 토미다 요시코(富田 芳子, 81세)씨는 코로나로 인해 발생하는 일련의 이지메 사례들이 원폭 당시와 똑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겨우 6살의 나이로 자택에서 1.8km 떨어진 위치에서 원자폭탄이 터지는 사고를 겪은 토미다 씨는 불행 중 다행으로 큰 상처나 후유증 없이 성장했지만 평생을 이지메에 시달렸다고 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출신자는 독을 뿜는다는 허무맹랑한 이유로 주위로부터 미움을 받거나 결혼하더라도 기형아를 출산할 것이라며 파혼을 강요당했던 기억을 안은 채 이제는 도쿄에서 노년을 맞이한 그녀의 눈에 비친 일본사회는 1945년에서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