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9)] S&T중공업의 K2전차 변속기 국산화 성공을 위한 유일한 조건

김한경 기자 입력 : 2020.07.22 16:18 ㅣ 수정 : 2020.07.22 16:43

내구도 결함 관련 국방규격 개정으론 한계…업체와 이해관계자 간 ‘진정한 협력’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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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부터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지난 2018년 9월 12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방위산업전에서 K-2 전차 파워팩을 살펴보며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오른쪽 두 번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방사청, 변속기 국방규격 개정해 K2전차 완전 국산화 돌입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세계 정상급 전차인 K2전차의 변속기 국산화를 다시 추진한다. K2전차의 심장인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로 구성되는데, 두산인프라코어가 개발한 엔진은 이미 국산화가 완료됐지만 S&T중공업이 개발한 변속기는 국방규격을 충족하지 못해 아직 독일제를 수입해 쓰고 있다.

 

방사청은 지난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K2전차 변속기 내구도 시험 기준과 관련된 국방규격의 모호성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그동안 국방규격 개정을 검토해왔다. 지난 15일 형상통제심의회를 통해 논란이 있었던 국방규격을 개정한 방사청은 드디어 K2전차 완전 국산화의 마지막 단계인 변속기 국산화에 돌입했다.

 

이번에 개정된 국방규격은 내구도 결함의 정의와 최초생산품 검사 결함의 재검사 방법을 구체화했다. 기존 국방규격에는 결함의 정의가 없었는데, 이번에 “변속기 기본기능(변속·조향·제동)을 상실하거나 심각한 성능 저하가 발생하여 더 이상 시험을 진행 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최초생산품 검사 결함에 대해서도 “수정 및 정비 후 재검사를 하여야 한다”는 기존 국방규격을 “원인이 밝혀지고 수정이 완료될 때까지 검사를 중단하여야 하며, 결함이 해소되면 해당항목에 대하여 재시험을 실시하고 합격여부를 결정한다. 단, 결함의 조치내용이 장비 성능에 영향을 미칠 경우, 최초 시험 항목부터 다시 검사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구체화했다.

 

국회 국정감사 지적 보완했지만 규격 논란 여지 여전히 존재

 

즉 사소한 미비점은 내구도 결함으로 보지 않으며, 최초생산품 검사에서도 성능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소한 결함이라면 해당 항목만 재검사를 실시하고 전체 시험은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결함에 대한 해석 차이로 논란이 됐던 부분을 많이 보완한 것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생길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K2전차는 외산 파워팩을 적용해 2003년부터 체계개발이 추진됐다. 그 후 파워팩까지 국산화해 완전한 국산 전차로 거듭나기 위해 2005년부터 964억원(엔진 488억원+변속기 476억원)이 투자됐다. 2014년 독일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1500마력 파워팩 기술이 개발됐다. 이로써 K2전차 2차 양산부터는 국산 파워팩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K2전차 2차 양산 적용을 위한 국산 파워팩 최초생산품 검사에서 엔진은 국방규격을 충족했지만 변속기는 내구도 기준 320시간 중 237시간(74%) 달성으로 규격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2차 양산에서도 국산 파워팩이 아닌 혼합 파워팩(국산엔진+외산변속기)이 적용됐고, 올해 드디어 3차 양산을 앞두고 국산 파워팩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구도 기준 완화 내지 대통령 동문 기업 지원 의혹도 제기돼

 

이번 국방규격 개정 과정에서 변속기 내구도 기준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고, 업체의 국산화 의지에 의문을 갖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방사청 관계자는 “국방규격의 내구도 기준 320시간은 변함이 없으며, 수년간 꾸준히 논란이 됐던 국산변속기의 최초생산품 및 내구도 기준을 명확히 하고자 국방규격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모 언론의 문 대통령 동문 기업 밀어주기란 의혹 보도가 있었고, 이에 대해 방사청은 입장자료를 통해 “변속기 기술수준을 낮추는 등 업체에게 특혜를 제공한 일이 없으며, 문 대통령 동문 기업 밀어주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요청했고, 수용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K2전차 변속기 국산화가 성공하려면 이번 국방규격 개정만으로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S&T중공업이 개발한 변속기는 2차 양산 적용을 위한 최초생산품 검사에서 독일제 볼트가 문제돼 74% 수준에서 멈췄다. 만일 3차 양산 적용을 위한 최초생산품 검사에서도 내구도 기준인 320시간에 도달하기 전에 결함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이 문제는 지난 13일 개최된 ‘방위사업협의회’에서 다뤄져 “최초생산품 검사 결과에 기관별 이견이 발생해 판정이 어려울 경우 전문위원들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검토 및 판단하는 등 공정성을 강화할 계획”이란 입장을 정리했다. 아울러 방사청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이 과정을 그대로 보고해 K2전차 3차 양산계획이 합리적으로 결정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검사 과정에서 결함 발생해도 업체에 힘 실어주는 판단해야

 

결국 검사 과정에서 다시 결함이 나오면 ‘전문위원들로 구성된 협의체’가 실질적으로 결정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개정된 국방규격의 문구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며, 방사청·기품원 관계자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건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업체의 기술력을 평가해 추후 보완 가능한 사항인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산화 개발의 어려움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산화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로 이해관계자들이 똘똘 뭉쳐 업체에 힘을 실어주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혹시 나중에 책임질 일이 생길까 우려해 국방규격 문구에 과도히 얽매이면 국산화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 K2전차 변속기는 영영 독일제에 의존해야 한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산화 추진 방향에 대한 방사청의 이번 결정은 향후 무기체계의 핵심 구성품 및 부품 국산화는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선도형’ 방위산업 육성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면서 “업체도 소명의식을 갖고 반드시 마지막 기회를 살려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모두의 염원이 실현되려면 업체부터 국산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방사청과 기품원도 성공을 위해 가용한 모든 힘을 보태야 한다. 이와 같이 ‘진정한 협력’이 빛을 발할 때, 3차 양산에 국산 파워팩이 장착될 길이 열리면서 K2전차는 완전 국산화된 명품 전차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