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의 경영위기, ‘탈원전’ 재검토로 비화되나

오세은 기자 입력 : 2020.04.11 07:29 ㅣ 수정 : 2020.04.12 18:47

두산솔루스 매각해도 실탄 부족, 한전은 지난해 순손실만 1조3566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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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국내 유일의 원자로 주기기(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발전기) 제작업체 두산중공업과 연간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한국전력공사(한전)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유동성 위기에 맞닥뜨리자 학계와 업계 등에서 정부가 탈원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의 경영악화는 지주사 두산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요인이다. 출자 구조상 ㈜두산이 중공업의 지분 44.6%를 가진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중공업 자체 재무 부담으로  두산솔루스 매각자금도 지주사로 흘러가지 못하는 구도이다.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두산그룹 전체로 확대되는 모양새인 것이다.

 

두산솔루스가 지난달 준공한 헝가리 전지박 공장 전경[사진제공=(주)두산]

 

■ 두산중공업 심폐소생 위해 신성장 동력 ‘두산솔루스’ 내놓는 극약처방 선택

 

두산그룹은 일단 중공업 살리기에 나섰다. 그룹 전 계열사 임원들은 이달부터 급여의 30%를 삭감된 채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공업 부사장 이상은 50% 전무 40% 상무는 30%를 반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전 계열사가 대대적으로 심폐소생에 나서고는 있지만, 경영정상화 복귀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중공업은 대주주인 ㈜두산이 보유하고 있는 중공업 주식과 부동산 등을 담보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긴급자원을 받았다.

 

그러나 중공업이 가진 채무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회사의 올해 단기 차입금이 4조 원에 달한다. 당장 이달에 갚아야 할 빚은 6000억원이다. 두산솔루스 ‘매각’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자재인 전지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는 두산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계열사다. 최근 이 회사의 헝가리 법인은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와 1000억원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용 전지박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두산은 재무 구조 개선 방안으로 ‘두산솔루스’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솔루스의 시가총액은 1조원 안팎이다. 솔루스의 영업가치만 9600억원으로 추정된다. 두산 오너 일가 지분은 61.52%(우선주 11.04% 포함)이다. 따라서 솔루스 매각가는 최소한 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의 신성장 동력이자 ‘알짜’ 기업으로 꼽히는 두산솔루스를 매각하는 것은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다.

 

■ 손양훈 인천대 교수, "탈원전 재검토가 한전과 두산중공업 살리는 길"

 

두산중공업에 이어 한전도 지난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한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영업손실 2조7981억원) 이후 11년 만에 최악의 재정난에 빠졌다. 지난해 한전은 순손실만 1조3566억원을 기록했다.

 

한전은 냉난방 전력이 덜 팔렸는데 미세먼지 감축 등 환경정책 비용이 더 크게 늘어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전은 적자가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지속된 적자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 교수는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전의 영업손실은 탈원전대책으로 원전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적자 폭이 크게 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학계와 업계 등에서는 한전과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손양훈 교수는 “학계 등에서 탈원전을 시행할 경우 발생할 문제들을 여러 차례 제기해왔으나, 3년 가까이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재검토되면 한전이 원전가동률을 높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의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보는가”에 대한 질문에 “현재 두산중공업은 재무적으로 큰 위험에 처해있다”며 “국책은행으로부터 자금수혈은 했지만, 근본적으로 기업이 경영할 수 있는 경영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원전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금수혈은 큰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앞서 탈원전한 독일은 국민들이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료 인상에 대한 동의를 국민에게 구한 다음 행해졌다”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이러한 합의가 되지 않았을뿐더러, 산업만 망가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 한전, 4.15총선이후 전기요금 인상 추진...코로나19변수로 어려워져

 

한전은 지난해 6월 여름철 주택용 전기 요금 누진세 완화 개편안을 가결하면서 배임 논란이 일자, 전기료 인상안이 담긴 개편안을 같은 해 11월 말까지 마련하고 올 상반기에 정부 인가를 얻겠다고 공시했다. 한전은 4.15총선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의를 통해 전기요금 인상방안을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은 산자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시 한전 이사회 표결을 통과하면 확정된다. 한전 요금 인상 개편안은 지난해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행 전기요금체계로는 존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오게 됐다.

 

그런데 한전의 요금 인상 개편안마저 올해 안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이 생존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논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게 정부 여당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3개월(4~6월)동안 저소득층 소상공인 대상으로 전기료 납부 유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장애인과 기초생활 수급자 등 기존 복지할인 대상 가구와 5~10인 미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유예다. 하지만 이러한 유예이지만 유예에 따른 비용에 약 1조2576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요금 인상을 꺼내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