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89) 힐튼 부산을 가다 - 1부
윤혜영 선임기자 | 기사작성 : 2018-02-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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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혜영]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반복된 일상 속 치유제가 되는 여행
 
국내 최대 규모 복합휴양시설 갖춘 부산 힐튼 호텔
 
인생은 일상의 반복이다. 때로는 단조롭고 때로는 힘에 부칠때도 있다. 삶에 지친 인간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유제는 여행이다.
여행은 좋지 않았던 기억은 털어버리고 좋은 추억을 만들수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망각과 기억은 시간이 주는 선물이다. 좋았던 시간들의 중첩은 다가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어린시절을 떠올리면 부모님과 함께 했던 몇 번의 여행이 떠오른다. 부족하고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여름이 되면 이십만 키로도 넘게 탄 낡은 에스페로에 온 가족이 타고 산과 계곡으로 떠났다. 슈퍼마켓을 통째로 떼온 듯 갖은 먹거리들을 트렁크와 좌석 아래까지 쑤셔넣었다.
 
밥 해먹을 쌀과 약수통에 담긴 물도 두 통 실었다. 바캉스 철이 되면 계곡은 이쑤시개 꽂을 자리도 없이 터져나갔다. 위에서부터 차로 훑어 내려오지만 명당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다리 밑 자갈 위에 텐트를 친다. 마을버스가 이따금 지나가면 다리 아래로 흙먼지와 매연이 휘몰아쳤다. 정말 짜증스러웠다.
 
왜 무거운 수박을 굳이 들고와서 계곡물에 담궈둬야 하는지, 머리가 익을 듯한 더위 아래 꼭 삼겹살을 구워야 하는지, 간단하게 한끼 사먹으면 될 것을 내 눈에는 모든것이 궁상맞았다. 극성스러운 파리떼도 넌덜머리 났고, 소주를 오버해서 마신 남자들이 화투를 치며 질러대는 고성도 짜증이 났다.
 
무엇보다 그 공간에 속한 내 삶이 싫었다. 그때는 몰랐다. 내 부모도 삶에 지친 가련한 인간이라는 것을. 일년에 한번 떠나는 그 극성스러웠던 휴가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의 표현방식 중 하나라는 것을.
 
몇 달 전 힐튼 플래쉬 세일이 있었고, 이그제큐티브 객실을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었다. 출발일이 다가올수록 기분이 좋다. 여행의 묘미는 다가오는 날짜에 대한 설레임이다.
 
시간은 예상보다 금방 흘렀다. 여섯살 첫째와 6개월 둘째를 데리고 부산 힐튼을 향해 출발했다. 한시간 남짓 차를 달려 부산 기장군에 도착했다. 호텔 근처 풍원장에서 불고기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힐튼호텔 아난티코브는 2017. 7월에 개장한 곳으로 힐튼호텔, 아난티 펜트하우스, 아난티 레지던스, 워터하우스 온천, 아난티 상점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휴양시설이다. 주차장인 B3층에 차를 주차시키고, 10층 맥퀸즈 라운지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호텔 이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었고, 어린 아기를 보고는 비워져있는 객실을 찾아 바로 입실이 가능하게 배려를 해주었다. 객실은 4층에 위치해 있었고 거실과 침실, 욕실이 나뉘어져 있었다. 18평 크기로 해운대의 타 호텔들보다 넓었고 발코니가 따로 있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거실과 침실에 각각 TV가 비치되어 있었고, 개인 금고와 네스프레소 머신과 캡슐 3개, 아너스 회원은 스텐다드 인터넷 무료, 비회원은 5000원대, 프리미엄 인터넷은 1만원 후반대에 이용 가능하다.
가습기, 아기침대는 미리 요청해두었었고, 키즈어메니티는 해당일에 모두 소진되었다고 했다.
 
유모차와 젖병소독기는 당일 순차적 지급이었고 유모차 최대 6시간 이용, 시간연장은 컨시어지에 재요청하였다. 욕실 어메니티는 크랩&에블린 제품으로 투숙기간내 듬뿍듬뿍 넘치게 채워주었다.
생수는 2병이 무료로 비치되어 있었고 요청시 몇 병씩 더 가져다 주었다.
 


▲ [사진=윤혜영]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10층에 있는 맥퀸즈 POOL로 수영을 하러 갔다. 노천탕과 키즈풀, 자쿠지, 인피니티 풀로 구성되어 있었고, 물이 온천수라고 했다.
이그제큐티브 이용객은 사우나와 맥퀸즈 풀 이용이 무제한이라고 하여 마음에 들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수영하고 있는 다른 투숙객이 없어서 우리 가족들끼리 여유롭게 한시간이 넘게 온천욕을 즐긴후 티타임을 하러 갔다. 타 호텔들은 아이를 동반하면 라운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기에 그동안 국내호텔에서는 일반객실만 이용해야 했었다.
 
힐튼 부산은 아이동반 고객에게 별도의 장소를 제공하여 라운지 서비스를 같이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B1층의 미팅룸 4에서 티타임과 칵테일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메뉴는 커피와 탄산음료, 타르트와 작은 케익들, 미니버거 등등이 있었으며 구성이 단촐하였다.



▲ [사진=윤혜영]

B2층으로 나가면 아난티 타운과 연결된다. 서점, 커피숍, 레고방, 의류샵, 식당, 편의점 등의 상점들이 운영중이었다. 타운내에 거의 모든것이 갖춰져있어 외부로 나갈 일은 없어보였다.
 
서점 '이터널 저니'로 가보았다. 철학, 여행, 동화, 그래픽노블, 시, 소설 등등 엄청난 책들이 500평이 넘는 공간의 벽면을 채우고 구석구석 쌓여져 있었다.
 
[책은 우리가 알게 된 모든 것을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도구이자 어느 시대, 어느 곳으로도 보내주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여행 도구입니다. 아난티 코브는 이터널 저니를 통해 책의 가치를 부산 시민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라고 벽에 씌어져 있는 문구가 좋았다.
 
서점 한켠에는 커피숍도 있었고, 마음껏 볼 수 있도록 비닐을 벗겨놓아 많은 이용객들이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동화책 코너도 따로 있었고 책상과 의자들을 구비해두어 부모들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서점에 들렀다 밖으로 나오니 바로 옆에 레고방이 있었으며, 유로에 이용이 가능하다.
 
객실로 다시 올라가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아난티 타운으로 내려왔다. 이곳 타운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 Sant'Eustachio Il 이라는 커피숍이었다. 로마에 가면 꼭 들려야 한다는 유서깊은 커피숍인데 한국에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 [사진=윤혜영]

유서깊은 사연이 있는 커피숍이다. 로마의 장군 에우스타끼오가 사슴의 뿔을 십자가의 환영으로 생각하고 그리스도교에 귀의했다가 박해받아 순교했고, 그를 기리기 위해 건립된 신전 옆에 커피숍을 지었다고 한다. 1938년에 문을 열었고 참나무 장작불에 커피콩을 볶는다고 했다. 가게 내부에는 사슴 트로피가 보였고, 노랑색 띠를 두른 커피통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하여 스페인광장을 본 뜬 듯한 야외 계단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향긋한 커피향. 이 순간이 너무 좋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말했다. '참 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행복은 재화의 값어치에 따르지 않는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내 마음의 평안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2부에 계속)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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