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 이야기](21) 사관학교 졸업식은 대통령 아닌 초임장교의 출발점
김희철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18-02-23 19:18   (기사수정: 2018-02-2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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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초의 최대 모니터(30m x 12m, 월드미디어 제작)가 등장한 2011년 계룡대 합동임관식ⓒ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꽃피는 봄이 오면, 땅속에 숨어 있던 다이아몬드가 지상에 올라와 빛을 발하는 사관학교 졸업식

매년 3~4월 꽃피는 봄이 오면 각군 사관학교에서는 ‘졸업식’과 빛나는 다이아몬드 소위 계급장을 모자와 양어깨에 달고 장교 ‘임관사령장’을 받는 ‘장교 임관식’이 열린다.

이명박대통령 시절부터는 졸업식은 각군 사관학교에서 진행됐고, 장교 임관식은 육해공군 사관학교와 간호사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등을 모두 모아놓고 대통령이 임석해서 한꺼번에 장교 합동 임관식을 하는 행사로 변경되었다.

원래 각군별 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는 대통령이 항상 주관했었다. 그런데 MB시절 대통령의 스케줄이 너무 바쁘다보니 사관학교 행사에 전부 참석하기가 힘들었다. 같은 성격의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행사에는 국방부 장관이 가고, 또 다른 자리에는 참모총장이 온다면 행사 주최 측의 입장에서는 차별받는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따라서 합동임관식은 순전히 군별, 출신별 임관식 행사에 대한 형평성을 위해서 생겨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안보협업연구소(KSCI ) 위기관리센터장인 김진형제독은 ‘“대한민국 군대를 말한다.”라는 저서에서 “이것은 행사의 의미보다 형식을 더 우선시하는 사고에서 비롯된 판단이다”면서 “장교 임관식이라는 본연의 가치에 중심을 둔다면 누가 임석하느냐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통령은 매년 하나의 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다. 우리나라처럼 임석상관의 개념이 아닌 초청인사 자격으로 참석한다. 초청연사의 역할은 사관학교 졸업생을 위해 장교로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의미의 조언과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군과 안보에 대한 정부의 생각을 발표하는 것이다.

실제 2017년의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에, 펜스 부통령은 해군사관학교에, 던퍼드 합참의장은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생들을 위한 연설을 했다.

우리나라도 이젠 임석상관 참석 여부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갈등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이다.




졸업생도들이 모여 교육받는 생활관은 바로 생도대 ‘양로원’

행사간 부동자세 유지 때문에 대통령 유시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어

졸업을 앞둔 4학년 생도들은 동계휴가를 끝내고 생도대로 복귀하면 모든 자치제도 지휘권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별도 공간에 모여 졸업전 교육을 받는다. 그때 신입생도들은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있으며 생도대 전체는 새로이 편성된 간부 생도들에 의해 새로운 바람이 잔잔하게 일고 있는 상태이다.

당시에 후배 생도들은 졸업생도들이 모여 있는 생도대 4층의 별도 공간을 ‘양로원’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곳으로 올라가기를 꺼렸다. 훈육관들도 공식적인 만남의 시간 이외에는 후배들과의 접촉을 자제하도록 권장했다. 아마도 후배들이 선배의 권역에서 빨리 벗어나 자신들 만의 자치 지휘체계를 신속하게 정립시키려는 의도였다.

기초군사훈련부터 시작된 4년간의 사관생도의 제복을 벗고 빛나는 다이아몬드 소위 계급장을 부착한 군복을 입기 직전의 졸업생도들은 멋있어 보였지만 힘들기만 했던 생도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이제 더 넓은 광야로 나아가 더 험한 세파를 극복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그들이 마지막 교육과정인 2~3주간의 전방 야전지휘 실습을 마치고 생도대로 복귀하면 졸업식 행사 연습이 기다리고 있다.

본 행사에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주관하다보니 학교측에서는 최대의 관심사가 되어 예행연습도 여러번에 걸쳐하며 사전 점검을 받는다. 생도대장, 학교장, 육군총장, 장관에 이르기까지 똑같은 절차로 리어설을 한다. 이때 생도들과 졸업생들은 만평 넓이의 화랑대 연병장의 초봄 칼바람 추위와 싸우며 행사 준비에 고생을 한다.

실제 행사간에는 해사 옥포만의 아스팔트 연병장이나 육사 화랑대 연병장 잔디에서 ‘열중쉬어’상태로 오랫동안 서서 대통령의 유시를 듣는다. 그러나 부동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게 하려고 눈물겨운 노력을 하느라 제대로 들어볼 수가 없었다.

행사 시작 훨씬 전부터 장시간 도열한 상태로 있다 보면, 생도들이라도 깜빡 졸다가 총을 떨어뜨리거나 심지어 주저앉거나 쓰러지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앞뒤 좌우 생도들 간에 서로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면서 긴장을 해소시키는 노력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대통령 유시를 들을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결국 임석상관의 연설은 행사의 주인공인 초임장교와 생도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말하는 자신만의 독백 수준의 이야기로 귀결되며 언론사의 기사거리로 활용될 뿐이다. 


거룩한 졸업 및 임관식의 주인공은 새로이 탄생하는 장교들이 돼어야

사관학교든 학군장교든 출신 구분 없이 국가방위의 선봉장이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갖고 한길로 달려온 졸업생도들이다. 졸업 및 임관식은 그 자체로 거룩하다. 그 가치를 빛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귀빈을 초청하여 축하와 귀감이 되는 연설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넓은 세상으로 떠나는 졸업생도들의 마음가짐을 다질 수 있게 하고 후배생도와 가족들이 축하하는 것이 임관식 행사의 더 큰 의미일 것이다.

사관학교 졸업식에 대통령이 임석하면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연합사령관, 각군 참모총장, 연합사부사령관, 해병대사령관 등이 같이 참석한다. 수행원들까지 포함하면 과도한 인원이 이동한다. 이렇게 되면 행사의 진정한 의미는 사라지고 눈도장 찍기, 겉보기 행사의 불필요한 허례허식으로 변질 된다.

졸업 및 임관식의 주인공은 임석상관이 아니라 새로 탄생하는 초임장교들이다. 이들은 임관선서를 하며 국가 수호의 최후 보루로서의 첫발을 내딛는다. 따라서 행사의 모든 중심은 졸업생도들인 초임장교여야 한다. 

선진 외국의 경우, 사관학교 졸업식에서는 졸업생, 재학생, 가족들이 모두 앉아서 진행한다. 행사의 형식 보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지휘관과 초청연사의 말과 표정과 몸짓을 듣고 보면서 공감한다. 중간 중간에 감동의 박수도 보낸다. 연설자 자신만의 일방적인 만족이 아니라 참석한 생도 와 졸업생, 가족들이 듣고 공감하는 훈시의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이젠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합동임관식 보다는 문화가 다른 육해공군의 특색에 부합된 각 군별 행사로 환원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제 3월이 되면 또 각군 사관학교 졸업식과 임관식이 계속된다.

이번에는 국민의 소리를 적극 수렴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현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조치를 기대해 본다.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 (현)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 (현)안보팩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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